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소아 혈액질환자 살리는 '조혈모세포 이식'… 항원 반만 일치해도 치료 가능

입력 2019.05.22 09:31

반일치 조혈모세포 이식

조직적합성항원이 반만 일치해도 조혈모세포 이식이 가능한 ‘반일치 조혈모세포 이식’ 성공률이 높아졌다. 사진은 서울아산병원 소아종양혈액과 의료진이 반일치 조혈모세포 이식이 필요한 환자 치료 계획에 대해 논의하는 모습.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소아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심지어 생명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중증질환이 '백혈병'과 '재생불량성빈혈'이다. 두 질환은 다행히 치료가 잘 되는 편이지만, 치료가 잘 안되는 일부 환자는 '조혈모세포 이식'을 고려해야 한다.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을 만드는 어미세포인 조혈모세포를 환자 골수(혈액을 만들어내는 뼛속 기관)에 이식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증자와 환자의 조직적합성항원(면역 반응에서 같은 종류로 인식하는 항원)이 완전히 일치해야 한다는 한계점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 조직적합성항원이 반만 일치해도 문제 없이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기술이 도입됐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종양혈액과 임호준 교수는 "기존 이식법 못지 않게 환자 생존율이 높다"고 말했다.

맞는 조혈모세포 없어 사망하기도

소아 백혈병은 혈액세포가 암세포로 바뀌어 증식하는 것이다. 보통 항암 치료가 효과 없는 경우 조혈모세포 이식을 고려한다. 재생불량성빈혈은 조혈모세포 이상으로 혈액세포가 줄어드는 병이다. 재생불량성빈혈은 중증일 때부터 치료하는데 조혈모세포 이식을 우선 시도한다.

그런데 조혈모세포 이식에서 기증자와 환자의 조직적합성항원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으면 이식 후 체내 거부 반응이 생겨 피부가 벗겨지고 간 기능이 떨어지는 등 이상 증상이 생긴다. 이로 인해 환자의 약 60%만 조혈모세포 이식이 가능했고 기증자를 찾는 데 평균 3개월이 걸렸다. 임호준 교수는 "중증 소아 백혈병, 재생불량성빈혈 환자에게 3개월은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다"라며 "백혈병의 경우 그 사이 사망할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반만 일치해도 이식, 생존율 93%

기존 조혈모세포 이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된 치료법이 바로 '반(半)일치 조혈모세포 이식'이다. 기증자와 환자의 조직적합성항원이 절반만 일치해도 조혈모세포 이식을 할 수 있다. 반일치 조혈모세포는 부모에게 얻을 수 있어 대부분의 환자가 시도할 수 있다. 반일치 조혈모세포 이식이 가능해진 이유는 환자 몸에서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T세포'를 제거하는 기술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T세포 중에서도 필요한 일부 세포는 남기는 기술이 개발돼 반일치 조혈모세포 이식 성공률이 더 높아졌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종양혈액과 고경남 교수는 "면역억제제 등의 약을 거의 쓰지 않을 정도로 조혈모세포가 잘 생착한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아산병원 소아종양혈액과는 이 기술을 사용해 재생불량성빈혈 환자의 조혈모세포 이식 성공률을 90% 이상으로 높였다. 서울아산병원이 원내 소아청소년과에서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은 소아 중증 재생불량성빈혈 환자 67명을 분석했다. 그 결과, 완전 일치의 경우 형제, 비혈연 관계 타인에게 이식받은 환자의 평균 5년 생존율이 각각 92.9%, 95.2%, 반일치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은 환자의 생존율이 93%로 거의 비슷했다. 반일치 조혈모세포 이식 성공률이 세계적으로 약 70~80%인 것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성적이다.

서울아산병원은 2013년 세계 최초로 10명 이상의 중증 재생불량성 빈혈 활자에게 반일치 조혈모세포 이식을 성공시켰다. 현재까지 서울아산병원에서 시행된 반일치 조혈모세포 이식 건수는 200건 이상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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