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청기 효과 없는 고도난청, 인공와우 이식하면 잘 들린다

귀 안팎에 청신경 자극 기기 설치
보청기보다 소리 명확하게 들려
난청 후 수술 빠를수록 예후 좋아
맵핑·언어치료 등 적응 기간 필요

6·25전쟁 때 초등학생이었던 김모(76·서울 강동구)씨는 전쟁 당시 김씨가 살던 데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포탄이 터지는 바람에 청력을 잃었다. 사고를 당하기 전에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했던 덕에 어눌하게나마 대화할 수 있긴 하지만, 뒤에서 차가 오는 소리 등은 듣지 못해서 길을 가다가 위험했던 순간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보청기를 껴도 잘 들리지 않아서 평생을 답답함과 소외감을 느끼며 살았는데, 최근 60여 년 만에 세상의 소리를 다시 듣기 시작했다. 인공와우 이식 수술을 받은 덕분이다. 아직 모든 소리를 잘 듣고 제대로 대화하기 위해서는 여러 치료 과정을 더 거쳐야 하지만, 가족들에게 그간 다 표현하지 못 했던 감정들을 표현할 수 있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그 누구보다 행복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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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청기를 껴도 잘 안 들리는 고도난청 환자라면 인공와우 이식술이 청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보청기 껴도 안 들리면 '인공와우 이식'

우리나라의 난청 인구는 750만명으로 추산한다. 난청으로 진료 받는 사람은 매년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2년 74만6499명에서 지난해 88만6091명으로 증가했다. 난청은 유형에 따라 적절한 대처를 하면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 난청 중에서도 신경과 고막·뼈 등에 모두 이상이 있는 감각신경성 난청이 우리가 흔히 '보청기를 끼면 낫는다'고 알고 있는 난청이다. 강동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변재용 교수는 "감각신경성 난청 중 대화가 거의 불가능한 고도난청 환자가 있다"며 "그 중 10만명은 보청기로도 개선이 안 될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보청기를 끼면 오히려 귀가 막히거나 시끄럽다는 느낌이 들어서, 인공와우 이식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보청기를 난청의 최후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래서 보청기를 꼈을 때 잘 들리지 않으면 난청 치료를 포기한다. 변재용 교수는 "난청을 방치하면 대인기피증, 우울증, 치매 같은 2차적 문제를 유발하므로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며 "보청기를 껴도 잘 안 들리면 인공와우 이식 수술이 필요한 고도난청은 아닌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난청 온 후 최대한 빨리 받아야 효과 커

인공와우 이식 수술이란 귀 안과 바깥에 작은 기기를 설치해 소리를 듣게 하는 난청 치료법이다. 와우(달팽이관) 내 세포는 소리를 전기로 바꿔 청신경을 자극한다. 세포가 손상돼 이런 기능이 잘 안 이뤄질 때 인공와우를 이식한다. 인공와우 이식 수술을 하면 인공와우가 외부 소리를 전기신호로 바꿔 청신경을 자극해 들리도록 한다. 보청기를 꼈을 때보다 소리의 높낮이를 구별하는 게 쉽고, 소리가 더 명확하게 잘 들린다. 변 교수는 "보청기로 인한 청력 향상 만족도가 40점이라면, 인공와우 이식 수술의 경우 80~90점 정도다"라고 말했다. 인공와우 이식 수술의 예후는 ▲말을 다 배운 후에 난청이 온 경우 ▲난청이 된 지 오래 지나지 않은 경우 ▲비교적 어린 나이인 경우에 좋다. 고도난청이 온 지 오랜 기간이 지나면 달팽이관 속 소리 신호를 청신경으로 전달하는 나선신경절 기능이 떨어져서 수술을 해도 청력 개선 효과가 크지 않다.

◇환자 부담 줄이려 외부 기기 작아져

인공와우 이식 수술은 와우에 구멍을 뚫고 내부로 전극을 삽입한 후,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수술 도중 방사선 검사나 전기적 신경 반응 검사 등을 시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수술은 2~3시간 걸린다. 수술하자마자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건 아니고,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맵핑(소리 조절)과 언어치료를 실시하는데, 각각 6개월·1~2주 받으면 듣는 게 어느 정도 자연스러워진다. 성인이 돼서 난청이 발생했다면 맵핑 과정이 짧고, 언어치료를 받지 않아도 된다. 변재용 교수는 "장치를 귀의 외부에도 달아야 해서 꺼리는 경우가 있지만, 최근에는 외부 기기의 크기가 작고 모양이 단순해졌다"고 말했다. 인공와우 이식 수술은 정교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수술 경험이 많은 의사에게 받는 게 좋다. 수술 후에는 청각·언어·심리 치료를 종합적으로 받아야 인공와우에 빨리 적응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