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로 뇌 손상·癌 파악… '건강의 지표' 목소리

  •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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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8.05.03 14:13

    여성이 말을 하고 있고, 그 목소리를 분석하는 장면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목소리는 타고나기 때문에, 일반인들의 목소리에 대한 관심은 다른 신체 부위에 비해 적은 편이다. 하지만 의학계에서는 목소리로 우리 몸의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다고 여긴다. 얼굴 생김새 만큼이나 첫인상을 좌우하는 목소리. 타고난다고만 여겼던 목소리가 건강의 지표일 수 있다.

    ◇목소리로 뇌 손상 알아내는 연구 진행중

    목소리를 질병의 진단·치료 수단으로 보고 연구하는 기관은 미국의 데이비스센터가 대표적이다. 몸속 세포가 고유의 주파수를 갖고 있는데, 병이 생기면 이 주파수가 변해 목소리로 나타난다는 내용의 연구를 수차례 진행했다. 국내에서는 충북과학대가 아이들의 울음 소리를 분석해 폐렴·감기 등을 진단하는 연구를 2008년에 진행한 바 있다.

    2014년에는 미국 미시건대 연구팀이 음성을 인식해 조울증을 진단하는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앱은 스마트폰 사용자의 통화 내역을 듣고 음성 패턴의 미세한 변화를 분석해 조울증 발병 위험을 알려준다. 미국 MIT 대학과 미군은 목소리를 기반으로 한 알고리즘 제작해 가벼운 외상성 뇌 손상을 진단하려는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중이다.

    지난해부터는 목소리를 이용해 400여 개 질환을 진단하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이 이스라엘에서 개발되고 있다. 이 앱이 나오면 관상동맥질환·파킨슨병·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등을 목소리만 이용해 진단할 수 있게 된다. 음성 인식 시스템이 뇌 손상 시 모음을 길게 발음하는 등의 질환별 음색(音色)·억양 특징을 파악하는 원리를 이용했다.

    ◇쉰목소리는 암(癌)의 신호일 수도

    목소리 변화가 암의 신호라는 것은 의학계에서 정설(定說)로 통한다. 목소리는 폐 속에서 나오는 공기가 진동하는 성대와 만나면서 음파로 변하는 식으로 만들어진다. 건강한 사람의 목소리에는 잡음이 없고 힘이 실려 있다. 목소리를 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성대는 미주신경에 의해 조절되는데, 미주신경의 일부인 후두신경 주위에 암이 생기면 성대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서 쉰목소리가 난다. 후두암의 주요 증상이 목소리가 변하는 것이다. 수 주 이상 특별한 이유 없이 쉰목소리가 난다면 후두암을 의심하고 검사받는 게 좋다.

    후두암뿐 아니라 다른 암도 목소리 변화를 유발한다. 미주신경은 뇌의 기저부에서 나와 경동맥, 폐, 심장(대동맥궁), 갑상선, 식도, 빗장밑동맥 등을 돌아 후두로 이어진다. 예송이비인후과 김형태 원장은 “몸속 신경 중 상체(上體)를 도는 가장 긴 신경이다”라며 “신경이 지나는 곳 중 어느 한 군데에라도 암·종양·기형이 있을 경우 신경에 영향을 끼쳐 목소리가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감기에 걸리지 않고, 고함을 지르지도 않았는데 이전에는 나지 않던 가는 목소리가 2주 이상 지속된다면 뇌기저부암, 갑상선암, 폐암, 종격동종양, 심장질환, 식도암 등 상체에 생긴 암이 원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비염·후비루증후군, 목소리 가라앉게 해

    잡음이 섞인 거친 목소리가 난다면 보통 목을 무리하게 사용해 성대가 손상을 입은 게 원인이다. 바람이 새는 듯한 목소리는 폐질환 같은 호흡기계질환을 의심할 수 있고, 자신의 성별·연령에 맞지 않는 너무 높거나 낮은 목소리는 근신경계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일 수 있다. 후비루증후군이나 비염이 있으면 목소리가 자주 가라앉는다. 콧물이 후두 점막에 쌓여 점막이 붓고, 이로 인해 목소리가 잘 안 나오는 것이다.

    ◇목소리 작아지는 중년 남성, 노화가 원인

    50~60대 남성의 목소리가 서서히 작아진다면 노화가 원인이다. 나이가 들면 성대 근육이 작아지고 탄력을 잃어, 소리를 크게 내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또 성대 진동을 원활하게 해주는 점액 분비가 줄면서 음성이 탁해지고, 후두의 연골이 딱딱해지면서 성대의 두께와 길이를 재빨리 조절하지 못 해 다양한 음을 표현하는 것도 어렵다. 김형태 원장은 “노화 때문에 충분한 호흡이 이뤄지지 않으면 목소리를 크게 내기 힘들고, 조금만 말을 해도 목이 쉽게 피로하다”고 말했다.

    목소리가 노화하지 않게 막으려면, 몸집을 키우기 위해 근육 운동을 하듯 성대 근육을 관리해야 한다. 성대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억지로 큰 소리를 내지 말고, 술·담배·카페인을 끊고, 수분 보충을 해서 성대 점막을 늘 촉촉하게 유지하는 게 좋다. 매일 복식호흡을 하면 성대를 비롯해 목소리를 내는 데 관여하는 폐·후두 등이 단련돼 젊은 목소리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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