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근경색, 봄에도 안심할 수 없어… 오전 7시를 주의하라"

입력 2019.04.15 15:29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일산백병원 심장내과 이성윤 교수 인터뷰 ​

이성윤 일산백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이성윤 일산백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사진=일산백병원 제공

날이 따뜻해지는 봄엔 심근경색에 대한 경계를 늦춰도 될까? 그렇지 않다. 아주 덥거나 추운 계절보다는 발생 위험이 낮은 게 사실이지만, 환절기 역시 일교차가 큰 시기여서 심근경색이 생길 수 있다. 급격히 오르고 떨어지는 기온에 몸이 적응을 못 하면서 호르몬 불균형이 생기고,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조화가 깨지기 때문이다. 심근경색 환자의 혈전을 흡입 제거하는 ‘혈전흡입술’ 명의 일산백병원 순환기내과 이성윤 교수에게 심근경색에 대한 궁금증을 물었다.

Q. 심근경색이 유독 잘 생기는 시간대가 있나요?
A. 하루 중 오전 7시경 발생률이 가장 높습니다. 오전 6시부터 정오 사이가 다른 시간대보다 발생률이 유의하게 높은 편이죠. 아침에 잠에서 깰 때는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가 커해지는데 이런 스트레스가 동맥경화반(혈관 내부에 기름 찌꺼기가 뭉쳐있는 것)을 파괴시키고 관상동맥을 수축시키기 때문입니다. 심근경색은 혈액 내 코티졸과 카테콜아민 호르몬 농도 변화와도 관련 있다고 추정됩니다. 환절기인 봄에는 호르몬이 바뀌는 계절에 맞추어 급격히 변화하는 시기로 지병이 악화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Q. 심근경색을 특히 주의해야 하는 사람은요?
A. 동맥경화반 가능성이 높고 파열 위험이 큰 사람들입니다. 불행히도 동맥경화반이 혈관 직경의 50%만 막아도 파열될 수 있습니다. 동맥경화반 위험이 높은 사람이라 하면 ▲혈압 ▲콜레스테롤 ▲혈당 수치가 높은 사람, ▲흡연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Q. 심근경색이 발생했을 때 환자들은 주로 어떤 증상을 호소하나요?
A. 평생 느껴보지 못할 정도의 심각한 통증이 가슴에 나타난다고 합니다. 가슴을 압박하거나 칼로 도려내는 것 같다고 해요. 피가 통하지 않는 부위가 넓을수록 통증이 심합니다. 숨찬 증상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심장 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하기 때문이죠. 이 밖에 어지럼증, 식은땀도 생길 수 있어요. 다만, 고령이거나 당뇨병이 있는 환자는 전형적인 흉통 증상보다 소화불량, 구역질, 숨찬 증상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이들은 통증은 느끼는 신경 기능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죠. 실제 고령 당뇨병 환자가 응급실을 찾을 때는 반드시 심전도 검사를 시행합니다.

Q. 흉통이 잠시 생겼다가 사라지는 일종의 ‘미니 심근경색’이 발생하기도 하나요?
A. 그렇습니다. 동맥경화반 파열이 심하지 않고 혈전 양이 적은 경우에는 혈관을 막았던 혈전이 다시 혈류를 타고 관상동맥 하방으로 내려갈 수 있어요. 일부 관상동맥 경련으로 인한 경련성 협심증으로 흉통이 발생하는 경우 역시 경련이 풀리면서 증상이 좋아지기도 합니다. 흉통이 생겼다가 사라졌어도 여전히 심근경색 위험 인자가 남아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반드시 병원에서 검사받아봐야 합니다.

Q. 경련성 협심증은 비교적 생소합니다.
A. 경련성 협심증은 혈전과 관련 없이 혈관이 오그라들어 생기는 증상입니다. 혈관 경련으로 내부가 좁아지면서 피가 통하지 않아요. 특히 음주, 추위와 관련 있고 새벽에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과음 후 숙취에서 깨는 과정에서 경련이 잘 생긴다고 알려졌어요. 아주 심한 경우는 심전도 변화가 심근경색과 같은 수준으로 나타나요. 동아시아 지역에 많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Q. 심근경색 발생 시 올바른 대처법은 무엇인가요?
A.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른 시간 안에 중재시술이나 혈전용해 치료가 가능한 병원에 도착하는 것입니다. 우황청심환이나 침 같은 민간요법을 시행해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됩니다. 또 자신이 직접 운전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약간의 기다림이 있더라도 119의 도움을 받아 이동할 것을 권합니다.


