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간 동시 이식수술…‘미친 짓’이었지만 서로를 믿어 성공했죠”

입력 2017.07.24 09:00

협진(協診)하는 의사

협진으로 중증 심장·간질환 환자 살려낸 삼성서울병원 김종만·조양현 교수

삼성서울병원 김종만·조양현 교수

의사 한 명이 환자 한 명을 전담하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환자의 건강상태나 최선의 치료를 고려해, 두 명 이상의 의사가 환자를 함께 치료하고 돌보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고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러 분야의 의사가 힘을 합쳐 환자를 치료하는 개념을 ‘협진(協診)’이라고 한다. <헬스조선>은 이번호부터 성공적인 협진을 통해 환자를 건강하게 만든 이야기를 소개한다. 첫 번째 주인공은 심장이식수술과, 간이식수술을 동시에 시도해 환자를 살린 삼성서울병원 이식외과 김종만 교수와 심장외과 조양현 교수다.

삼성서울병원 김종만·조양현 교수

장마가 이어지던 지난 7월 초, 삼성서울병원의 빈 회의실에서 김종만·조양현 교수를 만났다.조양현 교수가 먼저 회의실로 들어왔다. 김종만 교수는 수술이 늦어져 뒤늦게 합류했다. 문을 열고 들어온 김 교수는 조 교수를 향해 “너는 왜 깨끗하냐? 난 머리 못 감았는데”하며 우스갯말을 던졌다. 조 교수는 “나도 못 감았는데, 나이 먹어 기름이 안 나와서 감은 것처럼 보인다”는 말로 응수했다. 두 사람이 ‘절친’처럼 보인다 했더니, 김 교수가 조 교수의 대학 1년 선배라 알고 지낸 지 오래됐다고 한다.

헬스조선 두 분은 힘을 모아 심장·간 동시 이식에 성공했다고 들었습니다.

조양현 교수 작년 10월 진행한 동시 이식수술입니다. 한 명의 뇌사자에게서 심장과 간을 함께 기증받아 한 환자에게 동시에 이식했습니다. 제가 심장이식을 이끌었고, 김 교수님이 간이식을 담당했습니다.

김종만 교수 환자는 비교적 젊은, 40대 여성이었습니다. 20대 후반에 승모판막협착증과 폐쇄부전을 판정받았고, 승모판막협착증이 진행되면서 2016년 경북에 있는 한 병원에서 수술을 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어요. 부정맥이 심해 에크모(ECMO, 체외혈액순환장치)를 달고 있는 환자를, 조양현 교수가 직접 헬기로 이송해왔습니다.

헬스조선 그때 환자 상태는 어땠는지, 어떻게 직접 이송해오게 됐는지 알려주세요.

조양현 교수 에크모는 체외산화막장치라고도 부릅니다. 환자의 혈액을 몸 밖으로 빼내, 인공적으로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산소를 포함시켜 다시 몸속으로 넣어줍니다. 심장이 하는 일의 일부를 인공적으로 대신해주죠. 에크모는 생명유지장치이지, 나쁜 심장을 낫게 해주는 장치는 아닙니다. 환자는 심장이 안 좋은지 오래된 상태에서 수술을 받았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수술한 병원에서는 환자에게 새로운 심장이 필요하겠다고 판단했죠. 해당 병원은 에크모 장착을 한 환자에게 심장을 이식할 수 있을 만한 사람을 찾다, 제게 연락한 것 같습니다. 저는 삼성서울병원에서 에크모 이송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보통 에크모를 연결한 환자는 중환자입니다. 그래서 이동이 정말 어려워요. 이동 중 사망할 수도 있어 타 병원으로 옮길 때 많은 주의가 요구됩니다. 에크모를 연결할 줄 알고 작동시킬 줄 알고, 갑자기 에크모 전원이 꺼지거나 하는 비상상황을 대비할 수 있는 사람이 환자를 관리해야 합니다. 그래서 간호사 선생님 등 의료진 3명과 함께 제가 환자분을 데리러 갔습니다.

김종만 교수 처음 환자 봤을 때를 떠올려보면 상태가 정말 안 좋았습니다. 소생 가능성이 희박해 보일 정도였으니까요. 황달이 심하고, 에크모 합병증으로 한쪽 다리 끝은 괴사되고 있었습니다.

조양현 교수 에크모는 보통 다리 혈관으로 연결합니다. 동맥에 관을 넣는데, 넣고 나면 관 두께만큼 혈관의 공간이 작아져 혈류가 줄어듭니다. 이러면 다리 끝이 괴사하기 쉽죠. 영양 상태도 불량하고, 간도 많이 망가져 있어 황달이 온 상황이었습니다.

조양현 교수

헬스조선 심장을 먼저 치료하고 간을 치료하거나, 그 반대의 방법도 있는데 동시에 치료해야 한 이유가 따로 있나요?

조양현 교수 환자는 생명 유지에 꼭 필요한 장기인 간과 심장이 모두 좋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지체할수록 몸이 나빠지죠. 심장이식을 먼저 하면 이식 후에 이식 거부반응을 막기 위해 면역억제제를 사용합니다. 간이 면역력을 담당하는데, 그렇지 않아도 간이 나쁜 사람이 면역억제제까지 투여받으면 간단한 감염으로도 사망할 위험이 있습니다. 간이식을 먼저 하면 심장이식을 기다리는 동안 에크모 합병증이 점점 심해질 거고요. 환자는 에크모 합병증으로 다리 끝이 괴사하고 있었는데 지체할수록 괴사하는 부분도 커집니다. 이렇게 되면 절단해야 할 부분도 많아지겠죠. 또한 여러 장기를 동시에 이식할 때는 한 사람에게 기증받는 편이 좋습니다. 심장과 간 기증자가 동일하면 두 장기의 면역체계가 같기 때문에 한 번에 하는 게 이식받는 환자의 부담이 덜합니다. 이런 조건들을 모두 고려하면 같이 수술하는 게 예후가 좋다고 판단했습니다.

