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치료… 수술·재활 함께 하지 않으면 환자 예후 나빠요"

  • 김수진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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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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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7.12.08 09:00

    협진(協診)하는 의사
    강남세브란스병원 뇌졸중팀 박윤길·이경열·김용배 교수

    환자 한 명이 여러 개 질환을 동시에 앓고 있거나, 하나의 질환이지만 다른 진료과의 의사가 도움을 줘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떨까? 이때는 관련 진료과 의사들이 함께 진료·치료하는 ‘협진(協診)’이 환자에게 바람직하다. 협진은 병원과 의사 입장에서 번거롭고, 수익에도 도움이 안 돼 피하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협진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중요한 의료 행위다.<헬스조선>은 성공적인 협진을 통해 환자의 건강을 되찾아주는 이야기를 소개한다. 네 번째 주인공은 뇌졸중 환자의 수술·시술부터 재활까지 함께 움직이는 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박윤길 교수와 신경과 이경열 교수, 신경외과 김용배 교수다.

    쌀쌀해진 날씨로 사람들의 옷차림이 한층 두꺼워진 지난 11월 중순,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의 한 회의실에서 박용길·이경열·김용배 교수를 만났다. 차례로 도착한 세 교수 사이에는 어색함이 전혀 없었다. 뇌졸중은 위중한 질환이고, 환자도 많은 만큼 병원 내에서 영역 다툼도 흔히 일어나 관련된 과의 의사끼리 사이가 좋지 않을 때도 있다. 친분이 깊어 보인다고 이야기하니, “같은 학교 출신인데 학부 때는 몰랐고, 병원에서 함께 치료를 하다가 친해졌다(김용배 교수)”, “서로 배려하고 도와주려는 마음 덕택에 친해질 수 있었다(이경열 교수)”, “친밀해서 협진이 더 쉬웠다(박윤길 교수)”는 대답이 연이어 나왔다. 뇌졸중 환자를 함께 치료하는 세 의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왼쪽부터 신경외과 김용배 교수, 재활의학과 박윤길 교수, 신경과 이경열 교수
    왼쪽부터 신경외과 김용배 교수, 재활의학과 박윤길 교수, 신경과 이경열 교수

    헬스조선 뇌졸중 관리에서 기본적으로 세 분이 각각 하시는 일이 궁금합니다.

    김용배 교수 뇌에 있는 혈관이 막힌 뇌경색과 그 혈관이 터진 뇌출혈을 모두 합쳐 뇌졸중이라고 합니다. 일단 뇌졸중이 생기면 빠른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뇌경색이 오면 막힌 혈관을 혈전용해제 주입 등으로 4~5시간 내에 뚫어줘야 하고, 출혈이 많으면 뇌안에 고인 피를 제거하는 수술이 필요합니다. 뇌경색이 광범위하게 진행되면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두개골 절제술을 하기도 해요. 환자 혈관에 가느다란 도관을 넣어 혈전을 제거하는 ‘인터벤션’ 시술도 합니다. 이때 한 과의 의사만 필요한 게 아니에요. 신경과·신경외과는 물론 영상의학과나 마취과 등 여러 과의 의사가 필요합니다. 대표적으로 신경과는 혈전용해제 주입 같은 시술, 신경외과는 수술 전반을 다루는 치료 등에 필요한 거고요. 이러한 치료들을 급성기 치료라고 합니다. 생명을 건지는 치료죠. 그러나 뇌에 부담이 가는 만큼 신체 마비나 감각 이상, 삼킴장애, 인지기능 저하, 성격 변화 등 손상된 뇌 부위에 따라 다양한 후유증이 나타납니다. 이런 복합적인 장애를 최소화하는 게 재활치료입니다. 이때 재활의학과가 필요하죠.

    이경열 교수 검사 결과를 통해 환자 상태를 보고, 세 사람이서 함께 회의합니다. 수술·시술이 필요 없지만, 재활을 꼭 해야 하는 환자도 있고 긴급한 수술·시술이 필요한 사람도 있죠. 긴급하지 않은 상태라면 앞의 세 가지 경우 중 어떤 게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것인지 협진회의를 통해 결정합니다. 또한 재활은 언제 할지에 대한 시기도 결정해야 합니다. 무작정 재활해버리면 안 됩니다.

