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을 처방하는 의사’ 플레이트의원 이기호 원장 “식품이 약… 식단, 조리법까지 알려드려요”

  •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사진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입력 : 2018.02.13 08:30

    ‘약식동원(藥食同源)’ 약과 식품은 근원이 같다는 뜻이다. 실제 약식동원을 실천하는 병원이 있다. 의사가 환자에게 약(藥) 대신 식품을 처방하는 플레이트(Plate, 접시)의원이다.

    이기호 원장
    이기호 원장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플레이트의원 1층에는 레스토랑 ‘안식(安息)’이 있다. 2층은 차(茶)를 처방하는 카페 ‘수분(水分)’, 3층에는 진료실이 있다. 플레이트의원의 원장은 ‘푸드테라피(Food therapy)’라는 개념을 만든 前 차의과대학 가정의학과 이기호 교수다. 환자에게 식품을 약처럼 처방하는 콘셉트의 병원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없다고 한다. 환자가 플레이트의원에 가면 3층 진료실에서 자신의 질병이나 증상에 따라 식품이나 차를 처방 받고 1, 2층에서 바로 먹을 수 있다. 플레이트의원에는 셰프만 3명이 있는데, 메인 셰프는 영양사이다. 티테라피스트, 간호사, 약사도 있으며, 이들이 식품이나 차에 대해 설명을 해주고 메뉴 추천도 해준다.

    플레이트의원
    플레이트의원

    환자의 궁금증 풀어주기 위해 식품 공부
    이기호 원장은 가정의학과 의사로 환자를 만나면서 환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식품을 공부했다.
    “제가 만나는 환자들 대부분이 약 말고 항상 뭘 먹어야 되냐고 묻는데, 해줄 말이 없는 거예요. 의대에서 식품에 대해 전혀 배우지 않기 때문에 잘 모르거든요. 대부분 의사들은 식품을 얘기할 때 ‘피해라’ ‘끊어라’라고 조언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나 환자들은 어떤 식품을 먹어야 하는 지를 궁금해 하죠. 환자들이 여주, 상황버섯, 차가버섯 등의 효능에 대해 묻는데, 저도 궁금하더라고요.”
    이기호 원장은 환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논문을 뒤지고, 책을 찾아봤다. 그러면서 좀 더 체계적으로 식품을 공부하기 위해 서울대에서 영양유전학 석사를 했고 연세대에서 분자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식품에 갑자기 관심을 가진 것 같지만, 저는 원래 요리를 좋아해요.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바쁘셔서 혼자 요리를 많이 했거든요. 고향이 시골이라 식재료에 대해서도 잘 알죠.”
    이기호 원장은 의학에 식품을 적용하기 위해 8년 전 차움(차병원 그룹의 라이프센터)에 푸드테라피센터를 만들었다.
    “푸드테리파센터에서 식품을 약과 같다고 취급하고, 환자 개개인의 영양 상태를 분석, 도움이 되는 음식과 해가 되는 음식을 알려줬어요. 8년 동안 우리 센터의 환자가 가장 많았죠.”
    이 원장은 식품만 처방해주는 것이 아니라 메뉴를 직접 만들어서 환자에게 주고, 환자 집에 배달까지 해서 먹게 해야 진정한 푸드테라피가 실현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큰 병원에 있다 보니, 처방한 식품으로 요리를 해준다거나, 도시락, 선식, 주스 등으로 만들어 배달까지 해주는 작업이 실현 불가능했죠. 제가 꿈꾸는 진정한 푸드테라피를 실행해보기 위해 개원을 했습니다.”

    상담하는 이기호 원장
    상담하는 이기호 원장

    만성피로, 면역질환, 갱년기장애 등 환자 다양
    플레이트의원을 찾는 환자들은 다양하다.
    “주로 만성 피로를 호소하는 환자, 알레르기 같은 면역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 비만, 불면증, 갱년기 장애, 암 환자 등 다양해요. 이들이 병원에 오면 제가 10년 간 쌓아온 식품 처방 노하우와 빅데이터를 가지고 식품 처방을 합니다.”
    이 원장은 환자 중에 증상이 심각하면 유전자 검사, 호르몬 균형 검사, 대사 상태를 보는 검사, 아미노산과 지방산 분석 검사 등을 시행하고, 결과를 통해 필요하면 약을 처방하고 동시에 식품을 처방한다.
    “어떤 특정 식품이 좋다고 알려주는 것 외에 식단을 짜주고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먹던 것을 싹 바꾸기보다 지금 먹고 있는 식단을 분석해서 가급적 유지하도록 하고 어떤 식품은 줄이고 어떤 식품은 추가하는 식으로 처방을 내립니다.”
    예를 들면 아침에는 주스나 선식을 추가하고, 저녁 식사는 주로 외식을 해야 한다면 어떤 메뉴나 식품 위주로 먹으라는 식으로 처방을 한다.
    한방에서도 오래 전부터 식품을 약으로 써왔다. 어떤 차이가 있냐고 물었다.
    “한방에서는 사람을 8가지나 4가지 체질로 나누고 있습니다. 단순화하다 보니 오류가 있을 수 있어요. 사람은 그 사람만의 체질이 있습니다. 현재 그 사람이 어떤 환경에 놓여있는지에 따라 처방이 달라집니다. 저는 100명의 환자를 보면 100명의 처방이 다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식품 처방의 효과는 어떨까?
    “차움에 여러 센터가 있는데, 우리 센터가 가장 잘됐어요. 그만큼 효과를 본 환자들이 많았던 것이죠. 우리 병원도 개원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입소문을 듣고 온 환자가 많습니다.(웃음)”

    이기호 원장의 식품
    이기호 원장의 식품

    푸드테라피 확산을 위한 노력
    이기호 원장은 식품을 가지고 병이나 증상을 치유하는 푸드테라피를 확산시키기 위해 2015년 대한푸드테라피협회를 만들었다. 협회에서는 여러 교육을 통해 푸드테라피스트를 양성한다. 먼저 기초 영양, 조리학 등을 배우는 기초임상푸드테라피 기본 과정이 있고 메디컬푸드테라피스트 과정, 베버리지 전문가 과정, 건강기능식품전문가 과정 등의 세부 과정이 있다. 교육은 의사뿐만 아니라 영양사, 약사, 농사를 짓는 농부, 건강기능식품 전문가 등 다양한 사람이 듣는다.
    교육 사업 외에 앞으로는 ‘기호식품’이라는 회사를 만들어 환자 별로 적합한 메뉴를 만들어 환자의 집으로 배달까지 하는 배달 사업도 시작할 예정이다. 전세계 효능 있는 식재료를 판매할 마켓도 만들 계획이다.
    “푸드테라피 확산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무궁무진하게 많아요. 많은 사람들이 식품으로 건강을 다스릴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안식(安息) 레스토랑의 메뉴는 이기호 원장의 문학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안식(安息) 레스토랑의 메뉴는 이기호 원장의 문학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용암을 나온 쌈닭과 병아리(콩)’ ‘사랑이 없이도 먹고 살 수 있습니다’ ‘식감은 틀리지 않았다’ ‘세상의 모든 버섯’ 등 메뉴의 느낌과 특징을 잘 살려 이름을 지었다. 각각의 메뉴 밑에는 이 메뉴를 먹으면 좋은 당뇨병, 고혈압, 알레르기, 만성피로 환자 등이 번호로 표시돼 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까지 질병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이 원장의 '배려'가 담긴 메뉴판이다.
    • Copyright HEALTHCHOSUN.COM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