김종만 교수 조양현 교수가 저에게 처음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뇌사자가 나타나서 동시에 수술할 수 있다고, 동시에 하면 어떻겠냐고요. 속으로는 미친 짓이라고 생각했습니다(웃음). 환자 상태가 정말 안 좋았고, 삼성서울병원이 그전까지 심장·간 동시이식을 한 적이 없었습니다. 국내에서도 상당히 드물게 시행돼요. 1년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하죠.

조양현 교수 에크모 환자이면서 심장·간 동시이식을 한 건 국내에서도 우리가 처음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김종만 교수 그렇지만 입 밖으로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 않았어요. ‘한번 해보자, 같이 하면 되지’ 했죠. 만만치 않은 수술이지만 환자에게는 그게 최선의 선택이고,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거든요. 외과의사로서 사람을 살린다는 사명감은 큰 동력이 됩니다. 비록 편하지도, 돈을 많이 벌지도, 대우가 화려하지도 않다는 작금의 환경은 문제가 있지만요(웃음).

조양현 교수 외과가 고생한다는 걸 알아주는 사람은 별로 없죠. 어쨌든 어려운 수술이란 걸 알고 조심스럽게 물었는데, 김 교수님이 강한 모습을 보여주시니 저도 약한 모습 보일수 없잖아요(웃음). 고마웠습니다. 협진이란 게 다른 과 선생님께 도움을 구했을 때, 전적으로 환자의 입장에서 ‘나도 함께 돌봐야 한다’는 마음을 가져야 가능합니다. 자기가 힘들고 고생하니까, 아니면 우리 과가 메인이 아니니까 하는 마음으로 거절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협진 요청을 하기 쉽지 않은 병원이 많고요. 김 교수님과 제가 맡은 환자는 그때 동시 이식 수술 기회를 놓쳤다면 생존이 어려웠을지도 모릅니다. 다(多)장기이식이 가능한 경우는 좀처럼 없기 때문입니다.

김종만 교수

헬스조선 어렵고, 긴 수술이었다고 들었습니다.


김종만 교수 15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수술이 끝났을 땐 자정이 넘은 시간이었죠. 수술 시간이 많이 경과됐고, 적출된 심장의 허혈(虛血) 시간이 길어지면서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고생했죠. 물론 우리 두 사람만 고생한 게 아닙니다. 수술 중 마취, 이식 후 재활이나 영양 관리와 관련한 의료진까지 하나하나 나열하자면 셀 수 없습니다.


조양현 교수 의료진 다수가 협력해 수술이 진행됐습니다. 간이식을 함께 진행한 조재원 교수님, 에크모 관리를 같이 한 양정훈 교수님부터 조수현 간호사님, 순환기내과 최진오 교수님…. 저희가 언급 못 한 분들이 훨씬 많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환자의 의지가 강했어요. 환자와 환자 가족들이 거듭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살려는 의지가 강한 환자라 이런 수술을 시도해볼 수 있었습니다.


김종만 교수 소생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생각한 환자였지만,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뇌사자의 장기를 이식해 이뤄지는 수술이었으니까요. 수술에 실패하면 이 장기로 누군가를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이니, 더욱 신중하게 수술에 임했습니다.


조양현 교수 지금 환자는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운동 같은 격렬한 움직임은 힘들지만,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 없이 지내고 있어요.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관리만 잘 해주면 앞으로도 별일 없을 겁니다.


김종만 교수 사실 지난주 토요일에도 심장·간 동시이식을 조양현 교수와 진행했습니다. 두 번째 환자였죠. 처음 시도한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니 탄력이 붙었나봐요(웃음).


 

심장·간 동시 이식수술을 받은 송인숙 환자가 회복 후 의료진과 함께 찍은 사진.
심장·간 동시 이식수술을 받은 송인숙 환자가 회복 후 의료진과 함께 찍은 사진

헬스조선 두 분은 협진을 통해 환자의 생명을 성공적으로 구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협진이 수월하거나 광범위하게 이뤄지지 않는 상황입니다. 협진이 더 활발히 이뤄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종만 교수 병원에서 체계적으로 서포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정보 전달이나, 의료진 보상 체계에서 병원이 긴밀하게 의료진을 서포트해줘야 협진도 활발해 질 겁니다.

조양현 교수 의료진이 먼저 환자 중심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야 다각도로 환자와 질환에 대해 접근할 수 있어요. 병원에서도 행정적으로 변해야겠죠. 과거에는 지금보다 협진 환경이 더 척박했어요. 예를 들어보죠. 한 순환기내과 의사가 관상동맥시술을 하다 혈관이 찢어졌어요. 심한 출혈이 생겨, 외과 의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협진이란 개념이 없다보니 도와달라는 손편지를 특정 의사를 대상으로 써서 인턴에게 줍니다. 그때부터 인턴이 외과 의사를 찾아 헤맵니다. 술자리도 가고, 화장실도 가고… 외과 의사를 찾았다 해도 끝이 아닙니다. 그 의사가 승낙해야 했죠. 상하관계가 얽혀 있는 경우 승낙이 어려워지기도 하고요. 보통 이런 식으로 협진이 이뤄졌어요. 그래도 지금은 의료진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다행히 우리 병원은 시스템 자체가 협진이 잘 이뤄지도록 되어 있고요. 당장은 아니지만 10~20년 내 협진이 광범위하게 우리 의료계로 스며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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