혈전흡입술로 제거한 혈전들​
혈전흡입술로 제거한 혈전들/사진=일산백병원 제공

Q. 국내 심근경색 ‘혈전흡입술’을 도입한 1세대 의사라고 들었습니다. 혈전흡입술은 어떤 치료인가요?
A. 혈전흡입술은 관상동맥 안에 유도 철사를 넣어 특수 기구를 혈전 앞에 위치시킨 후 빨대로 흡입하는 것과 같은 원리로 혈전을 빼내는 것입니다. 주로 관상동맥 조영술 검사에서 혈전이 확인되고, 혈전 직경이 혈관 두께의 2배 이상 될 때 시행합니다. 혈전흡입술로 혈전을 제거한 후 스텐트를 넣게되는 것이죠. 혈전흡입술을 하지 않고 스텐트만 넣는 경우에는 보통 혈전을 밀어서 벽에 붙여버립니다. 하지만 굳이 혈전을 놔둘 필요가 없어요. 먼저 제거하고 스텐트를 넣는 게 좋습니다. 일산백병원의 경우 혈전 흡입 성공률이 90% 정도로 높은 편입니다. 미국, 유럽에서 시행된 대규모 무작위 비교 연구에서 혈전흡입술이 뚜렷한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나오지 못했지만 혈전 크기의 기준을 명확히 잡지 않아서 그렇다고 봅니다. 혈전 크기가 큰 경우에는 분명 효과가 있고, 의료진의 술기에 따라서도 크게 좌우됩니다.
혈전흡입술만으로 치료가 끝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흡입술로 혈전을 없애고 봤더니 혈관이 좁지 않은 환자들이죠. 이렇게 혈전흡입술만 단독으로 하는 경우는 10% 미만 정도입니다. 혈관 협착 정도가 70% 이상이면 보통 스텐트 시술까지 합니다. 

Q. 혈전흡입술로 혈전을 제거하지 않고, 그냥 스텐트 시술을 했을 때 부작용이 있을 수 있나요?
A. 혈전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혈전이 부서지면서 밑으로 떠내려가 다른 혈관을 막을 수 있고요. 약물 치료로 혈전이 녹으면 혈관벽과 스텐트 사이 공간이 뜨는데, 그 안에 또 혈전이 생길 위험도 있습니다.

Q. 그 밖의 심근경색 치료법을 소개해주세요.
A. 심근경색 치료 원칙은 빠른 시간 안에 혈전을 제거하거나, 약물로 녹이거나, 스텐트로 혈전과 동맥경화반을 혈관벽으로 눌러 막힌 부위 아래로 혈액을 재개통시키는 것입니다. 심장 기능이 크게 떨어지거나 쇼크가 발생하면 체외순환보조 장치를 장착시키기도 합니다. 급성기 치료가 끝나면 아스피린이 포함된 항혈소판제, 이상지질혈증 약물 등을 씁니다.

Q. 심장 건강을 위해 사람들이 알아두면 좋은 상식들이 있을까요?
A. 혈당, 혈압 수치가 정상 범위 내로 유지되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혈중 나쁜 콜레스테롤(LDL)은 최대한 낮게 유지하세요. 약물 치료로 수치가 낮아졌다고 해서 바로 중단하지 마세요.
운동도 주의해서 해야 합니다. 등산 같은 야외 운동은 최저 기온이 영상 5도 이하인 늦가을부터 초봄에는 아침 시간을 피하고, 오후 2~4시가 가장 적절합니다. 너무 더운 여름이나 그 외 계절인 경우, 미세 먼지나 황사가 없다면 아침에 운동하세요.
심장에 스텐트 시술을 받은 환자는 높고 깊은 산을 오르는 것을 절대 피해야 합니다. 항혈소판제를 투약하면 산에서 부상당했을 때 피가 잘 멎지 않는데, 구조대가 도착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요. 사람이 많은 평지에서 운동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이성윤 일산백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이성윤 일산백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사진=일산백병원 제공

이성윤 교수는?
중앙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심근경색, 관상동맥, 심부전 등 심혈관질환 분야 전문가로 국내에서 ‘관상동맥 혈전흡입술’을 처음으로 실시하였다. 미국 워싱턴DC 조지타운대학교 워싱턴 심장병원 교환교수 때의 인연으로 관상동맥병변에 대한 조영술 이외의 영상기법으로 병변을 평가하고 최신기술을 발표하는 ‘K-Imaging 학회’를 직접 주최하였다. 현재 대한심장학회 정회원, 심혈관중재학회 재무이사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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