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상계동 터줏대감 “30년간 변하지 않은 두 가지는…”

  • 취재=김진구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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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8.04.17 18:31

    서울 노원구 상계동 위앤장이원표내과의원 이원표 원장

    고난도 수술로 죽어가는 환자를 살려내는 의사만이 명의(名醫)일까. 평범한 사람들이 앓는 평범한 병을 잘 관리해 대형병원의 수술실을 찾지 않도록 하는 의사도 ‘명의’라는 칭호를 얻기에 충분하다. 99%의 환자를 현장에서 돌보는 우리 동네 숨은 명의를 만나본다. 세 번째로 만난 의사는 서울 노원구의 위앤장이원표내과의원 이원표 원장이다.

    “허허벌판이었죠.” 이원표 원장이 지금의 자리에 내과의원을 열었을 때를 회상하며 말했다. 당시 88서울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노원구 상계동 역시 재개발 열풍이 뜨거웠다. 그리고 어느덧 30년. 서른넷의 젊은 의사는 지역주민과 세월을 함께 나누며 인생의 반환점을 돌아 예순넷의 노련한 의사가 됐다. 30년 새 환자들도, 환자가 앓는 질환도 많이 바뀌었다.

    “처음 개원했을 때만 해도 위장장애를 앓는 여성 환자가 많았습니다. 당시에는 여성이 받는 스트레스가 상당했으니까요. 소화제를 달고 사는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병원을 많이 찾았습니다. 요새는 이런 환자가 거의 없어요. 대신에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 같은 만성질환을 앓는 환자가 대부분입니다. 또한 예전에는 영양결핍으로 인한 감염병이 많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영양과잉이 문제가 된 대사성 질환을 많이 앓습니다.”

    환자가 주로 앓는 질환이 바뀌면서 동네의원으로서의 역할도 변했다. 처음보다는 할 일이 훨씬 많아졌다고 그는 말했다.

    “100세 시대라고 합니다. 평균수명이 늘어난 만큼 건강한 인생 후반전을 위해 예방이 매우 중요해졌죠. 동네의원으로서 지역주민의 건강을 더욱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가장 큰 목적은 생활습관을 적절히 관리해 합병증이 오지 않도록 막는 것입니다.”

    생활습관 관리는 간단하지만 어려운 문제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환자들도 상식처럼 알고 있다. 금연을 하고, 짜고 기름진 음식은 피하며, 주기적으로 운동을 하는 등이다. 관건은 이렇게 지루한 일을 얼마나 꾸준히 지키느냐다. 환자의 생활습관 관리를 위한 그만의 특별한 방법이 있을까.

    “오랜 기간 환자와 알고 지내는 동안 이 환자의 생활습관은 어떤지, 성격은 어떤지가 저절로 파악됩니다. 어떤 환자는 잔소리를 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어떤 환자는 잘 달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같은 내용을 전달하더라도 환자마다 이해하는 정도가 다를 텐데,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좋으면 아무래도 환자가 더 잘 이해하지 않을까요?”

    이원표 원장은 대한개원내과의사회장을 맡은 바 있다. 전국에 동네의원을 개원한 내과의사들을 대표하는 자리였다. 임기 동안 그는 더 나은 생활습관 관리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만성질환 관리에 있어 일차의료기관(동네의원)의 역할을 강화하는 내용의 ‘지역사회 일차의료 시범사업’을 정부와 함께 시작했다. 고혈압·당뇨병 환자가 동네의원을 방문해 등록하면, 의사가 문진으로 환자의 건강상태를 평가하고 포괄계획을 마련한다. 꾸준히 환자를 관리하면서 연간 8번의 교육·상담을 별도로 진행한다. 지역에 있는 건강동행센터와 연계해 영양교육·운동교육도 함께 제공한다.

    이 시범사업은 매우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동네의원의 진료시간은 평균 4.5분에서 10.1분으로 2배 이상 증가했고, 환자들의 흡연(17% 감소)·음주(8% 감소) 등 생활습관도 개선됐다.

    “정부와 ‘건강동행’이라는 이름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했습니다. 서울 중랑구, 강원 원주시, 전북 전주시·무주군에서 시행했는데, 효과가 꽤 좋았나봅니다. 이번에 전국 13개 지역으로 시범사업을 확대하기로 했거든요. 그 중에 제가 있는 노원구도 포함됐습니다. 제가 추진한 사업에 제가 포함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그는 만성질환 관리에 있어 예방접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회장으로 있을 때 건강동행 프로그램과 함께 역점사업으로 ‘LOVE50’ 프로그램을 추진했습니다. 50세 이상 성인의 건강관리를 위해 진행한 프로그램이죠. 건강한 노후를 위한 4가지 방법으로 ‘L’은 Life Style(적절한 운동과 식습관), ‘O’는 Once a year(매년 한 번 건강검진), ‘V’는 Vaccine(성인 예방접종), ‘E’는 Enjoy life(건강한 취미와 여가활동) 등을 각각 의미했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쉬우면서 확실한 방법이 백신 접종입니다. 백신처럼 확실히 병을 예방하는 방법은 없습니다.”

    성인이 맞아야 할 백신으로는 폐렴구균, 대상포진, 백일해·디프테리아·파상풍, 일본뇌염 백신이 있다. 이 가운데 그가 특히 강조하는 백신은 폐렴구균 백신이다.

    “급격한 고령화에 따라 한국에서 폐렴으로 인한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사망원인으로는 4위에 해당합니다. 특히 고령에서는 폐렴이 매우 치명적입니다. 그러나 65세 이상 성인의 폐렴구균 백신 접종률은 23%에 그칩니다. 백신의 중요성이 간과되고 있어 아쉽습니다. 면역력을 증가시킨다는 이유로 수십만 원에 이르는 건강기능식품은 잘 사먹으면서, 겨우 10만 원 정도의 백신에는 야박합니다. 진짜 면역을 증가시키는 것은 백신인데, 여러 이유로 맞지 않고 있죠.”

    강산이 세 번이나 변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다.

    “30년 전에 엄마 손을 잡고 병원을 찾았던 아이가 어느새 학부모가 됐습니다. 30년 전 자신의 나이와 같은 초등학생 딸을 데리고 병원을 찾아옵니다. 애가 잘 먹지도 않고 엄마 말을 듣지 않아 생활습관이 나쁘다고 합니다. 옆에 있는 딸은 쀼루퉁한 표정으로 앉아있죠. 엄마에게 한 마디 합니다. 30년 전 당신의 어머니도 똑같이 얘기했던 걸 기억하느냐고요. 너무 딸을 구박하지 말라고 덧붙이죠. 엄마도 딸도 언제 다퉜냐는 듯 씨익 웃습니다. 모녀관계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의사로서 그의 다짐도 30년 전과 같다.

    “의사가 되면서 세웠던 원칙이 ‘확실한 근거를 가지고 환자를 보자’였습니다. 그래야 환자에게 적어도 해가 되진 않기 때문이죠. 이 원칙을 지키고 있습니다. 의학이 발전하면 의학적 근거 역시 바뀌게 마련입니다. 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마음만 착하다고 좋은 의사가 될 수는 없습니다. 실력이 전제돼야 비로소 좋은 의사죠. 지금도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 새로 업데이트되는 의학적 근거를 배우고 익힙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마지막 환자를 보는 날까지 계속해야죠. 의사라면 당연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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