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도 늙는다… 나이 들수록 '수축기 혈압' 챙기세요

  • 김진구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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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8.06.01 06:03

    천차만별 고혈압

    고혈압은 국내 성인 3명 중 1명이 앓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환자마다 특징이 천차만별이다. 단순히 높다·낮다로 표현하기엔 무리가 있다. 수축기·이완기 혈압이 둘 다 높은 환자, 수축기 혈압만 높은 환자, 이완기 혈압만 높은 환자 등 다양하다. 이런 특징은 환자의 나이·성별·보유 질환·생활환경 등 다양한 변수에 의해 나타난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원인은 '나이'다.

    ◇젊은 환자|이완기 혈압 높은 경향… 미세 뇌출혈 주의

    젊은 고혈압 환자는 이완기 혈압은 높게, 수축기 혈압은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여러 연구를 종합해보면 이런 경향은 50~55세 미만에서 흔하다. 젊을수록 혈관이 말랑말랑하기 때문이다. 혈관은 마치 풍선처럼 혈압이 높을 때 넓어지고, 낮을 때 좁아진다. 젊은 고혈압 환자의 경우 심장에서 내뿜어진 혈액의 압력(수축기 혈압)을 말랑말랑한 혈관이 넓어지면서 어느 정도 상쇄한다. 그래서 수축기 혈압이 크게 높아지지 않는다. 반면, 이완기 혈압은 이미 높아진 상태가 그대로 표시된다. 고혈압 환자는 고염식 등의 이유로 기본적으로 혈액량이 많다. 이로 인해 좁은 혈관에 더 많은 혈액이 흐르며 높은 혈압을 유지하는 것이다.

    고령의 고혈압 환자 중에는 수축기 혈압이 유독 높으면서 이완기 혈압은 정상이거나 심지어 정상 이하인 경우가 적지 않다.
    고령의 고혈압 환자 중에는 수축기 혈압이 유독 높으면서 이완기 혈압은 정상이거나 심지어 정상 이하인 경우가 적지 않다. 이들은 고혈압뿐 아니라 저혈압까지 주의해야 한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젊은 사람일수록 이완기 혈압에 주의하라고 당부한다. 실제 대한고혈압학회는 올해 새로운 진료 지침을 발표하고 최근 급증하는 젊은 고혈압 환자에게 경고메시지를 주기 위해서 '주의 혈압'을 신설했다. 기존에는 이완기 혈압이 90 이상일 때부터 주의하라고 했지만, 바뀐 지침에서는 80 이상부터 주의하라고 강조했다(단위 ㎜Hg).

    젊은 고혈압 환자는 혈관이 탄력적이기 때문에 급성 심근경색·협심증 등의 위험이 낮은 편이다. 그러나 수축기 혈압이 낮다고 안심해선 안 된다. 혈관벽이 두꺼운 대동맥은 적절히 버텨내지만, 혈관벽이 얇은 미세동맥은 부담이 크다. 풍선이 얇을수록 부풀었을 때 쉽게 터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통계적으로 이완기 혈압이 높은 경우 비교적 얇은 혈관에서의 뇌출혈 위험이 더 큰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고령 환자|수축기 혈압 주의… 고혈압·저혈압 동시에 올 수도

    나이 들면 수축기 혈압이 급격히 증가하는 양상을 띤다. 반면 이완기 혈압은 적게 오른다. 서울시 보라매병원 순환기내과 임우현 교수는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임상적으로는 수축기 혈압이 20 오를 때 이완기 혈압은 10 오르는 것으로 관찰된다"고 말했다.

    나이 들면 혈관도 늙기 때문이다. 젊었을 때 말랑말랑하던 혈관은 점차 탄력을 잃고 딱딱해진다(동맥경화). 쉽게 넓어지거나 좁아지지 않는다. 혈액량이 늘어났음에도 혈관이 적절히 넓어지지 않기 때문에 혈관벽에 가해지는 압력이 높다. 수축기 혈압이 높게 나타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반대로 이완기 혈압의 경우, 혈액량이 늘었음에도 그 이상으로 혈관이 넓어진 채 굳어있기 때문에 혈관벽에 가해지는 압력이 상대적으로 낮다.

    오히려 이완기 혈압이 정상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180/70인 환자도 종종 발견된다는 것이 임 교수의 설명이다. 수축기 혈압이 너무 높은 것도, 이완기 혈압이 너무 낮은 것도 모두 문제다. 높은 수축기 혈압은 심근경색·뇌졸중 등을 야기한다. 낮은 이완기 혈압은 빈혈·저혈압에 의한 낙상의 원인이 된다. 이완기 혈압이 낮을 때도 심근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 수축기 때 혈액을 공급받는 다른 장기와 달리, 심장은 이완기 때 혈액을 공급받는다. 이 때문에 이완기 혈압이 너무 낮으면 심장에 공급되는 혈액의 양이 줄고 심근경색의 위험이 증가한다.

    ◇젊은 환자는 '생활습관 개선', 고령 환자는 '약 복용' 우선

    고혈압의 관리 방법에도 조금은 차이가 있다. 고령의 고혈압 환자는 혈압 강하제 복용이 주가 되고 생활습관 개선을 보조적으로 한다. 반대로 젊은 고혈압 환자는 생활습관 개선을 위주로, 약 복용을 보조적으로 한다.

    임우현 교수는 "노인의 경우 고혈압은 질환이면서 동시에 노화의 일부"라며 "그래서 아무리 생활습관 개선을 열심히 해도 혈압을 떨어뜨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혈압강하제를 복용하면서 저염식·체중 조절 등 생활습관 개선을 보조한다"며 "반대로 젊은 사람은 생활습관 개선을 우선하고, 여기에 실패했을 때 약을 복용한다"고 말했다.


    ☞수축기 혈압·이완기 혈압

    혈압은 혈관(동맥)이 받는 압력이다. 140/90㎜Hg 이상을 고혈압으로 진단하며, 앞쪽의 140은 수축기 혈압, 90은 이완기 혈압이라고 부른다. 수축기 혈압은 심장이 수축하면서 피를 짜내 몸 곳곳으로 보낼 때 혈관에 걸리는 압력을 말하고, 이완기 혈압은 심장이 이완하면서 피를 받아들일 때 압력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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