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머리는 2대(代)에 걸쳐 유전된다'는 속설이 있다. 할아버지에게 탈모가 있었다면 자신도 탈모가 된다는 이야기다. 이 속설은 사실일까.
결론적으로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할아버지뿐 아니라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도 내 세대의 탈모에 영향을 끼친다. 물론 아버지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탈모는 유전의 영향이 강하다. 탈모 유전자는 우성으로 알려졌다. 유전법칙에서 우성 유전자는 열성 유전자에 비해 후대에 발현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이유로 아버지뿐 아니라 어머니로부터 받은 유전자에 의해 탈모가 진행될 수도 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모두 머리카락이 풍성하더라도 외할아버지가 탈모라면 그 유전자가 나로 전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유전자가 있다고 무조건 탈모가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강동경희대병원 피부과 심우영 교수는 "탈모 유전자를 물려받았다는 것은 탈모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라며 "노화·스트레스·호르몬(DHT) 등 환경적·신체적 조건에 따라 탈모 유무와 시기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탈모가 2대로 유전된다는 속설은 어떻게 생겼을까. 심우영 교수는 "아버지에겐 나타나지 않은 탈모가 자식에게 나타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런 사례들로 인해 속설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며 "탈모뿐 아니라 어떤 유전형질도 정확히 2대를 걸러 나타나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