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폭등에 "아이고 배야"… 박탈감이 우울증 부른다

  •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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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8.09.18 09:06

    현대인 상대적 박탈감

    집값 폭등에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직장인 전모(36·경기 성남시)씨는 최근 아내와 다투는 일이 잦다. 2년 전 결혼할 때 아내가 서울에 집을 마련하자고 했지만, "곧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며 말리고 분당에 전세로 집을 구했기 때문이다. 강남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아내는 틈날 때마다 "친구들은 집 살 때 받았던 대출금도 다 갚을 정도로 큰 이익을 봤는데, 우리만 이게 뭐냐"며 화를 낸다. 전씨도 '집값이 계속 오르는 걸 봐선 평생 내 집 하나 못 갖고 늙을까봐 두렵다'는 심정이다. 워킹맘 안모(34·서울 동작구)씨는 며칠전 SNS 계정을 탈퇴했다. 안씨는 "아이를 비싼 유모차에 태우고, 명품 가방을 들고, 해외로 여행 다니는 다른 여성들의 사진을 보면 내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3년째 취업 준비 중인 정모(28·서울 서대문구)씨는 대학 졸업 후 학교 동기들을 일절 만나지 않고 있다. 취업한 친구들을 보면 괴리감이 느껴져서 힘들다고 했다.

    ◇상대적 박탈감이 우울증 불러

    전씨, 안씨, 정씨처럼 다른 사람의 사례를 접하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현대인이 많다. 강남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서호석 교수는 "누구든 타인의 행복을 보고 부러움을 느낄 수는 있지만, 평소 열등감이 있거나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부러움보다 강한 감정인 시기·질투를 느껴 괴로워한다"고 말했다. 상대적 박탈감은 정신 건강에 해롭다. 자신이 가져야 할 것을 갖지 못 했다고 느끼는 박탈감·상실감이 분노·적개심·불안감 단계를 거쳐 우울증으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한양대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용천 교수는 "소득 양극화가 심해지는 등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해 사회가 병들고 있다"며 "우울증 환자의 대부분이 병의 초기 단계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데, 앞으로 이런 환자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젊은 층의 상대적 박탈감은 다른 국가에 비해 높은 편이다. 한국개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40대의 사회적 지위를 1로 봤을 때 20대가 느끼는 상대적 지위는 0.61이었다. 비교 대상인 51개 국 중 꼴찌인 가나에 이어 두번째로 낮은 수치다. 이는 경제적 풍요로움을 삶의 최우선 가치로 두는 사회적 흐름이 반영된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너는 너, 나는 나' 정신 길러야

    삶의 질 구성하는 16가지 요인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으려면 자존감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적 요건만이 삶의 최우선 가치가 아니며, 삶의 가치를 결정하는 여러 요인이 많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삶의 질을 구성하는 16가지 요인이 있다고 본다〈그래픽 참조〉. 서호석 교수는 "건강, 철학, 일, 사랑, 우정, 이웃 등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 지를 확인하면 자존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고, 다른 사람의 경제적 풍요로움을 보고도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용천 교수는 "집 값이 올라 돈을 벌었거나, 근사한 데 놀러갔다는 식의 소식을 듣고 자신의 처지를 그들과 비교하지 말아야 한다"며 "타인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는 '너는 너, 나는 나' 정신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SNS를 탈퇴하는 식의 대처법은 좋지 않다. 이는 문제를 회피하는 것으로,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을 심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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