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편두통 시달린다면, ‘두통 일기’부터 써보세요”

입력 2017.12.22 08:00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고려대구로병원 신경과 오경미 교수

오경미 교수

오경미 교수
오경미 교수의 전문 환자 진료영역은 두통, 뇌졸중, 어지럼증 등으로 고대 구로병원 두통 클리닉과 뇌졸중 클리닉을 운영 중이다. 편두통의 다양한 증상 중 서양인과는 다른 동양인만의 특징을 찾고자 노력하며, 예방 및 진행 방지를 위한 메커니즘 연구로 질환을 극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한 편두통에 영향을 주는 식이, 수면, 운동 등의 생활습관을 조사하고 비약물적인 방법으로 편두통을 개선시키고자 연구하고 있다.

만성편두통 환자들은 늘 흐린 날을 살고 있다. 햇빛이 쨍한 날도, 비가 온 후 맑게 갠 날에도 편두통 환자들에겐 흐린 날일뿐이다. 이유는 두통 때문이다. 만성편두통 환자들은 한 달에 15일 이상을 심각한 두통으로 일상생활에 영향을 받다 보니 맑은 날이 없다고 호소한다. 남들에겐 흔한 쇼핑이나 집 앞 나들이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한 두통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몇몇은 두통이 한번 시작되면 구토를 하기도 하고 빛과 소리에도 예민해지기도 한다. 우리나라에 만성편두통 환자는 전체 인구에 2~3%에 해당될 정도로 적지 않다. 이에 만성편두통을 전문으로 보는 고려대구로병원 신경과 오경미 교수를 만나서 만성편두통 환자의 생활 속 관리법과 치료 등에 대해 들었다.

Q. 만성편두통은 현대에 많아진 질환인가요? 주변에 보면 편두통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 느낌입니다.
A. 아닙니다. 만성편두통은 고대 이집트 벽화에도 등장할 정도로 오래된 질병입니다. 당시 그려진 벽화를 보면, 지푸라기 같은 걸 머리 위에 올리고 있는 모습이 있습니다. 아마 그때는 두통 환자를 악귀에 씌었거나 마녀라고 인식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두통이라는 게 눈으로 보이지 않는 증상이기 때문에 치료도 되지 않고 늘 아프다고 하니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두통을 두고, 인간과 함께 가는 질병이라고 부릅니다.

Q. 편두통을 유발하는 원인이 밝혀졌나요?
A. 아직까지 확실하게 밝혀진 건 없습니다. 다만 유전적인 원인이 크다는 게 두통을 보는 의사들의 공론입니다. 편두통을 앓는 사람을 보면 가족에 꼭 편두통 환자가 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유전자가 편두통을 보다 더 유발하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들은 두통의 역치(어떤 압력을 가했을 때 통증을 느끼는 수치)가 일반 정상인보다 현저하게 낮습니다. 조금만 예민해져도 두통이 생기기 쉽고, 한번 두통이 시작되면 오래도록 지속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리고 편두통 환자들은 유독 정신과적 질환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질환이 우울증과 불안증, 공황장애입니다. 이런 질환과도 어떤 연관이 있을 수 있겠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Q. 우리나라 편두통 환자들만의 특징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특징이 있다면 어떤 특징이 가지는지요?
A. 일단 우리나라 편두통 환자들은 여성이 많습니다. 그리고 20~30대와 폐경 무렵에 환자가 집중돼 있는 양상을 띱니다. 특히 폐경 무렵에 편두통이 악화돼서 병원에 오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는 폐경 무렵엔 편두통이 감소하는 편입니다. 일부 폐경기 증상이 나타날 때(갱년기 즈음) 일시적으로 두통이 악화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마저도 일시적인 편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폐경 이후로 편두통이 심해져서 병원에 오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아마 우울증이나 불안증 같은 정신과적인 질환이 많아지는 시기이다보니 동반되는 질병이라 그렇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Q. 편두통 환자들은 삶의 질이 굉장히 저하된다고 들었습니다. 삶의 질을 높이고 두통으로부터 해방되는 방법이 있을까요?
A.
제가 환자들에게 강조하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잘 자고 잘 먹고 잘 움직여라는 말입니다. 보다 자세히 이야기를 하자면, 일단 잘 먹을 땐 카페인이 든 음식을 줄여야 합니다. 편두통 환자들 중에는 카페인이 든 초콜릿이나 커피를 마시면 증상이 완화돼서 챙겨 먹는다는 사람이 꽤 있습니다. 두통은 혈관이 확장되면서 나타나는 증상인데 카페인은 일시적으로 혈관을 수축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먹는 당시에 두통이 줄어드는 것도 카페인이 혈관을 수축시켜서입니다.

문제는 카페인을 계속 먹으면 오히려 두통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입니다. 주중에 늘 같은 시간대에 커피를 먹다가 주말에 커피를 먹지 않을 때 두통이 생긴다는 이들이 있는데, 이게 바로 카페인으로 유발되는 두통입니다. 따라서 편두통 환자들은 카페인이 든 음식 섭취를 줄여야 합니다. 그리고 인터넷에 보면 ‘○○ 음식은 두통을 유발한다’고 떠도는 게 많습니다. 실제로 어떤 음식이 두통을 유발하는 건 극소수입니다. 만약 어떤 음식을 먹고 두통이 생겼다면 그 음식을 피하면 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두통일기를 써보시길 권합니다. 어떤 행동을 했더니 두통이 생겼다, 이럴 때 두통이 심해졌다 등등의 내용을 적다보면 두통을 피할 수 있는 길도 보입니다.

Q. 편두통 환자에게 운동도 도움이 될까요?
A. 규칙적이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운동은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운동 중에서 두통을 유발하는 ‘운동유발성두통’이 있습니다. 여성은 수영, 남성은 웨이트트레이닝을 할 때 운동유발성두통이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수영이나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면 일시적으로 복압이 올라가는데, 이게 뇌압과 연관이 돼서 두통이 생긴다고 보여집니다. 따라서 어떤 운동을 하고 나서(특히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운동) 두통이 심해졌다면 해당 운동을 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Q. 만성편두통은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하나요? 평생 약을 먹어야하는 질환인가요?
A.
만성이라는 단어가 붙은 질환은 완치가 어려운 질환입니다. 평생을 잘 관리하며 지내야 합니다. 만성편두통도 그렇습니다. 특히 한번 두통이 시작되면 심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만성편두통 환자들은 매일 약을 먹으면서 증상이 나타나지 않게끔 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엔 보톡스가 만성편두통 환자의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보톡스 치료도 좋습니다. 보톡스 치료는 3~4개월 동안 약효가 지속돼서 매일 약을 먹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편두통 치료를 위해서는 주변에서의 지지가 중요합니다. 편두통 환자들을 보면 초반엔 가족들이나 주변에서 안타까워하다가 시간이 흐르면 지지를 받지 못하고 혼자 끙끙 앓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분들이 마음의 병이라거나, 예민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 정도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만성편두통은 엄연한 질환입니다. 혼자서는 해결이 되지 않기 때문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서 통증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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