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우울해하는 사람 있다면, 힘내란 말 대신 공감해주세요"

입력 2019.04.19 15:39

2016년 모든 정신장애에 있어 한국인의 평생 유병율은 25.4%로, 이 가운데 주요 우울장애의 유병률은 5.0%를 차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2~2016년 사이 약 5만명 이상의 우울증 환자가 증가했다. 우울증은 마음의 질환을 넘어, '뇌의 질환'이기도 하다. 뇌에 안정을 가져다주는 세로토닌이라는 물질이 유전적 요인이나 극심한 스트레스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해 줄어들면 우울증이 유발될 수 있다.

우울증을 방치하면 일상생활이 어려워지고 심하면 극단적인 선택에까지 이를 수 있다. 우울증은 사람마다 다양한 원인과 증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전문가를 통해 적극적으로 치료받는 게 중요하다. 우울증 치료에 대해, 맘편한의원 김동욱 원장과 대화를 나눠봤다.

우울해하는 여성 사진
헬스조선 DB

Q. 우울증은 어떤 질환인가?
우울증은 일반적으로 2주 이상의 지속적인 우울감, 수면장애, 무기력함이 지속될 때 진단되는 정신과적 질환이다. 최근 사회가 복잡해짐에 따라 우울증의 진단은 삶의 주기에 따른 변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기능적 장애 현상에 초점을 맞춰가는 추세다. 예를 들어, 청소년기에는 학교 생활에 적응이 어려워 등교 거부와 같은 형태로 우울감이 표현되기도 하고, 직장인의 집중력 저하와 지속적인 무기력함은 업무 능력의 저하로 나타나게 된다. 주부의 경우 짜증이나 불안이 심해지면서 집안일을 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자녀들에게 화를 내는 형태로 우울감이 표현된다. 이처럼 주관적으로 느끼는 우울감 그 자체보다 실제 일상 생활에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기능 저하 여부가 우울증의 진단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Q. 우울증 전단계라고 볼 수 있는 증상이 있나? 이때 우울증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막는 방법은?
우울증의 전단계는 여러 형태로 나타나는데, 감각이 예민해지는 경우가 흔하다. 주변 소리에 민감해지고, 평소 넘어갈 만한 말들이 상처가 되며, 사소한 스트레스에도 가슴이 뛰면서 식은 땀이 나기도 한다. 집중력의 저하로 업무 기능이나 성적이 떨어지고, 폐경기 여성의 경우에는 건망증과 감정 기복이 심해지기도 한다. 이렇게 사회적인 기능이 저하되면 자신감이 낮아져 주변인들의 시선을 병적으로 예민하게 의식하게 된다. 이러한 단계에서 우울증으로 발전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스트레스 관리, 적절한 수면과 및 건강한 식습관이 가장 중요하다. 세로토닌의 안정적인 분비를 위해서는 우울증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되는 비타민D 합성을 위해 햇볕을 적절하게 쬐거나 규칙적인 운동도 필요하다. 비타민B군은 체내 세로토닌 합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균형잡힌 건강한 식습관이 큰 도움이 된다. 최근에는 유기산 검사를 통해 우울감이 심해지기 전 어떤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이 우울증 예방에 도움이 되는지 확인할 수도 있다.

Q. 우울증으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는 어느 정도인가?
우리나라 자살자 수는 2016년 기준으로 1만3092 명으로, 하루 평균 37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는 OECD 평균 자살률의 약 2.5 배에 달하는 수치로, 국내 자살률은 14년 동안 OECD 국가 중에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우울증 환자의 3분의 2는 자살에 대한 생각을 갖고, 15~20%는 실제로 자살 기도를 하며, 그 중 3% 정도는 자살 사망한다. 우울증의 한 종류인 ‘주요 우울증’ 환자만 따지면 자살률은 1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우울증은 극단적 선택을 유발하는 가장 치명적인 정신과적인 질환이라고 볼 수 있다. 우울증에 걸리면 단지 기분이 우울해지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병이 진행됨에 따라 인지 기능에 손상을 줘 현실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가중시킨다. 자존감 저하로 작은 일도 결정을 하지 못하게 되고 사회적으로 무능해졌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상태로 발전하기 전에 치료에 착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진료를 받지 않고 있는 우울증 환자가 50만~150만명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국내 항우울제 복용량이 OECD 29개국 중 28위에 그친다는 것은 진료를 받지 않고 방치된 환자들의 수가 그만큼 많다는 것으로 짐작된다. 현재 우울증의 진료와 치료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은 다행이지만, 자살률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우울증 치료에 대한 인식 개선이 더욱 필요하다.

