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피부암센터 문제호·김상화·김미소 교수 “큰 피부암은 협진 필수…피부과 의사만으론 치료 어렵습니다”

  • 김수진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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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김지아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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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8.02.13 08:00 | 수정 : 2018.02.14 16:39

    PEOPLE 협진(協診)하는 의사

    환자 한 명이 여러 질환을 동시에 앓고 있거나, 하나의 질환이지만 다른 진료과 의사와 함께 치료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떨까? 이때는 관련된 의사 여럿이 함께 모여 진료·치료하는 ‘협진(協診)’이 환자에게 바람직하다. 협진은 병원과 의사 입장에서 번거롭고, 수익에도 도움이 안 된다. 그래서 협진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중요한 의료 행위다. 헬스조선은 성공적인 협진으로 환자의 건강을 되찾아주는 이야기를 소개한다. 여섯번째 주인공은 피부암 환자의 진단·치료·재발을 함께 관리하는 서울대병원 피부과 문제호 교수, 성형외과 김상화 교수, 혈액종양내과 김미소 교수다.

     왼쪽부터 문제호, 김미소, 김상화 교수

    헬스조선 세 분이 함께 일한 지 얼마나 되었나요.

    문제호 교수 2~3년 정도 되었습니다.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협진이 참 잘 됩니다. 역사가 있기 때문입니다. 오래전부터 선배 교수님들이 협진을 해왔고, 그걸 저희가 배우고 물려받았죠. 원 멤버 중 퇴임하신 연륜 있는 교수님도 계시고 합니다.
    김상화 교수 그래서 환자에 대해 함께 논의하는 게 당연하고 자연스럽습니다. 나이대가 크게 차이 나지 않아, 편하게 의견을 공유하는 것도 있고요.
    김미소 교수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방사선종양학과와 병리과 교수님도 도움을 주십니다. 대규모 인원이 협진하는 셈이죠. 게다가 대형병원이기 때문에 같은 과라도 특화 분야가 나뉘어 있어서 협진이 수월합니다. 피부과 의사 중 암을 진료하는 분이 따로 있는 것처럼요.

    헬스조선 피부암 협진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요.

    문제호 교수 먼저 환자가 피부과로 내원합니다. 거기서 처음으로 피부암을 진단하죠. 대학병원이다 보니 암이 큰 환자가 많습니다. 전이가 의심되거나, 광범위한 절제가 필요하거나, 약물 항암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어요. 이때 협진이 필요합니다.
    김상화 교수 피부암 절제술에서 피부를 광범위하게 도려내면 병변에 재건이 필요합니다. 이때 성형외과 의사가 있어야 합니다. 환자의 몸에 있는 다른 정상적인 피부를 이식하는 등 건강과 미용 두 측면에서 큰 문제가 없도록 돕습니다.
    김미소 교수 전이나 재발이 있어 항암치료가 추가로 필요하면 혈액종양내과에서 담당합니다. 표적치료제나 면역항암제 사용 같은 거죠. 표적치료제는 암세포 성장과 증식을 방해하는 약물이고, 면역항암제는 체내 면역세포의 기능을 올려줘 암세포를 죽이는 약물입니다.
    문제호 교수 일주일에 한 번은 만납니다. 환자 협진 회의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환자 치료 방법을 어떻게 할 것인지, 이미 치료가 진행되고 있다면 경과는 어떤지, 각 과에서 떠오르는 최신 지견은 무엇인지 등을 종합해 최적의 방법을 결정합니다.
    김미소 교수 환자를 함께 직접 봐야 할 일이 있다면 우리 병원에서는 의사들이 한데 모여 환자를 기다립니다. 환자가 피부과를 갔다가 성형외과나 종양내과를 들르는 게 아니라, 진료실에 들어가면 우리가 모두 환자를 맞이하는 셈입니다. 의사가 우르르 있으니 조금 놀라는 환자도 있지만(웃음), 여러 진료과를 돌아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문제호 교수
    헬스조선 협진 요청이 어렵지는 않나요.

    김상화 교수 전혀요. 정말 활발하게 연락합니다. 전화, 문자메세지, 내부 컴퓨터 시스템 등 다양해요. 병원 의무교육사항에서도 협진과 관련한 의뢰 요청 항목이 있어 요청이 어려운 분위기가 아닙니다.
    문제호 교수 때로는 전이가 안 되었거나, 재건이 필요 없어도 두 분이 오셔서 환자를 보기도 합니다. 당장은 필요 없다고 판단했더라도, 차후에 필요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거죠. 자신의 환자만 봐도 바쁜 상황인데 따로 시간을 내서 오시는 분들이라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김미소 교수 혈액종양내과는 피부과와 함께 하는 일이 많습니다. 다른 암을 앓고 있을 때 항암제를 사용하다 부작용으로 피부가 붉어지거나 가렵다고 호소하는 환자가 종종 있어요. 그때는 내과에서 피부과로 협진 의뢰를 합니다. 서로 항상 돕는 거죠.

    김미소 교수

    헬스조선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다면 설명해주세요.

