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 다리 건강
‘아기 때 자주 업히면 오(O)다리가 된다’, ‘양반 다리로 앉으면 다리가 휜다’ 등 오다리나 엑스(X)다리에 대한 오해가 많다. 휜 다리가 단순히 보기에만 좋지 않을 뿐 건강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O다리나 X다리가 되는 원인은 무엇이고, 어떨 때 치료가 필요한지 알아보자.
통증 심해지면 치료해야
대부분의 신생아는 약간의 X다리로 태어난다. 신생아의 X다리는 3~4세까지 성장하면서 O다리가 된다. 이후 휘어 있는 정도가 6~7세까지 점차 감소하다 약간 휜 정도의 O다리로 쭉 자라 성인이 된다. 즉 대부분의 성인은 약간의 O다리인 것이다.
하지만 남들보다 다리가 심하게 휘어 있고, 통증까지 있는 경우는 치료가 필요하다. 심하게 휜 다리는 체중이 무릎의 한 쪽으로만 집중되면서, 뼈나 연골을 닳게 하기 때문에 통증이 점점 심해진다. 휘어짐이 심한 경우에는 감염이나 종양, 골이형성증 등 다리를 휘게 하는 원인 질환이 있을 수도 있어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1. 치료가 필요한 휜 다리는?
자가진단
앞뒤 발끝을 붙이고 일자로 선 상태로 무릎을 붙였을 때, 무릎이 벌어지는 정도로 본인의 다리가 얼마나 휘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X다리일 경우에는 다리 모양이 변형돼 다리를 모으는 것 자체가 힘들다.
치료가 필요할 때
보통 자가진단을 시행했을 때 두 무릎 사이로 손가락 두 개 정도가 들어가면, 약간 휜 다리라고 볼 수 있다. 이 정도의 휜 다리가 무릎의 체중부하 균형을 망치지는 않는다. 보통 무릎 사이로 주먹 하나가 들어가는 정도가 되면, 매우 심한 휜 다리로 본다.
하지만 자가진단만으로는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어렵다. 무릎이나 발목, 발끝 등이 균형 잡힌 상태로 측정되어야 하는데, 전문가의 도움 없이 이를 실행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이때는 육안으로 관찰되는 휘어짐의 정도와 함께, 무릎 통증 등 증상의 유무를 확인하는 게 더 중요할 수 있다.
정밀진단
X선 촬영으로 다리의 정렬 상태를 평가한다. 보통 다리 전체를 한꺼번에 촬영한 후 허벅지 뼈와 발목뼈의 중심을 연결하는 선을 임의로 긋고, 이 선이 무릎의 어느 부분을 통과하는지를 통해 다리가 휘어진 정도를 파악한다.
치료가 필요한 경우
정밀진단의 경우 O다리는 무릎 사이가 2.5cm 이하인 경우를 1등급, 2.5~5cm를 2등급, 5~7cm를 3등급, 7cm 이상을 4등급이라 한다. 현재 우리나라 기준으로는 3등급 이상이면 수술을 권하는 수준으로 본다. X다리는 발목관절의 벌어짐이 9~10cm 이상이면 과도한 것으로 분류한다(대한정형도수치료학회).
2. 휜 다리를 부르는 위험 요인
휜 다리가 심한 경우에는 우선적으로 원인 질환에 대한 검사가 필요하다. 휜 다리를 유발하는 주요 위험 요인은 외상이나 감염, 골이형성증, 구루병 등이다. 이밖에 잘못된 자세가 반복돼 다리가 휘기도 한다.
외상
외상 후 다리가 휘어지는 경우는 무릎의 골간단(뼈몸통끝, 뼈의 길고 곧은 주요 부분인 골간과 뼈의 끝 부분인 골단 사이 부위)에 골절이 생겼을 때다. 이 부위 골절 후 제대로 치료가 되지 않으면, 다리가 휘어진다. 보통 외상을 겪고 1년경에 가장 심해진다.
감염
감염은 다리가 휘어지는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다. 하지만 무릎 주변의 감염으로 무릎 관절이나 연골이 파괴되고 약해지면 다리가 휠 수 있다. 무릎은 발과 함께 몸통 체중을 지탱하는 중요한 부위인데, 여기가 약해지면서 비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체중의 80%를 지탱하는 무릎 안쪽으로 다리가 휘어지기 쉽다. 감염과 마찬가지로 종양도 2차적으로 무릎 연골이나 뼈를 약하게 만들어, 휜 다리의 간접적인 위험 요소가 된다.
구루병
구루병은 생후 4개월에서 2세 사이의 아이들에게 잘 발생하는 비타민D 결핍증이다. 비타민D는 칼슘과 인의 대사를 조절하는데, 비타민D가 부족해지면 칼슘과 인의 혈액 내 농도가 충분히 높아지지 못한다. 칼슘은 뼈에 축적돼 골격을 강화하는 작용을 하는데, 이 작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뼈가 약해진다. 머리나 가슴 그리고 팔이나 다리뼈의 변형과 성장 장애를 일으킨다.
