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와 가족, 약사와 가깝게 지내세요

입력 2017.10.20 13:42   수정 2017.10.20 13:47

할아버지 한 분이 면도하다가 얼굴을 베었다며 피부과에서 약과 연고를 처방 받아 오셨다. 며칠 후에 또 처방으로 같은 약과 연고를 타 가셨다.
“아니 어떤 놈이 우리 집에서 내 면도기를 훔쳐갔지 뭐야~ 그래서 면도기를 또 샀어”
며칠 후에 또 얼굴이 잔뜩베이셔서 같은 약과 연고를 받으셨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날 저녁 약국으로 어떤 여자분이 전화를 했다.
“낮에 어떤 아저씨 약 타가셨죠? 제 남편인데 그 양반이 치매야. 치매. 하루에 면도를 7~8번씩 하고 있어. 그러니 매일저렇게 얼굴에 상처가 난다우. 지금 약국에서 타온 연고를 얼굴 가득 바르고 약도한꺼번에 다 드셨다우. 제발 그러지 말라고 말좀 해주세요”

가슴이 철컹했다. 그제서야 그 할아버지의 모든 행동이 생각이 났다.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이 치매국가책임제와 관련해 간담회를 열었다. 치매는 더 이상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와 국가가 책임진다는 의미이다. 치매 진단과 치료도 중요한 사항이지만, 치매노인들을 위한 복약지도와 약복용 관리도 중요하다. 보통 치매 환자들은 본인이 치매인지도 모르는 경우도 있고, 대부분이 노인 환자들이어서 여러 만성질환 약을 복용하는 경우도 많은데 다른 약과의 상호작용도 확인이 되는지 의문이다. 또한, 보호자가 계속 옆에서 지켜볼 수 없는 상황이 많아서 제대로 약을 복용하는 지 확인할 수가 없다.


노인 전문 약사, 치매 환자 관리에 도움

이런 가운데 올해 12월에는 전국 시군구 252곳에 치매안심센터가 설치된다. 치매안심센터는 치매예방교육과 홍보, 정기 검진, 인지재활프로그램, 검진진단비 치료비 지원, 치매물품지원, 쉼터 및 코디네이터 매칭, 가족 카페 등을 제공한다. 치매 환자의 성공적인 복약지도를 위해서는 방문형 재가서비스가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방문 횟수 및 시간이 매우 적어서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러한 치매 복약지도에 약사들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환자는 질환에 따라피부과, 내과, 치과 등등 서로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지만, 한 곳의 단골약국에서 약을 조제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자연스럽게 여러 의약품의 상호작용에 대한 복약지도가 가능하게 해 준다. 특히 여러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노인환자의 경우에 약국에서 처방약 조제 뿐만 아니라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등을많이 구매하여 복용하는 경우도 많아서 이에 대한 통합적인 상담도 가능하다.

또한 지역마다 위치하고 쉽게 드나들 수 있어 약국은 복약 상담을 하기가 좋다. 현재 약사들 사이에서는 '노인 전문 약사' 공부가 한참이다. 고령화시대에 노인의 특성을 이해해고 이들의 복잡한 질환에 대한 복약상담, 검사결과 해석, 영양, 일반약, 한방제제, 건강기능식품 들을모두 포함하는 상담에 대한 공부이다. 미국은 이미 체계적으로 노인 전문 약사들이 치매환자 및 가족들을 위한 복약지도 상담을 전문적으로 해 주고 있다.

물론 약사들이 복약지도를 받고 환자들이 집에 가서 실제 어떻게 복약하는지까지 확인하기는 어려우나, 좀 더 많은 노인 전문 약사의 탄생은 국가의 치매환자관리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김형선 기운찬판도라약국장

김형선 기운찬판도라약국장. 숙명여자대학교 약학부와 뉴욕주립대 예방의학과 석사를 졸업했고 동국대학교 약학대학 사회약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다국적 제약사 및 의료기기사에서 임상시험 팀장을 역임했으며, 서울시약사회 상임이사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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