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가스 총격범이 복용한 신경안정제, '공격성' 유발 가능

  •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임다은 헬스조선 인턴기자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입력 : 2017.10.11 11:37

    바륨 부작용

    뉴스 화면
    신경안정제인 바륨은 졸음·운동실조·역설적 공격성 등의 부작용이 있다./사진=SBS 뉴스캡쳐

    미국 역대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으로 꼽히는 '라스베가스 참사'를 일으킨 총격범 스티븐 패덕(64)의 범행 원인으로, 신경안정제 부작용이 제기되고 있다. 패덕은 지난 1일 오후 미국 라스베가스의 한 호텔에서 야외공연장으로 총기를 난사해 500여명의 사상자를 냈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패덕이 4년 전 법정 진술에서 "불안감 완화를 위해 신경안정제인 바륨을 복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패덕은 당시 기준으로 1년 6개월 전 처방받은 바륨 60알 중 45~50알을 복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바륨 같은 강한 신경안정제의 부작용으로 충동적인 행동을 하는 등 과민성 반응이 나타날 수 있어 문제다.

    바륨은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항불안제로 우리나라에서 흔히 쓰이는 신경안정제의 한 종류다.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불안감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며, 주로 불안장애 환자나 우울증 환자에게 처방된다. 알코올 의존증 환자가 갑자기 술을 끊었을 때 겪을 수 있는 금단 증상을 완화하는 데도 쓰인다. 이외에도 급성 발작·근육 경련·불면증·긴장성 두통 등의 증상을 낫게 하는 효과가 있다. 바륨은 근육이나 정맥에 직접 주사하거나 경구 복용, 직장 내 삽입 등 다양한 방법으로 투약할 수 있다. 정맥 주사의 경우, 주사 후 1~5분 내 효과가 나타나 1시간 정도 지속된다. 경구 복용하면 40분 후 부터 효과가 시작돼 최대 100시간까지 지속된다. 

    그런데 이런 바륨은 약물 중독의 위험성이 커서 단기적으로만 써야 한다. 바륨 중독의 증상으로는 약효가 더이상 들지 않는 '내성'과, 복용을 멈췄을 때 불안감 등이 나타나는 '금단 증상'이 있다. 이로 인해 1~2주 정도만 사용할 것을 권장하며 최대 두 달을 넘기지 말아야 한다. 단기적으로 복용하더라도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바륨의 대표적인 부작용은 졸음이 오는 것으로, 복용 환자 10명 중 1명이 이를 겪는다. 100명 중 1~2명은 운동실조에 걸리기도 한다. 운동실조가 오면 근육의 힘이 빠지고 운동신경이둔해져 몸의 운동성이 떨어진다. 이외에도 어지러움·구역감·무기력 등의 부작용을 호소하기도 한다. 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노성원 교수는 "바륨을 한두 달 이상 장기 복용하면 기억력을 비롯한 인지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바륨은 불안감을 줄이고 심신을 안정시키는 약물이지만, 부작용으로 인해 오히려 환자를 흥분하게 만들 수 있다. 이를 '역설적 공격성'이라 하는데, 복용 환자의 1% 미만이 이를 겪는다. 가천대학교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서은 교수는 "뇌 손상이 있는 환자, 반사회적 인격장애 환자, 충동조절장애 환자, 평소 공격성이 강한 사람에게 바륨을 투약하면 부작용으로 공격성과 충동성이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서은 교수는 "부작용은 약물이 혈액에 남아있을 때 나타나므로, 총격범이 4년 전 바륨을 복용하고 범행 당시 복용하지 않았다면 역설적 공격성으로 인해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은 적다"며 "그러나 바륨의 정확한 복용 시기·복용 기간·복용량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하면 부작용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고 말했다. 현재 패덕이 범행 시기에 바륨을 복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바륨은 졸음 부작용 때문에 기계 조작이나 운전하기 전에 먹어선 안 된다. 증상이 나으면 의사와 상담 후 복용을 중단해 장기 복용을 피해야 한다. 역설적 공격성을 겪을 수 있는 환자에게는 특히 주의해서 처방해야 한다. 의사와 충분히 상담하고 경과를 살펴 약물의 양을 조절해야 한다. 저용량을 처방해 양을 천천히 늘리는 게 좋고, 의사는 환자의 성격적 요소나 질환 등을 고려해 신중히 처방해야 한다. 바륨은 개인이 임의로 약국에서 구매할 수 없고 반드시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한다.


    • Copyright HEALTHCHOSUN.COM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