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엔 老眼 증상과 비슷해 방치
망막 혈관 터지면서 시력 떨어져
당뇨병 진단 즉시 안과 검사해야

당뇨병 환자가 늘면서 당뇨합병증의 하나인 당뇨망막병증 위험이 커지고 있지만, 당뇨망막병증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형 당뇨병 환자 수는 2012년 192만284명에서 지난해 236만2679명으로 23% 늘었다. 당뇨망막병증은 2012년 26만4769명에서 지난해 33만6247명으로 27% 증가했다. 강동경희대병원 안과 문상웅 교수는 "당뇨병 환자라면 당뇨망막병증을 초기에 잡아내기 위해 안과 검사를 반드시 한 번 쯤은 받아야 한다"며 "당뇨병을 진단받은 후 처음으로 안과 검사를 받기까지 평균 9.4년이 걸린다는 대한안과학회 보고가 있을 정도로 병을 방치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망막 혈관 터졌다가 아물면서 시력 저하
당뇨망막병증은 모든 당뇨병 환자의 15% 정도가 겪는 대표적인 합병증이다. 당뇨병을 15년 이상 앓은 사람의 74.1%가 당뇨망막병증이 있다는 국내의 조사 결과가 있다. 당뇨망막병증은 혈당이 높아 끈적해진 혈액이 눈에서 시력을 담당하는 망막의 모세혈관을 막아서 생긴다. 망막의 혈액순환이 잘 안 되면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새로운 혈관이 생성되는데, 이런 혈관은 작은 충격에도 잘 터진다. 혈관이 터졌다가 아물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망막 조직이 붓고 결국에는 시력이 떨어진다. 치료하지 않으면 망막박리나 황반손상 등으로 인해 실명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 60세 미만의 실명 원인 1위가 당뇨망막병증이다. 한 해에 200명 정도가 당뇨망막병증으로 실명을 한다. 문상웅 교수는 "초기에는 증상이 노안(老眼)과 비슷하고, 병이 어느 정도 진행돼도 큰 특징이 없어서 환자들이 당뇨망막병증인줄 모른다"며 "병이 진행되면 날파리가 눈 앞을 날아다니는 듯한 비문증이 생기지만, 이때는 병을 알아도 이미 심각한 상태인 경우가 많아 치료가 까다롭다"고 말했다.

◇"젊은층, 혈당 관리 소홀해 당뇨망막병증 위험"
최근에는 젊은 당뇨망막병증 환자도 증가 추세다. 20~49세 당뇨망막병증 환자 수가 2012년 3만6857명에서 지난해 4만256명으로 9.2% 늘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양대병원 안과 이병로 교수는 "젊을 때부터 당뇨병에 걸리는 경우가 많아졌고, 이들이 중장년층에 비해 혈당 관리를 제대로 안 하는 것이 젊은층 당뇨망막병증 증가의 한 원인이다"라고 말했다. 젊은 당뇨병 환자가 합병증 검사를 소홀히 하는 것도 문제다. 문 교수는 "특별한 통증 없이 망막이 서서히 손상되기 때문에, 방치하다가 수술까지 받는 사례가 젊은 층에서 상대적으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강동경희대병원의 자료를 분석했더니, 당뇨망막병증으로 출혈 등이 일어나 수술받은 환자 중 20~40대의 비율이 2012년 14%에서 2016년 26%로 많아졌다.
◇당뇨병 진단 즉시 안과 검사받아야

당뇨병은 그 자체로도 발견이 늦는 질병이라서 당뇨병을 처음 알았을 때 이미 당뇨망막병증이 진행된 상태일 수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당뇨병을 진단받는 즉시 안과 검사를 받고, 이후에는 1년마다 추가로 검사받을 것을 권한다. 형광안저혈관조영검사로 망막 혈관 상태를 확인하고, 빛간섭단층촬영으로 황반부종·망막박리 같은 문제는 없는지 판단한다. 이 검사들은 건강 보험이 적용되며, 검사 비용은 10만원 정도다. 당뇨망막병증을 초기에 발견하면 혈당 조절과 혈류개선제 복용만으로 증상을 관리한다. 서울대병원 안과 유형곤 교수는 "검사에서 신생혈관이 발견됐거나, 신생혈관이 생길 위험이 크다고 판단되면 레이저 치료를 시행하고, 황반부종이 동반됐다면 안구 내 주사 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뇨병 환자가 당뇨망막병증을 막기 위해서는 혈당 관리를 적극적으로 하는 게 기본이다. 여기에, 여름철에는 자외선 조사량이 많아져서 망막 신경세포를 손상시킬 수 있으므로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게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