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 발병률, OECD 1위… '잠복결핵' 잡아야 불명예 탈출한다

입력 2018.08.20 10:51

'결핵 없는 사회'로 가는 길

국민 3명 중 1명은 결핵균 보균자
노화 등 면역력 떨어지면 발병해

결핵 퇴치 위해 잠복균 확인 중요
'엘리스팟-이그라'가 정확도 높아

우리나라는 여전히 결핵 발병률 1위(OECD 국가 기준) 국가다. 2016년 기준 국내 결핵 발병률은 10만명당 77명으로, OECD 국가 평균 7배에 달한다(질병관리본부 자료). 무서운 사실은 결핵균이 몸에 숨어 있어도 아무런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를 '잠복결핵'이라고 하는데,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잠복 결핵을 포함하면 한국인 3분의 1이 결핵균에 감염돼 있다.

이그라 검사는 결핵균에 반응한 특정 세포 수를 직접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정확도가 높다. 박경운 교수(오른쪽)가 엘리스팟-이그라 검사법인 T-SPOT.TB검사를
잠복결핵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결핵 전염 잘 돼, 경각심 가져야

결핵균은 공기를 통해 폐로 들어가 감염을 일으키고, 여러 증상을 유발한다. 결핵 환자의 기침이나 날숨으로 나오는 균이 공기에 떠다니다가 주변 사람에게 전염된다. 결핵균에 감염됐다고 바로 증상이 나타나는 건 아니다. 결핵균이 들어오면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균을 둘러싸 공격하는데, 결핵균은 이 공격을 견뎌내는 힘을 갖고 있으면서 증식도 하지 않아 대부분 그 상태를 유지한다. 그러다가 결핵균 감염자 10명 중 1명은 몸의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균이 활동하기 시작, 병이 발현된다. 50~60대 때 몸의 면역력이 떨어져 결핵균이 활동을 시작해 병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가면역질환이 있거나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경우에도 잘 발현된다.

결핵균이 활동을 시작하면, 그때부터 몸에 이상이 생긴다. 결핵은 대부분 폐를 손상시키기 때문에, 기침·가래·미열 같이 감기와 유사한 증상이 주로 나타난다. 몸에 식은땀이 나고, 체중이 감소한다는 특징도 있다. 초기 증상이 감기와 비슷해, 대부분의 환자가 경각심 없이 여러 사람을 만나며 전염을 잘 시킨다. 결핵 환자 한 명이 확진을 받기 전까지 평균 20명에게 균을 퍼뜨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핵균은 혈액과 체액을 타고 온몸을 돌면서 대장, 림프, 척추 등에 폐외(外)결핵(20%)도 유발한다. 이때는 설사, 복통, 목 주변 부종, 요통 등을 유발한다.

◇선행적 잠복결핵 검사 실시한 일본, 결핵 발병률 감소

결핵 관리에 있어 중요한 것은 잠복결핵 관리다. 잠복결핵은 활동성 결핵과 달리 증상도 없고 전염성도 없지만, 환자의 면역력이 떨어지면 언제든 활동성 결핵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이유로 세계보건기구(WHO) 및 결핵 선진국들은 빙산의 일각인 활동성 결핵만을 관리하는 것으론 국가적 결핵 관리가 어려우므로, 잠복결핵 환자를 선행적으로 발견하고 줄여나가는 전략을 펼친다.

한때 높은 결핵 발병률을 보였던 일본은 전 국가적인 결핵 퇴치 운동을 통해 결핵 발병률이 현저하게 감소했다. 1980년대 인구 10만명당 약 60명이었던 결핵 발병률은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6년 13.9명으로 OECD 평균을 약간 웃도는 수치로 떨어졌다. 일본의 결핵 발병률 감소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는데, 진단의 정확성에 집중해 양질의 결핵 및 잠복결핵 검사에 중점을 뒀다. 2012년 엘리스팟-이그라 검사법(혈액 속 특정 세포의 수·모양 등을 분석해 결핵을 진단)인 '티스팟(T-SPOT.TB)'이 일본에 도입된 이후, 현재까지 주된 검사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일본은 정부의 지원으로 잠복결핵 치료의 본인부담금이 5%로 매우 낮다. 치료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낮은 것도 유효하게 작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차 감염 위험군을 판단한 뒤 선행적으로 잠복결핵 검사를 실시하고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것에 무게를 둔 것도 일본의 결핵 발병률 감소에 큰 기여를 했다.

◇엘리스팟-이그라 검사, 잠복결핵 진단 정확도 높아

잠복결핵을 진단하는 검사법은 크게 피부 반응 검사와 혈액 검사가 있다. 혈액 검사는 다시 두 종류로 나뉘는데, 혈중 T세포가 결핵균에 반응해 분비하는 인터페론 감마 농도를 보는 엘라이자-이그라 검사와, 인터페론 감마를 분비한 혈중 T세포 수를 확인하는 엘리스팟-이그라 검사가 있다. 두 검사법 모두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엘라이자-이그라 검사는 편의성이 높고 엘리스팟-이그라 검사는 정확도가 비교적 높다고 보고돼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박경운 교수는 "엘리스팟-이그라 검사의 경우 세포 수를 통해 결핵균에 대한 특정 세포의 발현 정도를 확인하므로 정확도가 높다"며 "특히 면역력이 저하돼 있거나 고령인 사람에게는 정확도가 높은 엘리스팟-이그라 검사가 적합하다"고 말했다. 일본이나 중국 등에서는 엘리스팟-이그라 검사를 쓰는 비율이 50%를 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엘라이자-이그라 검사법을 주로 활용한다.

박경운 교수는 "결핵을 퇴치하기 위해서는 정부나 의료진뿐 아니라 모든 국민이 결핵을 다같이 극복해야 하는 문제로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며 "그 이후에는 활동성 결핵과 잠복결핵 환자 모두 제대로 정확히 진단하는 게 기본이 돼야만 결핵 발병률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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