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하면 무조건 우울증? 20대는 '조울증' 신호일수도

입력 2017.11.07 16:05
웃는 얼굴과 우는 얼굴 사진을 든 사람
20대에 생긴 우울증은 조울증의 신호일 수 있어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사진=헬스조선DB

20대 젊은 우울증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25세 이전 발생한 우울증이 조울증의 초기 증상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발표한 ‘우울증 환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우울증 환자 64만 1987명 중 9.9%(6만 3336명)가 20대 환자였다. 20대의 우울증 증가율은 80대 이상 연령층 다음으로 컸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경수 교수는 “우울증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데, 젊은 층의 경우 조울증의 초기 상태가 우울증으로 잘못 진단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우울증과 조울증은 치료법이 근본적으로 다르므로 증가하는 환자들 중 우울증과 조울증을 정확히 구분하고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홍경수 교수가 병원을 찾은 조울증 환자 300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환자의 68.7%가 25세 이전 발병했으며, 평균 발병 연령은 23.2세였다.

◇조울증 60%는 우울감부터 나타나
조울증은 증상에 따라 조증과 우울증이 반복되는 1형 조울증과 우울증 없이 경조증(조증보다 비교적 덜 들뜨는 상태)이 나타나는 2형 조울증으로 구분한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원인·뇌의 변화·스트레스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일한 1형 조울증이라고 해도 환자마다 증상이 나타나는 양상이 다양하다. 대한 우울·조울병학회에 따르면 조울증을 혼재성(조증과 우울증 증상이 동시에 나타남) 급속순환형(조증이나 우울증이 매우 빠르게 번갈아 나타남) 정신병적양상(환청이나 망상 등의 정신병 증상을 동반) 계절성 양상(특정 계절에 따라 나타남) 등으로 분류한다. 건국대충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서정석 교수는 “조울증은 환자에 따라 양상이 다양하고, 동일한 환자에서도 다양한 양상으로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진단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조울증은 특히 초기 증상이 우울감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우울증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다. 홍경수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조울증 환자의 첫 발병 증상이 우울증인 경우가 60.3%에 달했다. 건국대충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서정석 교수는 “우울증은 성욕이 줄어들고·과도한 자기비난·무력증·불면 등의 증상이 일반적이지만, 조울증의 경우 우울감을 느끼더라도 성욕이 늘고·과도한 자신감·과수면 등의 증상을 보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조울증, 범죄·자살 위험 높아
조울증은 단순히 기분이 좋았다가 나빠지는 것 뿐만 아니라 판단력이 떨어지고, 강박·불안 등을 보이는 탓에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우울증 환자가 대인 관계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 것과 달리, 조울증 환자는 대 인관계에 민감하게 반응해 주변인에게 끊임없이 관심을 바라며, 상대로부터 거부당하거나 거절당하는 느낌을 쉽게 받기도 한다. 인하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원형 교수는 “조증일 때 충동성이 높아진 탓에 자신의 수입보다 과도하게 소비생활을 즐겨 경제적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범죄 위험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조울증은 우울증과 비교했을 때 자살시도율도 높은 편이다. 학계에서는 우울증 환자의 자살 시도율은 15%, 조울증 환자의 자살시도율은 25%로 추정하고 있다. 서정석 교수는 “우울증 환자처럼 계속 우울한 상태로 있을 때 보다 조울증 환자처럼 기분이 과도하게 좋다가 급격히 우울해질 때 감정 변화가 더 크게 발생하고 판단력이 흐려져 충동적으로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더 크다”고 말했다

◇초기에 약물 치료 2년 정도 꾸준히 받아야
25세 이전에 우울감을 느낀다고 해서 무조건 조울증을 의심할 수는 없다. 만일 우울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우울증이 3개월 이내로 짧게 지속되고 자주 반복되는 경우 가족 중 조울증 환자가 있는 경우 항우울제 복용 시 증상 개선 효과가 없거나 기분이 과도하게 좋아지는 경우라면 조울증을 의심해야 한다. 조울증의 치료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기분안정제 등을 사용해 치료를 한다. 김원형 교수는 “기분안정제 등을 복용하면 일반적으로 2주에서 한 달 사이에 증상 개선 효과가 나타난다”며 “이때 약을 끊는 경우가 많은데, 조울증의 약물 치료 효과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2년 정도 꾸준히 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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