    박윤길 교수 재활치료는 환자가 안정된 뒤 이뤄져야 합니다. 물론 재활치료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일반치료와 재활치료가 함께 이뤄져야 좋은 환자도 있고요. 그러나 안정적이지 않은 환자가 재활부터 하면 출혈이 더 커지거나 해서 안 하느니만 못한 상태로 갈 수 있어요. 혈압이 낮거나, 혈관 막힌 부위가 점점 커지는 상황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건 재활의학과가 단독으로 알기 힘들죠. 신경과를 비롯한 여러 분야의 의사가 필요합니다. 결국 협진은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입니다. ‘이런 치료를 하는 게 좋겠다’, ‘이 시기에 재활을 하는 게 적합하겠다’ 하고요.

    박윤길 교수
    박윤길 교수

    헬스조선 위중한 질환인 만큼, 환자 관리에 관여하는 사람이 많아 의견이 잘 모아지지 않을 때는 없나요.

    김용배 교수 사실 저희는 잘 돼요(웃음).

    이경열 교수 이만큼 잘 되는 곳도 드물죠(웃음).

    박윤길 교수 1주일에 한 번씩 회의를 하고, 2주일에 한 번은 여러 과가 환자를 위해 발표하는 자리에 참석해요. 뇌졸중 후유증 중 하나가 음식물을 잘 삼키지 못하는 것인데, 영양팀에서 와서 이 증상에 대해 영양학적으로 알려주는 식입니다. 신경과에서 최신 뇌졸중 치료트렌드를 발표하기도 하고요. 병원 시스템 자체가 협진이 잘 되게 되어 있어요.

    이경열 교수
    이경열 교수

    헬스조선 의견이 잘 모아지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김용배 교수 병원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의사끼리 얼마나 친분이 있느냐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뇌졸중 치료에 필수적인 진료과는 이 자리엔 안 계신 영상의학과 선생님까지 4개과입니다. 재활의학과-신경과-신경외과-영상의학과 4개가 각각 사각형의 꼭지점이라고 가정해볼게요. 각각이 평등한 관계라면 반듯한 정사각형을 그릴 수 있습니다. 정사각형에 가까울수록 이상적인 협진이 됩니다. 그런데 한쪽이 권위적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예를 들어 신경과가 해당 병원에서 힘이 있거나, 신경과 의사가 가장 선배라는 명목으로 타인의 의견을 묵살시키는 분위기라면요? 자신의 진료 실적에 큰 욕심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요? 그러면 정사각형이 찌그러지면서 사다리꼴 모양의 사각형이 되어버리겠죠. 정사각형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느 한쪽이 권위적이지 않아야 하는데, 두루 배려하면서 친분을 쌓지 않으면 어려운 일입니다. 다행히 우리 세 사람은 친합니다. 모교가 같다는 공통점도 있었지만, 두 분 모두 저보다 선배인데 환자 앞에서는 평등한 입장에서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해주세요. 그러다보니 믿음이 가고, 개인적으로 친해지게 되더군요. 덕택에 정사각형을 유지하면서 환자를 볼 수 있었어요. 싸운다고 해도 각자 환자를 위한 의견이 달라서 싸우는 거지, 실적이나 개인적인 성향 때문에 싸우지 않아요.

    이경열 교수 회의 때만 얼굴을 보는 게 아닙니다. 그냥 전화해요. 친하니까. ‘지금 이 환자가 이런 상태인데 어떻게 생각합니까?’라고 물어보는 거죠. 같이 편하게 식사도 하고 고민도 나누는 사이니까 가능한 겁니다. 박용길 교수님이 맏형 역할을 잘 하시기도 하고요. 나이대도 크게 차이나지 않습니다.

    박윤길 교수 사실 임상에서 가장 치열하게 부딪히는 쪽이 신경과와 신경외과입니다. 환자를 시술할 것이냐 수술할 것이냐에 대한 영역 다툼을 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습니다. 서로 얼굴을 안 보는 병원도 있어요. 함께 환자를 치료해야 하는데 안타까운 일이죠. 그런데 두 분을 보면 서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합니다.

