“조급한 마음은 디스크 치료에 敵, 신중하게 단계별 치료 하세요”

입력 2019.05.29 09:03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디스크 명의'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진동규 교수

인간이 직립보행을 하는 한 ‘디스크(추간판 탈출증)’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나이가 들면서 디스크가 눌리고 디스크 속 수분이 마르고 파열되는 등의 퇴행성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퇴행성 변화가 모두 질병은 아니다. 디스크 질환은 언제 의심해야 하고, 어떻게 올바르게 치료를 해야 할까? 디스크 명의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진동규 교수에게 물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진동규 교수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진동규 교수/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허리가 아프면 디스크를 의심해야 하나

그렇지 않다. 누구나 한번쯤은 허리가 아프다. MRI를 찍어보면 디스크가 탈출되는 등 퇴행성 변화가 있다. 이것을 모두 디스크라고 보고 치료를 할 필요는 없다. 디스크가 탈출해서 생긴 통증이 아니라 단순 근육통이나 관절통일 수 있다. 디스크로 인한 요통은 3분의 1 미만이다.

-디스크일 때는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

허리디스크는 “허리가 아파요”라고 이야기하기 보다는 다리 신경이 눌려 “다리가 아파요”라고 이야기 하는 경우가 많다. 목디스크는 “목이 아파요”보다 “손이 저려요”라고 말한다. 디스크는 척추 추간판이 탈출해 신경이 눌려 발생하는 질환으로, 방사통(통증이 퍼지는 상태)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통증이 있지만 심해지면 신경이 손상돼 근력과 감각이 떨어지고, 심하면 마비까지 올 수 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나

의사는 환자 증상을 잘 듣고, 만져보고 걸어보게 하는 등 이학적 검사를 해야 한다. MRI같은 영상검사를 먼저 하기보다 처음에는 약물·물리치료를 해본다. 이런 치료에도 호전이 안될 때 MRI검사를 하고 시술·수술 등의 치료 방향을 결정한다.

-허리가 아파도 참고 지내는 사람이 많다.

아프면 병원에 가야 한다. 디스크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기능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우리나라 환자들은 ‘얼리어답터(early adopter)’가 많아서 최첨단 치료를 찾고, 이 병원 저 병원 쇼핑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런 행동이 치료에 꼭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정보를 맹신하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 정보는 근거가 없는 내용들도 많으니 주의해야 한다. 디스크 환자들은 조급한 마음을 갖지 말고 치료를 신중하게 해야 한다.

-최첨단 시술이 좋은 것 아닌가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전자 기기는 최신의 것이 좋지만, 의학적인 치료는 과거부터 검증된 것이 좋다. 장기간의 치료 경험과 결과가 누적돼야 안전성과 효과가 검증됐다고 본다.

-디스크 치료는 어떤 과정으로 이뤄지나

제일 먼저 쉬어야 한다. 그러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통증이 계속되면 병원에 가야 한다. 병원에서는 약물·물리치료를 먼저 한다. 보통 4~6주 정도 하는 데, 환자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약물·물리 치료에도 낫지 않으면 MRI를 찍어본다. 그리고 주사, 시술 등을 고려한다. 시술도 비급여 시술보다는 보험 적용이 되는 신경차단술을 먼저 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경차단술은 통증을 유발하는 신경이나 신경 주변에 국소마취제와 스테로이드 주사를 놓아 염증과 신경 부종을 가라앉히는 방법으로, 엑스레이를 보면서 환자의 등에 긴 침을 꼽은 뒤 약물을 투입하는 시술이다. 시술을 1~2회 한 뒤에도 호전이 안되면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수술은 신경에 가해진 압력을 낮추는 감압술이 대표적이다. 피부를 절개해 문제가 있는 디스크를 제거하는 데, 병변이 3~4배 잘보이는 현미경을 이용해 절개 크기를 줄이는 미세현미경디스크제거술과 내시경을 넣어 디스크를 제거하는 내시경디스크제거술이 있다. 또 환자에 따라 불안정한 척추를 고정하는 척추 유합술을 하기도 한다.

-디스크는 3단계로 진행되며 치료 방법도 다르다.

