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혈압 진단 기준 강화… 우리도 적용해야 하나?

  • 김진구 헬스조선 기자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황인태 헬스조선 기자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입력 : 2017.11.22 09:00

    국내 고혈압 전문가 10인에게 물었다

    국내 적용 시 신규 환자 650만명
    贊 "심혈관질환 예방 위해 필수
    "反 "모든 사람에게 적용은 무리"

    우리나라 코호트 연구 진행 중
    유럽 지침 확인, 亞太 논의 거쳐야

    최근 미국심장협회(AHA)와 미국심장학회(ACC)가 고혈압 진단 기준을 수축기혈압 140㎜Hg, 이완기혈압 90㎜Hg 이상에서 130/80㎜Hg 이상으로 강화하면서, 고혈압 환자들의 걱정이 크다. 현재 우리나라의 고혈압 진단 기준은 140/90㎜Hg 이상으로, 미국의 진단 기준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반영한다면 650만명의 새로운 고혈압 환자가 발생한다. 미국에서 고혈압 진단 기준이 바뀐 건 14년 만의 일로, 혈압 기준이 이처럼 강화된 이유는 최고 혈압이 130㎜Hg에 도달할 경우 심혈관질환 위험이 정상 혈압(120㎜Hg)일 때보다 2배로 높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SPRINT· 2015년)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내 고혈압 기준도 변화해야 할까? 국내 고혈압 전문가 10인에게 물었다. 미국의 변화를 따라야 한다는 의견도, 그럴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대부분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게는 적용할만하다"고 했다.

    국내 고혈압 전문가들은 "혈압 기준 변화가 사회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클 것이기 때문에 내년에 발표될 유럽심장학회 진료지침도 확인해야 하고, 아시아태평양 국가들과의 논의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고혈압 진단 기준이 수축기혈압 130㎜Hg, 이완기혈압 80㎜Hg로 강화됐다. 이와 관련, 국내 고혈압 전문가들은 우리도 진단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과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 등 여러 입장을 내놨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반대 "SPRINT 연구 한계 많아"

    ▲김종진 강동경희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미국의 고혈압 진단 기준 변경에 영향을 끼친 SPRINT 연구에는 몇 가지 한계가 있다. 대상자가 일반적인 고혈압 환자가 아니라 합병증이 있는 심한 고혈압 환자라는 것과, 혈압 측정을 조용한 밀실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한 뒤에 환자 스스로 했다는 점이다. 혈압을 환자 스스로 재면 의료진이 측정할 때보다 10㎜Hg 정도 낮게 나온다. 만약 혈압을 의료진이 측정하는 식으로 연구가 이뤄졌다면 130㎜Hg일 때의 심혈관질환 위험이 지금 연구에서처럼 높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130/80㎜Hg 미만으로 혈압을 유지하라는 권고가 나온 SPRINT 연구를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미국의 변화를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김철호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고혈압 진단 기준은 전과 동일하게 140/90㎜Hg이 적당하다. 미국심장학회의 결정부터가 비이성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낮은 혈압이 심혈관질환의 발생을 감소시킨다는 연구결과에 근거한 결정이었는데, 이 연구결과 하나만으로 너무도 많은 비용이 소모되는 결정을 내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오히려 이와 대치되는 연구결과도 많다. 한국의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은 심혈관질환 발생이 미국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미국의 결정을 일방적으로 따르기보다는 한국의 심혈관질환 상태, 경제적 수준, 의료 환경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박성하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

    미국의 진단 기준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면 650만명의 새로운 고혈압 환자가 발생한다. 모든 사람에게 이 기준을 적용하는 건 아직 무리다. 만약 이 기준을 그대로 적용한다 하더라도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 수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약물치료가 심혈관질환을 감소시킨다는 임상적 근거는 140/90㎜Hg 이상에서만 나와 있다.

    찬성 "사망률 감소 효과 기대"

    ▲김동수 부산백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고혈압 진단 기준을 130/80㎜Hg으로 낮춰서 빨리 진단하고 빨리 치료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 사망 원인 2·3위를 차지하는 심혈관질환과 뇌혈관질환의 주요 유발 인자는 고혈압이다. 고혈압을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심뇌혈관질환 사망률을 감소시킬 수 있다. 130/80㎜Hg 이상을 고혈압으로 진단하게 된다면, 고혈압 진단자 중에서 10년 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10% 이상일 경우 항고혈압제 복용을 시작하고, 10% 미만이면 생활요법을 시행하도록 해야 한다. 130/80㎜Hg 이상으로 고혈압으로 진단 기준이 바뀌면 고혈압 전단계의 기준은 수축기혈압 120~129㎜Hg, 이완기혈압 80㎜Hg 미만으로 강화된다. 고혈압 전단계에 해당하는 사람은 생활요법을 실시하면서 3~6개월마다 혈압과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재평가해야 할 것이다.

