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선, 피부만 보면 全身 질환 놓치기 쉽죠"

건선은 피부에 붉은 색 발진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질환이다. 가벼운 피부질환으로 여기기 쉽지만, 건선은 절대로 가벼운 질환이 아니다. 관절염·심혈관질환·위장관질환 등 전신에 두루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다행히 치료법이 마땅치 않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고장 난 면역체계에 작용하는 다양한 생물학적제제가 개발돼 이런 위험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건선과 관련한 대규모 연구를 발표하며 최근 건선 학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덴마크 헤르레브-겐토프테병원 피부·알레르기과 알렉산더 에게버그 박사를 만나 건선의 동반질환과 최신 치료법에 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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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버그 박사가 건선의 최신 치료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한국얀센 제공

Q. 여전히 건선을 피부질환이라고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A.
20년 전까지 건선은 피부나 관절 정도에 발생하는 질환이라 생각했다. 최근의 연구에서는 전신 염증성 질환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피부·관절뿐 아니라 혈관·심장은 물론 심지어 간과 위장관계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건선 환자들은 심혈관계 질환 유병률이 높다. 이런 다양한 원인으로 건선 환자는 일반인보다 수명이 10년 짧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Q. 원인은 무엇인가.
A.
건선에는 사이토카인이라는 물질이 작용한다. 사이토카인이란, 면역세포가 분비하는 단백질을 의미한다. 이 사이토카인을 전달하는 역할을 ‘인터루킨’이 한다. 인터루킨은 종류가 다양하다. 그중 인터루킨-17이라는 물질이 건선을 유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여러 건선 치료제들이 인터루킨-17을 억제한다. 다만, 인터루킨-17의 경우 단순히 건선을 유발하는 것뿐 아니라, 위장관계에도 영향을 끼친다. 이를 억제했을 때 위장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신 연구에서는 건선과 염증성 장 질환의 연관성이 확인되고 있다.

Q. 인터루킨의 문제는 유전될 수 있나.
A.
건선은 유전적인 영향이 굉장히 크다. 고립된 지역을 대상으로 진행된 많은 연구에서 직계가족 중 한 명이 건선이 있으면 아들 세대에서 발병률이 28~30%, 두 명이 건선 환자라면 50%, 서너 명 이상이면 80%로 나타난다.

Q. 질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무조건 병에 걸리는 것은 아닐 것이다. 유전자가 질환으로 발병하는 요인은 무엇인가.
A.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밝혀진 건 일부에 그친다. 예를 들어 건선 중에서도 물방울 형태의 발진의 경우 연쇄상구균 감염으로 T세포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흡연이나 대기오염이 건선을 유발 또는 악화시킬 수 있다. 아직 연관성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비만 역시 요인 중 하나로 추측된다. 건선 환자들 중에는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경우가 굉장히 많기 때문이다.

Q. 최근 몇 년 새 건선 치료제가 굉장히 많이 등장했다. 이와 함께 치료 효과도 발전했나.
A.
10~15년 전에 발표된 유명한 논문이 있다. ‘건선의 완치는 비현실적’이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현재 건선을 치료하는 의사 대부분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치료제의 효눙이 굉장히 좋아졌다. 예전에는 현실적이지 않던 목표가 이제는 달성 가능한 수준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도 상당수 환자들의 피부 병변이 사라지는 것이 관찰된다. 또한, 치료제의 종류가 많아지면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게 됐다.

Q. 건선 치료제의 획기적인 발전을 논할 때 생물학적제제에 대한 이야기를 빠트릴 수 없다. 생물학적제제 등장 전후로 치료율은 얼마나 높아졌나.
A.
생물학제제가 나오기 전만 하더라도 PASI 50~75(병변이 전보다 50~75% 이상 개선됐음을 의미) 정도면 만족할만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지금은 PASI 90, 심지어는 PASI 100을 목표로 한다. 물론 모든 건선 환자가 PASI 100을 달성할 수는 없다. 아직 어떤 환자에게 어떤 약이 잘 반응하는지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런 부분에 대한 연구가 더 많아지면, 앞으로 PASI 100 환자가 절반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Q. 어떤 환자에게 어떤 약이 잘 맞는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했다. 임상적으로는 어떤가. 환자마다 치료제를 다르게 쓰는 기준이 있나.
A.
새로운 치료제가 계속 출시된다. 생물학적제제로 한정지어 설명하자면, 초기엔 ‘TNF-α 억제제’가 있었다. 이후 ‘인터루킨-12/23 억제제’가 출시됐고, 최근에는 ‘인터루킨-17 억제제’와 ‘인터루킨-23 억제제’가 나왔다. 효능이 점점 좋아지고 있지만, 아직 인터루킨-17 억제제와 인터루킨-23 억제제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좋은지에 대한 직접 비교연구는 없다.
어떤 환자에게 어떤 치료제를 쓸지는 몇 가지를 고려해 결정한다. 우선 동반질환에 작용을 하는지 여부다. 가장 흔한 동반질환 중 하나가 건선성 관절염이다. 그래서 관절염을 동반한 환자라면 해당 치료제가 건선성 관절염에도 작용할 수 있는지, 그 효능은 어떤지를 살핀다. 대개의 생물학적제제는 건선성 관절염에 효과를 낸다. 염증성 장질환도 주요 동반질환 중 하나다. 아까 언급했던 것처럼 인터루킨-17은 위장에서도 역할을 하기 때문에, 환자가 크론병 등 염증성 장질환을 앓는다면 이에 따른 치료제를 선택해야 한다. 심혈관질환도 동반질환으로 빈번하게 나타난다. 다만, 심혈관질환의 경우 아직 어떤 치료제가 효과적이라고 꼬집어 말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일례로 일터루킨-12/23 억제제의 경우 관찰 연구에서는 심혈관질환 위험이 줄어들지 않는다고 나오지만, 미국피부과학회의 임상연구에서는 심혈관질환 위험을 19% 줄인다는 결과가 나온다.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하다.