환자 나이와 디스크 퇴행성 변화에 따라 수술이 달라진다. 첫 단계인 단순 디스크만 있으면 다리가 더 아프다. 이 때는 디스크를 간단히 제거하는 수술을 고려한다. 그러나 디스크를 제거하지 않아도 파열된 디스크가 흡수되고 급성 통증이 없어지면서 적응을 하면서 사는 경우가 더 많다. 시간이 지나면 디스크의 수분이 감소하면서 디스크가 눌려 척추 뼈 간격이 좁아진다. 그렇게 되면 척추 후관절이 미끄러져 척추 불안정증이 생긴다. 이런 상태가 2단계이다. 척추 불안정증 단계에서는 척추 뼈와 척추 뼈를 나사 등으로 붙이는 척추 유합술을 고려할 수 있다. 척추 유합술을 하지 않더라도 척추 불안정증에 적응하면서 사는 경우도 많다. 다만 우리 몸은 불안정한 척추에 적응하려고 척추 주변으로 골극이 자라난다. 후관절도 커진다. 척추 사이의 인대도 두꺼워진다. 3단계 척추 재안정화 시기인데, 이 과정에서 척추관 협착증이 생길 수 있다. 척추관 협착증은 노인에게 주로 생긴다. 척추관 협착증에는 신경 감압술과 함께 척추 유합술을 해야 한다.

-노인 환자가 부담이 큰 척추 수술을 해도 되나

1990년대만 해도 70대 나이에는 수술을 못했다. 지금은 70대 고령에도 환자가 건강하기 때문에 수술이 가능한 편이다. 다만 수술하면 100% 좋아진다는 확신이 있을 때 수술을 해야 한다. 전신 건강상태, 근육량, 운동 능력, 사회 생활 정도에 따라 수술 여부와 범위를 정한다. 큰 수술을 해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을 것 같으면 시행하지 않는다.

-환자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

노인환자의 경우 특히 그렇다. 수술 의사는 가장 안전한 치료법이 무엇일까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수술 경험이 많은 의사가 실력이 좋겠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디스크 치료에 대해 좋은 철학을 갖고 있어야 한다. 디스크 진행 단계별로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한다. 실비 보험 확산되면서 시술 같은 경우 환자가 쉽게 결정할 수 있게 되면서 척추 시장이 많이 왜곡됐다. 척추 의사에 대한 불신 때문에 병원 쇼핑도 많이 하는 것도 안타깝다.

-디스크에도 응급상황도 있나?

그렇다. 마비가 왔을 때이다. 걷지 못한다든지, 손목이나 발목이 안 움직인다든지, 소변이 안나오면 신경이 손상되고 있는 상태이므로 48시간 내 수술을 해야 한다. 수술이 늦어지면 장애가 생길 수 있다.

-디스크 예방에 제일 중요한 것은

생활습관이다. 평소 바른 자세를 하고 무거운 물건을 들지 않는 것이 좋다. 교통사고 등 외상도 조심해야 한다. 디스크도 가족력이 있다. 부모가 디스크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면 자식도 위험군이므로 생활습관에 신경을 써야 한다.

-디스크 환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첫째 좋은 의사를 찾아가라. 둘째 치료를 하는 데 너무 조급해 하지 말아라. 셋째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정보를 맹신하지 말아라. 디스크는 급성기 증상이 나타나고 4~6주가 지나면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 특정 처치를 받았으면 그것 때문에 좋아졌다고 오해를 할 수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진동규 교수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진동규 교수/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진동규 교수는

연세의대 졸업, 연세의대 신경외과학교실 주임 교수이며 현재 강남세브란스병원 척추병원 병원장이다. 허리디스크, 목디스크를 비롯해 척추골절, 척추측만증, 척추변형, 척추협착증 수술에 있어 국내 최고 전문가이다. 외래 환자를 하루에 100명 이상 볼 정도로 찾는 환자가 많다. 예약을 하면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하는 환자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일주일에 한번은 예약 없이 진료를 볼 수 있게 했다.

노인 척추 환자 수술을 많이하다 보니 골다공증 정도에 따라 수술 예후가 크게 달라지는 것을 알고 이를 해결하고자 대한척추골다공증연구회를 창립했다. 대한신경외과학괴 정환영 학술상,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김영수 학술상을 수상한 바 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