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률 1위' 오명 벗으려면 범정부 차원 통일된 정책 펴야

    입력 : 2017.09.12 09:14

    [김진구 기자의 헬스 톡톡]

    소설가 마광수씨가 지난 5일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마씨뿐 아니다. 통계적으로 같은 날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람은 36명이나 더 있다(하루 평균 자살자 수 37명). 자살은 우리나라 사망원인 5위다. 당뇨병·교통사고보다 순위가 높다.

    자살자 수를 줄이기 위해 정부는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다. 자살 시도자, 자살 유가족, 우울증·알코올 중독증 환자 등 위험군을 집중 관리했다. 교육과 캠페인 사업도 벌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자살 예방 사업은 단순한 구호에 그쳤다.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8.7명으로 13년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은 2003년 자살자가 10만명당 26명(당시 OECD 2위)으로 급증하자 특단의 대책을 마련했다. 매년 300억엔(3100억원) 이상을 투입해 대대적인 자살 예방사업을 펼쳤다. 특별법을 만들고 고위험군 관리, 실태조사, 감시 체계 구축, 자살예방정책 연구, 대국민 캠페인 등에 힘을 실었다. 자살자 수는 지난해 10만명당 18명으로 줄었다. 2015년부터는 예산을 700억엔(7200억원) 규모로 확대했다. 10년 안에 10만명당 13명 수준까지 떨어뜨리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한국은 자살예방 사업을 담당하는 공무원이 2명에 불과하다. 예산도 105억원(2018년 기준)에 그친다. 지방 재래시장 소방시설 구축 예산과 비슷한 수준이다. 오강섭 한국자살예방협회장(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일본은 대규모 인력·예산을 투입해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자살예방 사업을 펼쳤고, 그 결과 자살률 순위를 OECD 2위에서 5위로 떨어뜨렸다"며 "반면 한국은 예산·인력이 부족해 위험군을 겨우 관리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자살률을 감소시킬 수 있었던 건 예산 지원뿐만 아니라, 컨트롤타워를 세우고 범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통일된 정책을 펼친 덕분도 있다. 일본은 2006년 대규모 예산을 투입할 때 소관 부처를 후생노동성(우리나라 보건복지부)에서 총리실 산하로 옮겼다. 후생노동성 대신(장관)이 본부장을 맡아 자살대책추진본부를 꾸렸다. 전국 47개 광역자치단체가 자살대책추진센터를 설립해 보조를 맞췄다.

    우리 정부는 내년부터 복지부에 자살예방과를 신설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긍정적 변화인 것은 맞지만, 실제 효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행정안전부·교육부·여성가족부·국방부 등과의 유기적인 협력을 위해선 더 높은 차원의 컨트롤타워 구축이 필수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오강섭 회장은 "담당과가 신설되는 건 고무적이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며 "일본이 총리실 주도로 사업을 펼친 것처럼, 우리도 민간과 몇몇 부처에 산재한 역량을 결집하는 컨트롤타워를 세워야 비로소 자살률 1위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자살 관련 통계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선회했다는 소식을 전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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