Q. 동반질환에 대한 작용 여부 외에도 치료제를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면.
A.
해당 치료제를 중단하지 않고 얼마나 오래 유지하는지, 치료제를 사용했을 때 얼마나 빠르게 효과가 나타나는지, 환자가 스스로 체감하는 약의 효능은 어떤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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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버그 박사가 건선의 최신 치료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한국얀센 제공

Q. 최근 이와 관련한 리얼월드데이터를 발표했다고 들었다.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A.
이번 리얼월드데이터는 ‘덤바이오 레지스트리 (Dermbio Registry)’라고 하는 덴마크 레지스트리를 기반으로 연구한 내용이다. 이 레지스트리에는 덴마크에서 생물학제제를 사용하는 모든 환자가 등록돼 있다. 우선 이 데이터로 환자가 특정 제제를 사용할 때 얼마나 오랫동안 중단하지 않고 유지하는지 살폈다. 기존 연구에서는 TNF-α 억제제를 더 오래 사용한다고 했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인터루킨-12/23 억제제 계열이 가장 긴 것으로 나왔다. 인터루킨-17 억제제 계열의 경우 데이터 축적 기간이 비교적 짧아 단순 비교가 어렵지만, 임상연구에 비해선 짧게 나타났다. 이는 네덜란드·미국·캐나다 연구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치료제를 사용했을 때 얼마나 빠르게 효과를 발휘하는 하는지도 확인했다. 여기선 인터루킨-17 억제제 계열이 가장 빠르게 나타났다. TNF-α 억제제는 조금 더 오래 걸렸다. 안전성 측면에서는 기존에 알려진 이상반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장 흔한 이상반응은 감염이었다. 이는 치료제 자체가 면역체계를 조절하는 기전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다. 다만, 이 연구는 무작위 연구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치료제가 더 낫다고 직접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Q. 건선에 있어서 리얼월드데이터는 더욱 중요하게 여겨진다. 이유는.
A.
임상시험에선 건강한 환자만을 대상으로 한다. 동반질환이 있는 경우엔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스페인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생물학적제제를 사용 중인 환자의 30%는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리얼월드데이터에선 삶의 질이 얼마나 개선된지도 나타난다. 치료를 통해 건선이 크게 개선됐더라도, 남은 부분이 얼굴이나 손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이라면 환자의 주관적인 만족도가 떨어진다. 이는 우울증으로 이어지고, 결국 복약순응도를 저하시킬 수도 있다. 치료제의 효과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건선 치료 성적이 좋아졌으나, 환자들이 체감하는 만족도는 그만큼 높아지지 않았다. 실제 이번 연구에서 주관적으로 더 이상 불편하지 않다고 응답한 환자는 20~25%에 그쳤다. 의사가 보기엔 피부가 깨끗해진 것처럼 보여도 환자는 여전히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다양한 이유로 특정 치료제 하나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데이터보다는 실제 현장을 반영한 리얼월드데이터가 더 중요하다.

Q. 생물학제제간 직접 비교는 힘들다고 했다. 다만, 이전 세대 약물인 TNF-α 억제제와 비교했을 땐 효과가 월등하다는 점에 대해선 모두가 인정한다. 향후 어떤 기전의 치료제 개발을 기대하는지.
A.
현재 덴마크에선 인터루킨-23 억제제 계열의 구셀쿠맙(guselkumab)이 최초로 허가를 받았다. 여기에 이어 인터루킨-23에 관여하는 치료제가 향후 3년 안에 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인터루킨-23 억제제의 경우 현재까지 드러난 데이터에선 좋은 결과를 보인다. 다만, 앞서 언급한 바와 마찬가지로, 어떤 치료제가 더 좋다고 직접 비교하긴 어렵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TNF-α 억제제에서 인터루킨 제제 쪽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를 TNF-α 억제제가 더 이상 쓸모없다고 해석해선 안 된다. TNF-α 억제제는 오랫동안 효능·안전성이 입증됐기 때문에 여전히 의미가 있는 제제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