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100명 중 3명, ‘기형아 유발’ 여드름약 복용 경험

입력 2018.04.12 11:00

손에 약을 들고 있는 임신부
국내 임산부 100명 중 3명이 기형아를 유발할 수 있는 ‘이소트레티노인’ 성분 여드름 치료제를 임신 전후에 복용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헬스조선DB

국내 임산부 100명 중 3명은 기형아를 유발하는 ‘이소트레티노인’ 성분의 여드름 치료제를 복용한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단법인 임산부약물정보센터가 2010~2016년 임산부 2만2374명을 조사한 결과, 650명(2.9%)이 임신 중 또는 임신 전후에 이소트레티노인 성분의 여드름 치료제를 복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임산부약물정보센터는 11일 국회에서 개최된 ‘안전한 출산환경 정책’ 토론회에서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소트레티노인 성분의 여드름 치료제는 다른 방법으로는 치료되지 않는 중증의 여드름 치료에 쓰이는 약으로, 임산부가 복용했을 때 태아 35%에세 안면기형·심장기형·신경결손·구순열·선천성흉선결손증 등을 유발한다. 기형이 발생하지 않아도 20%가 자연유산을 경험할 정도로 위험한 약물이다.

이런 이유로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이 약을 끊은 지 30일이 지난 후에 임신을 시도하도록 권고한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는 80%가 이런 권고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약을 복용한 650명 가운데 임신 중 복용한 임신부가 409명(62.9%)이나 됐고, 사용 중단 30일 내에 임신해 부작용 위험에 노출된 임신부도 104명(16%)에 달했다. 권고를 제대로 따라 30일 이후 임신한 경우는 137명(21.1%)에 그쳤다.

임산부의 이소트레티노인 복용 나이는 18세부터 46세까지 다양했지만, 가장 많이 복용하는 시기는 25∼30세 사이였다. 복용 기간은 1인당 평균 18일이었으며, 길게는 10년 이상 복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소트레티노인 성분의 여드름 치료제는 국내에서 ‘로아큐탄’ ‘이소티논’ ‘아큐네탄’ 등의 이름으로 30여개 제품이 판매 중이다. 문제는 중증 여드름 환자에게만 처방하게 돼 있는 이 약을 중증이 아닌 경증 환자에게도 무분별하게 처방된다는 점이다. 실제 건강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해 7∼12월 사이 국내 이소트레티노인 처방량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비급여 조제 건수가 17만2636건으로 급여 조제 건수(2만5522건)보다 6.8배나 많았다.

임산부약물정보센터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같은 ‘임신예방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2000년대 초부터 임신예방프로그램(iPLEDGE)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의사가 환자를 등록하고 패스워드를 부여한 다음 지정된 약국의 약사한테서만 이소트레티노인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또 약물 복용 중 피임과 복용 전후 임신 여부 검사를 환자의 필수사항으로 정하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은 현재 유럽연합과 영국, 호주 등에서도 시행되고 있다.

보건당국도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문은희 식약처 의약품안전평가과장은 “이소트레티노인의 부작용을 집중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불법적인 거래가 끊이지 않고 오남용이 심각하다”며 “향후 불법거래를 근절하면서 처방 환자의 안전한 임신을 유도하기 위한 프로그램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