골이형성증
골이형성증은 태아 때 뼈가 생겨나는 세포에 유전적 변이가 발생해 생기는 희귀병이다. 뼈는 성장이 멈춰도 지속적으로 재생 과정이 반복되는 조직이다. 이 과정은 뼈를 흡수하는 세포와 뼈를 생성하는 세포가 균형을 이루면서 반복된다. 그런데 뼈를 파괴하는 세포의 성장은 빠르고, 뼈를 생성하는 세포의 성장이 느려지는 경우, 뼈가 약해지면서 변형이 되기 쉬워진다. 이를 골이형성증이라고 한다. 골이형성증이 다리뼈에 생겼을 때 휜 다리가 발생한다. 보통 골이형성증은 유아기 때 시작되는데, 골절이나 통증은 20~30대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잘못된 자세
잘못된 자세도 휜 다리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팔자걸음이나 발바닥 한쪽으로만 지지하는 이른바 ‘짝다리’ 자세를 자주하는 경우, 다리 꼬고 앉기 등과 같은 자세가 다리를 휘게 하는 대표적인 잘못된 자세다. 이런 자세는 무릎 근육의 밸런스나 유연성의 균형을 깨뜨려 무릎관절이나 엉덩이, 발목관절 등에 압박을 주면서 왜곡을 일으킨다. 물론 뼈라는 조직은 강하고 두껍기 때문에 단순히 자세가 압박을 준다고 쉽게 변형이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런 자세와 함께 뼈를 구성하고 단단하게 만드는 비타민D나 칼슘, 인 등의 부족과 운동 부족 등이 결합되면, 쉽게 휜 다리가 될 수 있다.
3. 휜 다리 치료법
휜 다리를 방치하면, 무릎의 한쪽 부분만 체중 압박을 과도하게 받아 쉽게 상한다. 이 때문에 무릎 관절은 약해져 쉽게 부러지고, 연골은 닳고 찢어지기 쉬워진다. 실제로 심하게 휜 다리인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퇴행성관절염 등 무릎 관련 질환이 빨리 찾아오고, 증상도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휜 다리를 만든 원인 질환 치료는 물론, 이와 함께 휜 다리 교정도 이루어져야 한다. 보통 휜 다리를 만든 원인 질환을 치료하다 휜 다리까지 교정하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에는 미용을 이유로 병원을 찾아 휜 다리 교정을 하기도 한다.
보조기
휜 다리를 치료하는 보존적 치료법 중 하나다. 발목관절에서부터 사타구니 아래 정도 길이의 보조기를 착용해 다리 형태를 잡아주는 치료법이다. 하지만 보조기가 두껍고 단단한 뼈의 모양을 변형시키지는 못한다. 보조기 치료는 무릎의 성장판에 체중 부하를 균등하게 해주어 성장판에서 균형 잡힌 길이 성장이 일어나게 하는 보조적인 치료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성장기 아이들에게 주로 사용된다.
절골술을 이용한 교정
절골술은 말 그대로 뼈를 잘라서 각도와 위치를 재접합하는 방법이다. 절골술은 휜 다리의 가장 확실한 치료법이 된다. 대개 무릎 아래쪽에 있는 굵은 뼈를 잘라서 휜 다리를 교정해주는 ‘근위 경골 절골술’이 시행된다. 종아리뼈를 무릎에 가까운 위치에서 잘라주고, 수술 기구를 이용해 안쪽에서 필요한 각도만큼 뼈 위치를 조절한 후 골이식을 한다. 수술 시 뼈를 고정하는 금속판과 나사가 사용되는데, 이 금속판과 나사는 수술 후 약 1년이 지났을 때 제거한다. 수술 직후 뼈가 붙는 골 유합 기간 동안은 지속적인 경과 관찰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목발을 짚고 다니다 6주 정도가 지나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2~3개월이 지나면 가벼운 운동도 가능하다.
4. 휜 다리에 대한 오해와 진실
Q 휜 다리 교정으로 키도 크나요?
A 수술 방법에 따라서 키가 약간 커질 수는 있다. 다리가 휜 부분을 잘라서 곧게 만드는 방식의 수술을 한 경우 뼈가 펴지면서 길이가 길어지는 효과가 있다. 다리가 휘어 있던 정도가 심할수록 길이가 길어지는 효과는 더 크지만, 실제로 1~2cm 이상으로 키가 커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Q 어렸을 때 양반다리를 많이 하고, 누군가에게 자주 업히면 다리가 휘나요?
A 어렸을 때 무릎에 얼마나 체중 부담이 오느냐에 따라 다리 모양이 변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다리 모양에는 칼슘이나 비타민D, 인 등 뼈를 구성하는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했는가와 선천적으로 결정된 다리 형태 등의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관여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유전적 요소와 뼈를 만드는 데 필요한 영양성분 등에 비하면 어린 시절 일시적으로 업혀있었다거나, 앉는 자세에 의한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한다.
Q 시중에서 파는 교정기도 효과가 있나요?
A 뼈는 단단한 조직이기 때문에 외적인 자극이 아무리 강해도 형태가 변형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실제로 병원에서 교정기가 쓰이기는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다른 요법과 함께 쓰이는 보조적인 치료법이지 뼈 형태 자체를 교정하는 데 사용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