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현장 탐방_ 을지재단
60여 년 전, 작은 산부인과로 시작된 을지재단
3개 산하 병원, 2개의 대학 캠퍼스로 확장
2021년 의정부에 병원·캠퍼스 신축 앞둬
"수익 보다는 환자, 사회공헌도 활발
의료 소외 지역에 혜택 주려 노력
10大 교육·의료기관 우뚝 설 것"
을지재단은 故 박영하 박사가 1956년 서울 태평로2가에 박산부인과를 개원하면서 첫걸음을 뗐는데, 현재 대전을지대병원·을지대을지병원·강남을지병원과 함께, 을지대학교가 있다. 2021년에는 의정부을지대병원과 을지대 의정부캠퍼스가 문을 연다. 병원은 1234병상 규모로 경기 북부에서 가장 크다. 을지대 홍성희 총장은 "건축비만 3500억원이 넘게 들고, 2000명 이상의 의료진을 포함한 인력을 새로 영입해야 한다"며 "완공되면 국내 10대 교육·의료기관으로 우뚝 설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 소외 지역에 병원 세워
의정부에 새 병원과 대학을 짓는 것에 대해 의료계에서 의아해 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지금까지 을지재단이 걸어온 길을 보면 의외의 일이 아니다"는 것이 을지재단 측의 설명이다. 의정부는 의료와 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이다. 500병상 이상 규모의 병원이 단 한 곳에 불과하고, 4년제 대학도 없다. 홍성희 총장은 "의료 소외 지역 주민들에게 의료·교육 등 더 나은 혜택을 주기 위해 의정부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을지재단은 1981년 대전을지대병원을 세울 때도 당시에는 '모험'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대전은 1970년대 후반까지 인구 100만명이 채 안 된 곳이었기 때문이다. 대형종합병원이 뛰어들기에는 상주 인구가 부족했다. 홍성희 총장은 "당시 대형종합병원의 경우 서울의 강남 개발과 함께 제 2병원의 강남 진출에 여념이 없을 때였다"며 "박영하 설립자는 눈에 보이는 수익을 좇기보다는 병원은 환자가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 대전에 진출했다"고 말했다.
을지재단은 사회공헌을 활발히 하고 있다. 을지병원은 1967년 종합병원 설립과 함께 일찌감치 을지재단을 만들어 비영리법인으로 전환을 했다. 을지병원이 사유재산이 아니라 사회에 환원된 공익법인체임을 공식화한 것이다. 홍성희 총장은 "개인 사업체로서 수익을 달성하는 데 치중할 것이 아니라 국민 보건 향상과 건강 증진을 우선시 해야 한다는 설립자의 소신 때문"이라고 말했다. 1997년 을지의대가 설립될 때도 대전을지병원을 학교법인 부속병원으로 무상 기부하며 10년간 500억원 이상을 학교에 투자했다. 1997년에는 박영하 설립자의 호를 따서 범석학술장학재단을 창립했다. 범석학술장학재단에서는 해마다 연구비 지원과 우수 학술논문 시상, 우수 학생에 대한 장학금 지원을 이어오고 있다. 2013년 박영하 설립자 타계 후에는 유가족들이 전 재산 171억원을 재단에 모두 기부했다. 설립자 집까지 재단에 기부를 해 설립자의 부인 전증희 을지재단 명예회장은 전셋집을 따로 마련해 살았다.
을지대는 국내 유일의 보건의료특성화 대학이다. 건학 이념인 '인간사랑' '생명존중' '성숙한 사회인 양성'의 가치를 실천하고 있다. 홍성희 총장은 "한 명의 뛰어난 인재를 만들기보다 한 명의 낙오자가 없이 모두 80점 이상의 학생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사회에 도움이 되고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가르친다"고 말했다. 이런 교육 철학에 따라 을지대 간호대는 180명이 넘는 학생들이 18년째 100% 국가고시 합격률을 보이고 있다. 이런 합격률은 국내 대학에서 전무후무한 일이다. 2015년에는 대학 정보 공시 기준 취업률이 78%로 전국 4년제 대학 중 다 그룹(졸업생 1000~2000명 미만) 취업률 1위를 달성했다. 홍성희 총장은 "교수들도 스스로를 낮추고 선생의 마음으로 모자란 아이들도 끌어안고 가고 있다"며 "훌륭한 논문을 쓰는 것보다 훌륭한 제자를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을지재단은 지난 60여 년간 내실을 다지면서도 과감한 투자로 확장을 계속해왔다. 작은 산부인과에서 시작해 이제는 3개 산하 병원과 대전 캠퍼스, 성남 캠퍼스 등 2곳의 대학 캠퍼스가 있다. 의정부 병원과 캠퍼스 건설도 완성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하드웨어적인 것은 어느 정도 갖춰놨으므로 앞으로는 경영에 '소프트웨어적'인 것을 신경쓸 계획이다. 홍성희 총장은 "결국 사람이 중요하다"며 "을지가족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홍 총장은 "요즘 시대에는 박애와 봉사만 강요할 수 없다"며 "앞으로 을지의 의료진들은 어느 대형병원에도 뒤지지 않는 대우를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홍 총장은 "내 가족을 데리고 오고 싶은 병원과 학교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을지가족이라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성장에 동참하는 직원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