Q. 우울증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입니까?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실제로 많은 정신과적 질환이 처음 시작할 때는 우울감이라는 공통적인 징후를 보이기 때문에 조울증, 강박증, 공황장애 등 다양한 정신과적 질환으로 오진되기도 한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치료자와 지속적인 신뢰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환자나 가족들로부터 내면적인 경험을 비롯해 솔직한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치료자는 환자의 증세를 파악하는 것뿐 아니라 현재의 스트레스 상황을 이해하고, 향후 치료 과정의 결정 및 예후의 파악에 많은 도움을 얻는다. 우울증은 단순히 우울감을 없애는 대증요법만으로 치료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족 환경이나 개인의 성격과 같이 우울증 증세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치료해야 한다. 이런 모든 일련의 과정들은 치료자와 환자 사이에 지속적인 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이루어지기 어렵다.

Q. 우울증의 경우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고 알고 있다. 그 이유는?
조기 치료는 지속적인 기능의 저하를 막을 수 있습니다. 우울증 초기에 치료하면 약물에 대한 반응도 좋고 회복도 빠르다. 최근 등교를 힘들어 하는 학생을 진료한 적이 있는데, 게으른 문제아라는 주변의 비난으로 괴로워하며 자살까지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진료를 통해 본인의 증상이 우울증으로 인한 것임을 알고 치료를 통해 자신감을 되찾고 학교로 돌아간 학생을 보면서 증상이 악화되기 전에 적절하게 치료를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꼈다. 우울증은 단순하게 감정적으로만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삶에 의욕을 잃게 만들고 사회적인 기능을 하나하나 빼앗으며 전인격에 영향을 주는 강력한 파괴자다. 우울증의 조기치료는 개인의 문제에서 나아가 사회적인 비용을 줄이는데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동욱 원장 사진
김동욱 원장 사진/맘편한의원 제공

Q. 국내 우울증 치료 현황 및 일반적인 치료 과정은 어떠한가?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우울증에 대한 진료와 치료는 대부분 대학병원 위주로 이루어져 왔다. 병원을 방문하면 정신과 전문의의 면담이 진행되며, 정확한 평가가 필요할 경우 다양한 심리검사를 시행한다. 이후 진단과 평가가 이루어지면 그에 따라 적절한 약물 투여 및 면담을 통해 증상을 치료한다. 다만 한가지 안타까운 점은 대학병원 위주로 진료받다 보면 우울증 환자들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우울증이 나타나면 많은 감정적인 변화를 경험하는데, 이를 이해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유연하고 다양한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동네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을 활성화시켜 지속적으로 그리고 쉽게 방문하고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한다면 저렴한 의료 비용으로 최고의 ‘마음 주치의’를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Q. 정신과 약물에 대한 두려움으로 우울증 치료를 망설이는 환자들도 있을 것 같다.
먼저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자체에 대한 불안감 및 거부감이 높은 편이다. 환자들이 정신과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기보다는 인터넷에서 얻는 정확하지 않은 정보들로 스스로를 진단하고 자가 치료로 증상을 조절하려고 시도하는 경우가 흔하다. 진료하다 보면 환자들이 약물 중독에 대한 우려를 가장 많이 하는데, 항우울제는 안전한 약물이다. 정상적인 진료를 통해 처방된 약물은 중독을 거의 일으키지 않는다. 최근 새롭게 나오는 약물들은 우울증뿐 아니라 인지 기능의 회복을 비롯한 다양한 치료효과를 보여주고 있으며, 안전성과 부작용 역시 이전 약물들에 비해서 크게 개선됐다. 과거에는 대학병원에서만 최신 약물이 투여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약가 인하와 급여 환자들에 대한 외래 수가 개선으로 정신과 병의원에서도 양질의 항우울제가 적절하게 처방된다.

