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출산율은 2017년 기준 1.05명으로 계속 낮아지고 있지만, 다태임신(2명 이상을 한 번에 임신) 산모는 점점 느는 추세다. 실제로 2000년 초반의 국내 다태임신 확률은 2.4%였지만, 2012년 이후로는 4%로 꾸준히 늘고 있다(통계청).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정진훈 교수는 "난임을 많이 보는 대학병원에서는 10년 전과 비교해 약 3배 정도 늘었다고 본다"며 "다태임신은 고위험 임신으로, 조산·임신중독증 위험이 높아 일반 임신과 달리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다태임신 확률은 보조생식술 등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다태임신은 경우에 따라 태아 간 불균형 확인을 위해 16주 때부터 2주 간격으로 몸무게나 양수량 등을 확인해 관리해야 안전하게 자연분만할 수 있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인공수정·시험관아기 증가가 원인… 조산 주의를
다태임신이 느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진훈 교수는 "인공수정·시험관아기 같은 보조생식술을 통한 임신이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보조생식술을 할 때는 임신 성공률을 높이는 게 급선무다. 인공수정을 할 때는 과배란을 유도해 난자를 여러 개 만들어내고, 시험관아기를 할 때는 2개 이상의 수정란을 자궁에 착상시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다태임신이 될 확률도 커진다.
다태임신은 조산 위험이 크다. 정진훈 교수는 "여러 연구에 따르면 쌍둥이는 조산율이 55% 정도로, 일반 임신에 비해 태아 사망률이 2~3배"라며 "여성 몸의 물리적 한계 때문인데, 아이의 수가 많아질수록 조산율은 커지고 임신 지속 주수는 줄어든다"고 말했다. 아이는 엄마 몸에서 40주를 채우고 나와야 성장 발육이 완성된다. 40주를 채우지 못해 조산하면 몸 속 주요 장기가 미성숙한 상태로 태어나, 호흡 곤란 증후군·저체온증 같은 다양한 합병증 위험이 커진다. 정진훈 교수는 "쌍둥이는 37~38주, 세쌍둥이는 32주, 네쌍둥이면 29주 정도에 출산하는 편이며 20주 이전 유산할 확률도 태아가 많을수록 커진다"며 "다태임신이면 입덧·임신중독증·산후 출혈 및 산후 우울증 등 산모 임신 합병증 발병률도 커, 항상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일융모막, 2주 간격으로 병원 방문해야
정진훈 교수는 "초음파를 통해 확인해보면 같은 쌍둥이라도 아기집(융모막)이 각자 있는 경우가 있고, 한 아기집에 둘이 함께 있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한 아기집에 두 태아가 함께 있는 경우를 '단일융모막'이라 부른다. 단일융모막이면 모두 일란성 쌍둥이다. 단일융모막은 특히 태아 건강에 주의해야 한다. 한 개의 태반을 여러 태아가 공유하다보니, 특정 태아에게 혈액이 더 많이 가면 한 쪽에 빈혈·발육부전·심장 기형 문제 등이 생길 수 있다. 때문에 태아 간 불균형 확인을 위해 16주 때부터 2주 간격으로 태아 몸무게·양수량 측정이 권장된다. 단일융모막 상태에서 혈류 뷸균형이 있으면 태반 혈관 레이저 소작술·양수감압술 등을 통해 해결한다. 정 교수는 "융모막 상태는 임신 12주 이전에 초음파 검사를 통해 정확히 확인하고, 이에 따라 산전 관리·치료해야 건강한 분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다태임신 산모는 철분을 보통 산모보다 2배 이상(60~100㎎) 먹어 관리해야 한다.
◇자연분만에 큰 문제 없어
흔히 다태임신이면 자연분만이 힘들고 제왕절개가 필요하다고 여기지만, 그렇지 않다. 정진훈 교수는 "첫번째로 나와야 하는 태아가 정상 위치에 있으면 다른 태아 위치와 상관없이 자연분만이 가능하며, 성공률은 70% 이상"이라며 "다태임신에서 자연분만과 제왕절개의 산모사망률·아이 예후 등을 추적한 대규모 연구도 있는데, 결과를 보면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주치의 경험·숙련도에 따라 두 번째로 나오는 태아를 제왕절개 해야 하는 등 결과가 다를 수 있다. 그 외에 다태분만은 출혈이 많은 편이라 응급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병원에서 분만하는 게 좋다. 정진훈 교수는 "고위험임산부 집중 치료실을 갖추고 있고, 다태임신 경험이 많은 의사가 있는 큰 병원에 가길 권장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