    문제호 교수 두피에 기저세포암이 있던 환자가 생각납니다. 병변이 무척 커서 수술이 어려워, 타 병원에서 의뢰받은 환자였습니다. 암이 워낙 커서 두개골 침범을 의심했죠. 협진 회의 후, 피부암에 적용하는 특수 기법인 ‘모즈 수술’이 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모즈 수술은 모즈 현미경도식 수술(mohs micrographic surgery)을 흔히 줄여 말하는 것입니다. 암 조직을 한 번에 떼어내는 게 아니라, 조직을 조금씩 제거합니다. 이 제거된 조직 조각을 현미경으로 암세포가 있는지 하나하나 확인합니다. 의사에게는 힘든 작업일 수 있으나, 환자 입장에서는 광범위한 절제술에 비해 절제범위를 최소화할 수 있어 좋습니다. 얼굴·머리처럼 많이 절제하면 곤란한 부분에 알맞죠. 재발도 적은 편입니다. 수술 당일 국소마취를 통해 모즈 수술을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두개골로 암이 퍼지지 않아, 병변을 제거한 뒤 성형외과 교수님께 ‘바통 터치’를 했죠.
    김상화 교수 오전에 문 교수님이 모즈 수술을 끝낸 뒤, 저는 곧바로 재건 수술에 들어갔습니다. 옆구리에서 정상 피부를 떼어 두피 쪽에 붙이고 혈관도 이어줬죠. 모즈 수술부터 재건 수술까지 하루에 마무리했습니다.
    문제호 교수 이후 저는 환자를 잊고 있었습니다. 재건 수술을 김상화 교수님에게 맡기고 수술장을 나왔거든요. 재발에 대한 부분은 김미소 교수님이 담당하는데, 재발 위험도 크게 없었고요. 그만큼 다른 의료진을 믿고 있었다는 소리죠. 무슨 일이 있었다면 저한테 연락이 왔을 테니까요. 외래를 보던 어느 날,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 환자가 인사하러 오셨어요. 알고 보니 두피 기저세포암 제거 및 재건 수술을 받은 환자였습니다. 환자 얼굴보다 두피만 들여다봤으니, 얼굴이 제대로 기억나지 않았던 거예요(웃음). 그제야 ‘아 별탈 없이 잘 지내고 계시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치료 과정을 잘 마무리해준 피부암센터 교수님들에 대한 고마움을 함께 느끼면서요.

    김상화 교수

    헬스조선 피부암 치료에 있어 제도·구조적인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문제호 교수 펫시티(PET-CT, 암영상진단검사)는 피부암 환자의 전이(악성 종양이 다른 곳으로 전파한 상태)를 확인하기에 최적인 검사입니다. 그런데 조직학적 진단이 선행되기 전에는 먼저 찍을 수 없어요. 우리나라는 아직 피부암 환자가 서양처럼 많지 않습니다. 점점 증가하는 추세지만요. 피부암 중 치명적이라고 알려진 악성 흑색종의 경우 전이가 잘 되는데, 이를 아는 사람이 적습니다. 미리 펫시티로 검사할 수 있으면 좋은데, 미리 확인해볼 의도로 검사할 수 없습니다. 무분별하게 영상검사를 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만든 제도이지만, 3차병원에서는 되도록 빠른 전이 확인을 위해 필요할 때마다 검사가 가능하게 된다면 좋겠어요.

    헬스조선 마지막으로 피부암 환자나 헬스조선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김상화 교수 아직까지 우리나라 사람에게 피부암은 생소한 질환입니다. 간암이나 위암은 잘 알고 계시는데, 피부암의 위험성은 모르는 분이 많아요. 10년 이상씩 방치하다 오는 환자도 많이 봤습니다. 손이나 발에 생긴 흑색종을 오래 방치하면 해당 부위를 절단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요. 잘 모르는 만큼 병원에 왔을 때 의사가 설명도 자세히 해야 하고요. 피부암에 대한 국민 인식이 좀 더 좋아졌으면 합니다.
    문제호 교수 피부과나 성형외과도 분야가 다양합니다. 작은 병원은 세분화 진료가 쉽지 않아요. 협진이 되려면 의사가 병원에서 특화분야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피부암 협진을 생각한다면 대형병원을 고려하는 게 좋겠죠.
    김미소 교수 치명적인 피부암인 흑색종의 경우, 대부분 크기가 큽니다. 지름 0.6cm~1cm 이상의 점이 있다면 한 번쯤 피부암을 의심해보세요.

     

    서울대병원 피부암센터가 알려주는 피부암 예방 수칙
    1. 인공적인 태닝은 피한다.
    2. 오전 10시~오후 4시 사이 햇빛에 장시간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
    3. 자외선차단제는 UVA·UVB를 다 차단할 수 있고, SPF30 이상인 것을 사용한다.
    4. 미국의사협회에서 권장하는 ‘ABCDE’감별법을 통해 자신의 피부를 자가로 점검해보자. 중년 이후에 생긴 점(색소성 병변)이 ▲비대칭성(asymmetry) ▲불규칙한 경계(border irregularity) ▲다양한 색깔(color variegation) ▲0.6cm 이상(diameter)의 특징을 가지면서 ▲점차 커진다면(evolving) 전문의 진찰을 받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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