Q. 약물요법 외 진행할 수 있는 우울증 치료는?
과거부터 존재했던 뇌파 검사에서 한단계 더 발전시킨 정량뇌파 검사가 있다. 한 장의 그림으로 뇌파를 분석해내는 검사로, 우울증을 비롯해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와 같은 집중력 장애와의 관계도 찾아 낼 수 있다. 이러한 정밀검사는 우울증이 단순히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뇌 질환이라는 것을 환자나 보호자에게 객관적으로 인식시킴으로써 꾸준한 치료를 독려하는데도 도움을 준다.
또다른 비약물적 치료 방법으로 정신과적 면담이 있다. 그 중에서도 정신치료는 환자들이 자신을 지속적으로 우울하게 만드는 분노와 좌절감을 언어적으로 표현해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지치료는 환자가 무의식적으로 가지고 있는 삶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버리고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세계관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치료다.
최근에는 TMS(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 경두개 자기자극법) 치료를 많이 진행한다. TMS는 MRI 촬영을 할 때 쓰는 자기장 코일과 같은 코일을 사용하여 전두엽을 자극함으로써 우울증을 개선시키는 치료 방법이다. 최근에는 FDA 승인을 받은 기계를 사용하는데, 안전하고 지속적인 치료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무엇보다 임산부에게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과거에는 주로 ADHD와 같은 정신과적인 질환에 이용되었던 뉴로피드백이라는 치료 방법도 우울증에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뇌파를 안정시키는 방법을 인식하고 이를 반복하면서 자신의 기분을 안정시키는 방법이다.

Q. 우리나라는 우울증 상담치료 문턱이 너무 높지 않나?
우울증의 진료와 치료에 가장 큰 장애 요인 중 하나는 사회의 부정적인 시각이다. 진료를 받으러 오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져 학교나 회사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호소한다. 주변에서도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고 하면 미심쩍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선뜻 치료를 시작하는데 주저하시는 사람이 많다. 마음을 내서 상담을 받고 싶어도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고 또 믿을 만한 대학병원을 찾아 가려고 하면 예약만 한두 달 걸린다는 사실에 좌절한다. 최근 강화된 개인정보법에 의해 진료 시 얻게 되는 모든 환자 정보는 보호를 받고 있어 직장에서 치료 여부나 증상에 대해서 알 수 없기 때문에 관련해 안심하고 진료를 받아도 된다는 말을 하고 싶다. 수가 체계가 많이 개선돼 환자 부담금 비율이 낮아졌고, 약가 인하로 최신 약물도 합리적인 가격에 처방이 가능해 비교적 부담 없이 정신과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따라서 우울증 치료 시 주변의 시선이나 비용을 걱정하기보다 적절한 때에 꾸준히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Q. 주변에 우울증 의심 환자가 있을 때 어떤 방식으로 도움을 줘야 하나?
지인이 우울해할 때 우리가 가장 하기 쉬운 실수는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 많은 환자들을 대하다 보면 가족 간에도 서로의 속사정을 다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일방적으로 힘 내라고 하거나 성급하게 병원 진료를 권유하면 오히려 상처가 될 수 있다. 우울증이 의심되는 경우가 있다면 일단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 서로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우울증을 가진 사람이 속마음을 열 때, 따뜻한 위로를 건네자. 우울감을 느끼는 빈도가 잦아지거나 정도가 심해지면 병원 치료를 권유해야 한다. 특히 대화 중 자살에 대한 언급이 있다면 반드시 빠른 시일 내 정신과적인 치료를 받도록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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