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장애 90%는 자연히 사라져… 아이 행동 지적 말아야

아이가 눈을 깜빡거리거나, 어깨를 들썩이는 등의 특정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면 틱장애를 의심하고 걱정부터 한다. 육아 관련 온라인 카페에는 "아이가 코를 찡긋거리는데 어떻게 고치나" "틱장애를 치료하려면 어느 병원에 가야 하나" 같은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인터넷 상에서 '틱장애'를 검색하면 틱장애를 치료한다고 홍보하는 병의원만 수십 곳이 나온다. 하지만 틱장애는 전체 인구의 5%가 평생 동안 한 번은 경험하고, 전체 아동의 10~20%가 겪을 수 있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흔하다. 전문가들은 "틱장애는 대부분 놔두면 자연스럽게 없어지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90%가 치료 안 해도 나아

틱장애 증상은 눈·코·입 등을 찡긋거리거나, 고개를 좌우로 흔들거나, 욕을 하거나, 기침 소리를 내거나, 물건을 던지는 등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틱장애가 생기는 원인은 유전적인 요인, 뇌 기능 이상, 호르몬 이상 분비 등으로 다양하다. 틱장애 진료 인원은 2012년 1만6882명에서 지난해 1만7497명으로 늘었는데, 지난해의 경우 19세 이하 소아청소년이 1만4598명으로 전체의 약 80%를 차지했다. 소아청소년기에 주로 나타나는 것이다. 고대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문수 교수는 "주로 학령기에 처음 발병한다"며 "보통 눈을 깜빡이거나 기침을 하는 등 일상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틱인줄 모르고 지나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나타난 틱 증상은 대부분 일시적이다. 이문수 교수는 "90%가 특별히 치료하지 않아도 기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무시할 수 있는 수준으로 사라진다"며 "미국 등에서는 10대 후반이면 없어진다고 하고, 우리나라의 경우 20대 중반까지 지속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증상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까지는 악화와 완화가 반복되는 편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틱장애가 사라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 중에서 1%만이 일상생활이 힘든 수준의 틱장애를 갖는다. 나머지는 사회 생활을 하는 데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증상 무시해야 완화에 도움

문제는, 놔두면 저절로 사라질 증상인데도 부모가 너무 신경 쓰는 바람에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안동현 교수는 "틱장애는 심리적 요인으로 악화될 수 있는 질병"이라고 말했다. "코를 찡그리지 마라" "자꾸 헛기침 하면 안 된다"는 등의 지적이 아이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이는 증상이 더 자주, 오래 반복되게 하는 요인이다. 이문수 교수는 "아이의 틱장애를 치료하려고 여러 병원과 한의원 등을 데리고 다녔다가 오히려 증상이 악화됐다는 사례를 적지 않게 봤다"며 "틱장애를 진단받았다고 특별한 치료를 해야 하는 게 아니라,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마음을 편히 먹을 수 있게 부모가 노력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증상 완화를 위해서는 부모뿐 아니라 어린이집·유치원·학교 선생님, 친구 등 주변 사람들이 틱 증상에 관심 갖지 않고 무시해야 한다. 평소에 놀이 시간과 휴식 시간을 충분히 갖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심하면 약물, 인지행동 치료

다만, 욕을 하거나 자신을 때리는 것처럼 일상적이지 않은 증상으로 나타나거나, 틱장애 때문에 학업이나 친구 관계 등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초기부터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는 도파민을 차단하는 약물을 주로 쓴다. 보통 12~18개월간 복용한 뒤에 양을 서서히 줄여 나간다. 치료 효과가 커서 대부분 호전된다. 인지행동치료도 시행한다. 안동현 교수는 "틱 증상에도 전조증상이 있다"며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전조증상이 나타날 때를 알아차리고, 틱 증상이 덜 표시나도록 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