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은 안전한 약물 복용이 가장 중요하다"

  • 김예지(약사·헬스조선 약사자문위원)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입력 : 2018.06.12 09:38

    [약사통신]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2030년 한국인의 기대 수명이 남녀 통틀어 세계 1위라고 발표했다. 이 발표에 따르면 기대 수명은 여자 평균 90.82세, 남자는 84.07세이며 인구 4명 중 한명이 노인이다. 1인당 평균 의료비 지출 전망은 약 9백만원에 이른다.

    2016년 노인의 진료비는 총진료비의 38%, 그 중 노인의 약품비는 총 약품비의 39.1%인 5조 9천억원에 달하는데 이는 10년 전에 비해 2배 늘어난 셈이라고 한다.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건강보험이 언제까지 지속 가능할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우리에서 새로운 희망을 주는 소식이 있었다.

    드디어 약사회와 건강보험 공단이 힘을 모아 시범 사업을 하게 되었다는 뉴스를 접했다. 필자가 그동안 꿈꿔 왔던 노인 약료 전문가 과정이 실효를 얻는 것 같아 정말 기쁘다. 2년 전 노인 약료 전문가 과정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이런 날이 이렇게 빨리 오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시범 사업을 노인 약료 전문가 과정 수료생을 중심으로 시행하려고 했지만, 처방을 내는 의사와의 협력이 없으면 실효를 거둘 수 없다는 생각에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

    이번 시범 사업이 좋은 성과를 얻어 미국의 Ashville project, 영국의 FOMM, 싱가폴의 Octo Pill과 같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앞선다. 1997년 미국의 노스 캐롤라이나 Ashville시에 근무하는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천식이 있는 직원을 병원과 지역약국이 팀을 이루어 환자를 교육하고, 복약 순응도도 체크하며 환자에게 약료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 10년간의 결과를 발표한 보고서는 환자의 아파서 결근하는 일수도 줄이고 환자의 만족도도 높다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이 제도는 약사에게 상담료를 지불하고도 비용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는 걸 알려주었다. 이러한 결과는 지역 약국 약사의 약료 서비스의 중요성을 일깨워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만성 질환자에게 전문 약료 상담시 약사에게 상담료를 지불하는 Hernandes Bill을 입법화하게 되었고, 현재 미국의 대부분의 약국에서는 MTM이라는 환자 상담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약국은 노인 환자들이 가장 손쉽게 드나들 수 있고, 본인의 건강과 약에 대해 언제나 상담할 수 있는 곳이다. 의사 약사가 서로 힘을 합하여 노인의 안전한 약물 복용을 위해 노력한다면, 약의 이상반응을 이상반응인지도 모르고 이 병원, 저 병원 찾아다니면서 더 많은 약을 복용해 점점 건강이 나빠지는 것도 예방하고, 중복되는 약의 낭비와 제대로 복용하지 않고 버리는 약도 줄일 수 있는 일거 양득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시범 사업에서 심부전, 만성 심질환자를 대상 환자군으로 한 것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몇 년전 심부전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너무나 많은 심부전 환자들이 퇴원 후 재입원률이 높으며, 이는 사망률과도 연관이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병원에서는 전문 케어를 받다가, 퇴원 후 지역약국 약사들이 환자의 상태를 제대로 알 수 없어서 환자에게 맞춤형 상담을 할 수 없는 것이 큰 애로 사항이었다. 이 시범 사업을 통해 이러한 환자들의 상태는 약사들과 공유하여 환자들이 퇴원 후 재입원하지 않도록 약사들이 세심하게 배려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었으면 한다.

    이 시범 사업 계획 중 가장 환영할 일은 방문 약사제도이다. 밖에 외출하기엔 너무 연로해서, 아무도 찾지 않는 집에서 하루 종일 시계만 보면서 하루하루를 견디는 할머니, 여기 저기 안 아픈데가 없어서 여러 병원에 들러 한 보따리 약을 두고 한 숨 쉬는 할아버지가 많다. 독거 노인들에게 찾아가는 약료 서비스는 노인들의 복약 순응도도 좋게 하고, 노인들이 약물 이상반응이나 낙상 등으로 입원하고 안전에 위협받는 일을 많이 예방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노인 약물 중재를 하면서 느낀 점은 노인 약료는 퍼즐과 같다는 점이다. 노인 약료는 모든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약동학, 약력학, 신체적, 사회적, 정신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노인의 질환은 빈곤, 고독, 역할 상실,등 여러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러한 사업에 참여하는 의료진들과 약사들이 노인의 특성과 노인 약료에 대한 깊은 이해는 필수적이라 생각한다. 

    대만 타이페이 약사회장에게 패밀리약사제도에 대해 물었을 때 들었던 대답이 귓가에 맴돈다.
    “노인은 안전한 약물 복용이 가장 중요하다.”

    • Copyright HEALTHCHOSUN.COM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