    이경열 교수 김 교수님과 저는 그냥 주장을 펼치는 게 아니라, 각자 온갖 문헌이나 실험결과를 찾아보고 환자에게 최선의 가능성을 비교해봅니다. 이 방법을 했더니 생존율이 여기서는 20%가 넘던데 저 방법은 다르더라 하는 식입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뇌졸중팀만의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어요. 여러 문헌과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특정 경우에 대해 이런 치료법이 더 경과가 좋다고 결정 내린 뒤, 실제 환자의 예후를 통해 점수화하는 겁니다. 이러다보니 협진이 더 수월해졌습니다. 물론 병원 자체의 뇌졸중 프로그램도 훌륭합니다. 빠른 치료가 필요할 때는 365일 24시간 언제라도 치료 결정 1시간 이내에 혈전을 직접 제거하는수술을 시행할 수 있고,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시술은 응급실 도착 후 약 30분 이내로 가능합니다.

    김용배 교수
    김용배 교수

    헬스조선 뇌졸중 치료에서 재활이 왜 중요한가요. 현재 병원 재활 시스템의 한계는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박윤길 교수 뇌졸중 환자 10명 중 1명은 재활치료 없이도 회복되고, 또 다른 1명은 재활치료를 해도 장애가 최소화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남은 8명은 재활치료를 했을 때 뇌졸중 후 생기는 마비 등 다양한 장애가 회복됩니다. 특히 뇌졸중이 발생한 후 6개월 사이가 관건입니다. 기능 회복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시기거든요. 가능한 빨리, 적극적으로 재활해야 최대한 많은 기능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전기자극치료(FES)나 물리치료, 작업치료, 보행 훈련, 언어치료 등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재활은 뇌졸중에 필수인데 제대로 못 받는 분도 많습니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가족이 돌봐줘야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가장 문제인 것은 대학병원에서 한 사람이 지속적으로 재활치료를 받기 어렵다는 겁니다.

    김용배 교수 급성기 치료가 끝난 환자는 계속 재활의학과로 넘어가는데, 재활의학과 병상에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수용을 다 해주면 좋은데, 받을 수 있는 환자 수는 한계가 있죠.

    박윤길 교수 재활을 받는 환자에게 투입되는 여러 의료진의 수를 고려해보면 큰 수익이 나는 것도 아니라, 병원에선 재활의학과 병상을 크게 늘리기 힘듭니다. 그래서 환자가 어느 정도 안정되면 근처 다른 재활전문병원이나 재활이 가능한 병원으로 옮기라고 이야기 합니다.

    김용배 교수 문제는 환자들이 계속 자신이 뇌졸중 치료를 받은 병원에서 재활까지 하고 싶어 하는 점입니다. 무작정 자리가 날 때까지 재활치료를 안 하고 집에서 기다리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어요.

    박윤길 교수 이렇게 되면 최적의 재활치료 시기를 놓치기도 합니다. 절대 피해야 합니다. 무작정 참고 기다릴게 아닙니다. 의사가 재활하라고 하는 시기에, 수술받은 병원에 재활환자를 받을 자리가 없다면, 해당 대학병원과 연계가 되어 있거나 의사가 추천해주는 재활병원으로 빨리 가는 게 중요합니다.

    헬스조선 마지막으로 뇌졸중 치료에 있어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이경열 교수 기존의 조직구조에서 탈피하면 좋겠습니다. 재활의학과, 신경외과 이게 아니라 병명으로 뭉치는 것입니다. ‘뇌졸중과’ 같은 식이죠. 궁극적으로는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야 제대로 협진이 됩니다. 우리 병원의 뇌졸중팀이 그 단초가 되었으면 좋겠네요(웃음).

    김용배 교수 뇌졸중은 명의를 찾을 게 아니라 좋은 시스템을 갖춘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의사 한 명이 혼자 치료하는 병이 아니거든요. 뇌졸중 치료 병원을 찾는다면 체계적이고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 꼭 살펴보세요.

    박윤길 교수 뇌졸중 후 재활치료의 중요성을 아직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시술이나 수술이 뇌졸중 치료의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뇌졸중팀이 알려주는
    ‘뇌졸중 위험을 줄이는 건강수칙’
    - 늘 혈압을 재고, 고혈압이 있으면 꼭 조절한다.
    - 담배는 끊는다. 담배를 끊고 1년이 지나면 뇌졸중 위험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5년이 지나면 비흡연자와 뇌졸중 위험 정도가 비슷해진다.
    - 일주일에 4일, 하루에 30분 이상 운동한다. 달리기, 빨리 걷기, 자전거 타기가 좋다.
    - 1년에 한 번 의사를 만난다. 뇌졸중 위험인자는 기본적인 검진으로도 쉽게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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