    ▲이해영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정상 혈압(120/80㎜Hg)을 기준으로 혈압이 140/90㎜Hg이면 심혈관계 합병증 발생 위험이 2배, 130/80㎜Hg이면 1.5배로 높다. 혈관 건강을 100년 이상 유지해야 하는 이 시대에는 조금 더 적극적인 치료가 가능하고 필요하다. 내년 개정 예정인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 진단 기준에 미국 진단 기준 변화를 적극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고위험군일 경우 130/80㎜Hg을 기준으로 삼아 약물치료와 생활습관 교정을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일부 수용 "고위험군엔 적용 고려"

    ▲조명찬 충북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

    고혈압 진단 기준 변화는 사회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 미국의 경우 30세 이상 절반이 고혈압 환자로 분류된다. 우리나라 고혈압 진단 기준을 당장 바꿀 수는 없다. 다만 심혈관질환 예방적 차원이란 관점에선 긍정적으로 검토해 나갈 예정이다.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수치를 적용하기는 어렵고, 이미 심혈관질환을 앓았거나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10% 이상인 고위험군(흡연자, 당뇨병·만성콩팥병 환자 등)에 한해 진단 기준을 130/80㎜Hg으로 낮추는 정도는 고려해볼 만하다.

    ▲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미국의 가이드라인을 받아들이기엔 시기상조다. 미국에서도 단 하나의 연구만으로 고혈압 진단 기준을 바꾼 것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유럽·일본 역시 이 연구에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한국에 적용하려면 국내 연구가 뒷받침돼야 한다. 혈압은 낮게 유지할수록 심혈관질환 위험이 줄다가 과도하게 낮추면 위험이 다시 증가하는 'J-커브' 그래프를 그린다. 이에 따라 심혈관질환 위험이 크지 않은 저위험군과 고령층은 기존 기준(수축기혈압 140㎜Hg 미만)으로 진단하고, 고위험군 및 젊은 연령에서는 강력한 혈압 조절(130㎜Hg 미만)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박덕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

    한국 현실에 맞춰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SPRINT 연구를 한국에 적용했을 때 심혈관계 사건 발생률이 기존 7.65%에서 6.15%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국내 연구결과가 있다. 뇌졸중·심장질환을 앓는 고혈압 고위험군의 경우 130/80㎜Hg이라도 처음부터 약물투여 등의 적극적 치료를 하고, 젊거나 건강한 사람은 생활요법으로 관리하는 내용이 국내 가이드라인으로 적용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따라 새로 고혈압을 진단받는 130/80㎜Hg 이상 환자의 10%인 65만명 내외가 약물치료를 시작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욱진 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 교수

    미국 진료 지침을 인종과 체격이 다른 우리나라 환자들에게 적용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목표 혈압을 낮추는 것은 주요 장기로 가는 관류혈압까지 떨어뜨려 쉽게 피로해지고 어지러움을 느낄 수 있으며 장기 기능까지 저하될 위험이 있어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아직까지는 대규모 임상 연구 결과들이 더 나올 때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코호트 연구가 진행 중이므로 해당 연구가 어떤 결과를 내는지 봐야 한다.

    ▲편욱범 이대목동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기존의 수축기 혈압 140㎜Hg이라는 고혈압 진단 기준은 과학적인 근거가 미약한 상태에서 정해진 것이다. 혈압을 재는 방식은 변하고 있다. 수은혈압계 대신 자동전자혈압계를 사용하면서 혈압이 이전보다 낮게 측정된다. 혈압이 낮게 측정되는 만큼 진단 기준도 낮아져야 할 것이다. 고혈압 약도 발전했다. 부작용 위험이 줄고, 하루에 한 번만 복용해도 되는 등 치료 부담이 적으므로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게 좋다. 앞으로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미국의 변화는 우리나라의 고혈압 진료 지침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한다.

    • Copyright HEALTHCHOSUN.COM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