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복기간', 정확히 무슨 뜻일까?

  • 글 안지현(KMI 한국의학연구소 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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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7.07.17 09:00

    알쏭달쏭 의학용어

    30대 남성 이모씨는 지난 주말 점심 때 직장 동료의 결혼식장에 다녀온 뒤 저녁부터 속이 메슥거리고 열이 났다. 급기야 구토를 한 이씨는 응급실로 갔다. 응급실 의사는 “잠복기간을 감안해보면 상한 음식을 먹고 생긴 식중독일 수 있다”며 결혼식장에 함께 간 동료들은 괜찮은지 연락해보라고 말했다.

    잠복기간(潛伏期間)
    오래전 나온 한국영화 시리즈 ‘투캅스’나 한 시대를 풍미한 TV 드라마 ‘수사반장’을 보면 용의자를 찾아나선 형사들이 근처 다방이나 차 안에서 오랜 시간 보내는 것을 볼 수 있다. 용의자로 하여금 누군가 미행하고 있다는 낌새를 채지 못하도록 바짝 자세를 낮추거나 변장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꼭꼭 숨어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것을 ‘잠복’이라고 한다.

    세균이나 바이러스같이 병원체가 우리 몸에 들어오면 증상이 바로 나타나지 않고 보통 수시간에서 수일, 심지어 수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이렇게 병원체에 노출된 후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소요되는 일정기간을 두고 잠복기간(incubation period) 또는 잠복기라고 한다. 영어로 인큐베이션(incubation)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데 엄마 뱃속에서 10개월을 채우지 못한 채 태어난 미숙아가 일정기간 들어가 생활하는 곳을 인큐베이터(incubator)라고 하는 것을 보면 이해하기 쉽다.

    잠복결핵(潛伏結核)
    이번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K군은 미국 대학교에 합격해 진학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학교 측에서는 기숙사에 들어가려면 결핵에 걸린 적이 없다는 검사 결과를 가져오라고 했다. K군은 병원에 가서 흉부 X선검사와 함께 채혈을 해서 잠복결핵(latent tuberculosis) 검사를 하기로 했다.

    단체 합숙생활을 하는 기숙사의 경우 감염병이 전파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기숙사 들어갈 때 요건이 까다로운 경우가 많다. 특히 미국의 대학교 기숙사에 들어갈 때에는 결핵이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밟곤 한다. 잠복결핵은 결핵균에 감염되어 몸안에 결핵균이 있지만 아무런 증상이 없고 가래에도 결핵균이 나오지 않으며 흉부 X선검사도 정상이다. 몸 밖으로 결핵균을 배출하지 않아 다른 사람에게 전파시키지도 않는다.

    최근까지도 우리나라에서 결핵 치료라고 하면 주로 결핵에 감염되어 기침, 가래가 있고 흉부 X선에서 폐에 이상 소견이 보이며 가래에 결핵균이 나와 주위 사람에게 옮길 수 있는 활동성 결핵에 중점을 두었다. 하지만 더 이상 결핵 앓는 국민의 수를 줄이는 데 한계에 부딪혀, 선진국 수준으로 결핵을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잠복결핵의 진단과 치료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된 상황이다.

    일례로 올해부터 우리나라에서는 군 입대를 위해 병역판정검사를 할 때 잠복결핵검사를 추가한 바 있다. 병무청에서 채혈한 뒤 잠복결핵 검사를 시행해 양성 반응이 나오는 경우 질병관리본부에 통보하게 된다. 결과가 양성이면 잠복결핵이 있는 것으로 간주해 국가에서 무료로 결핵 치료를 지원한다. 또한 결핵 치료 기간에는 입영일자를 연기할 수 있다.


    안지현

    안지현 중앙대학교병원 내과 교수를 거쳐 현재 KMI 한국의학연구소 내과 과장으로 있다. 의학 박사이자 언론학 석사이며, 대한검진의학회와 대한노인의학회에서 학술이사로 활동 중이다. 《건강검진 사용설명서》, 《한눈에 알 수 있는 내과학》 등 다수의 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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