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히 걸어서 집으로 돌아간 뇌졸중 환자… 말 안 하면 아팠던 줄 아무도 몰라요”

  • 김수진 헬스조선 기자
  • /사진 김지아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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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7.06.09 08:00

    해피 투게더
    뇌졸중 이겨낸 차신희 씨 & 주치의 박중현 교수

    주치의는 큰 병에 걸린 환자와 그 보호자를 잘 이끌어줄 수 있는 사람이다. 주치의와 잘 소통하며 깊은 신뢰를 쌓은 환자는 병을 이기는 힘이 강해진다. <헬스조선>은 환자와 의사를 한자리에서 만나, 이들이 함께 만들어낸 역경 극복 스토리를 소개하고 있다. 즐거운 동행, ‘해피 투게더’의 열네 번째 주인공은 뇌졸중을 이겨낸 차신희 씨와 상계백병원 신경과 박중현 교수다.

    뇌졸중 이겨낸 차신희 씨 & 주치의 박중현 교수

    미세먼지가 잠잠해진 5월 초순, 서울 상계백병원의 한 진료실에서 차신희(69)씨와 박중현 교수를 만났다. 박중현 교수에게 진료를 받고 있는 차신희 씨는 무척이나 건강해 보였다. 뇌졸중 환자였다는 사실이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환자 같지 않다”는 말을 건네니 차신희 씨는 박중현 교수에게 공을 돌렸다. 박중현 교수는 환자가 자신을 잘 따라줬고, 동석한 차신희 씨의 아들(최성헌 씨)가 가족으로서 잘 도와준 것뿐이라며 쑥스러워했다. 잔잔하지만 굳건한, 서로에 대한 믿음이 엿보인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헬스조선 차신희 씨는 처음 뇌졸중 증상이 있을 때, 어떻게 병원에 오게 됐나요?

    차신희 씨 지난 2월 24일이었죠. 전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요. 남편이 출근하면 10시까지 TV를 봅니다. TV를 보고 있는데, 이상한 느낌이 들었어요. TV 리모컨을 눌러 TV를 끄려는데, 머리가 백지가 된 것처럼 어디를 어떻게 눌러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하는 생각만 들었어요. 뭔가 이상하다 싶었죠. 그리고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는데 발을 살짝 헛디디면서 가볍게 넘어졌어요.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때 넘어지고 난 뒤 구토를 했나봐요. 구토한 기억은 없는데 눈앞에 토사물이 보이더라고요. 토사물을 치운 뒤, 옷을 가지러 안방에 갔어요. 그런데 문고리를 못 열겠더라고요. 아들이 안방 문을 열고 나왔어요. 그다음부터는 기억이 확실하지 않습니다.

    최성헌 씨 제가 그때 안방에서 공부하고 있었어요. 밖에서 뭔가 쿵 하는 소리가 났을 때 나가봐야 했는데…(한숨). 일하시나 보다 했죠. 그런데 밖에서 문고리가 덜그럭거리는 겁니다. 문 손잡이를 제대로 못 돌리는 소리였어요. 큰일 났다 싶었죠. 문을 얼른 열고 어머니 상태를 살핀 뒤, 집안을 둘러봤어요. 미처 다 못 치우신 토사물이 보이더라고요. 본능적으로 ‘아까 쿵 소리가 쓰러지신 거였구나, 평상시와는 뭔가 다르다. 뇌졸중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척 놀랐죠. 놀란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니까 119에 전화해 구급차를 불렀습니다. 구급차에서 다른 병원으로 간다고 하기에, 집과 상계백병원이 가깝기도 하고 어머니가 내원하신 적이 있어 의료 데이터가 다 있으니 상계백병원으로 가 달라고 했습니다.


    헬스조선 환자가 병원에 왔을 때 상태는 어땠고, 무슨 치료를 받았는지 궁금합니다.

    박중현 교수 환자분은 걸어서 응급실로 왔지만, 손발이 잘 움직이지 않았고 자유롭게 말할 수 없었어요. 옆에서 누가 말하는 건 인지하고 알아듣는데, 자신이 말을 할 수 없는 상태였죠. 응급실에서 환자분이 오시자마자 뇌졸중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뇌졸중 의심 환자가 오면 병원에서 대응 프로그램이 가동됩니다. 관련 의료진에게 전부 연락이 와요. 저에게도 왔죠. 환자분이 처음 응급실에 왔을 때는 전공의 선생님들이 보고 있었습니다. 뇌혈관이 터졌는지부터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응급으로 CT(컴퓨터단층촬영)를 찍었습니다. 확인해보니 혈관이 터진 게 아니라서 응급실에서 신경과로 보냈습니다. 혈관이 막힌 상황에서는 약물로 혈관을 뚫어주는 혈전용해치료부터 시도합니다. 혈전용해치료를 해도 절반 정도의 환자는 혈관이 완전히 뚫리지 않아요. 치료 후 다시 CT를 찍어서 혈관을 봤습니다. 차신희 환자도 혈관이 다 뚫리지 않은 경우라, 물리적으로 혈관을 뚫어주는 치료를 하기로 했죠. 스프링처럼 생긴 스텐트를 넣어 혈전을 끄집어내는 시술입니다. 전신마취를 하는 게 아니라, 허벅지에 국소마취를 하고 허벅지 쪽 혈관을 통해 들어갑니다. 뇌졸중은 치료가 빨리 진행되어야 하는 질환이라 서둘렀습니다. 주치의로서 영상의학과 교수님과 협진해, 응급실에 오신 지 2시간 만에 스텐트 시술을 했어요. 상당히 빨리 한 거죠.

    뇌졸중학회나 여러 의료진들이 홍보를 열심히 해서 뇌졸중은 ‘시간이 금’이라는 사실이 많이 알려졌어요. 아직도 모르는 사람이 많지만요. 뇌졸중 치료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방치할수록 뇌 손상이 심해져 운동장애나 언어마비 등 후유증이 잘 생기기 때문입니다. 정확한 골든타임은 4시간 30분입니다. 아무리 늦어도 4시간 30분 안에 치료를 해야 효과가 있고요. 차신희 환자는 매우 빨리 치료를 받은 경우예요. 아드님이 현명하게 대처를 잘 한 공도 크다고 봅니다.

    최성헌 씨 어머니가 의식은 있는데, 반응을 못 하셨어요. 아버지랑 같이 어머니가 혈전용해술을 받으시는 걸 지켜봤죠. 첫 번째 혈전용해술을 받을 때 완벽하게 혈관이 뚫리지 않았잖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후유증이 많이 남겠다고 생각했어요. 시술받을 때 보호자들에게 동의서를 줍니다. 받아보신 분은 알겠지만 0.1%라도 나타날 수 있는 온갖 부작용과 위험성에 대해 적혀 있어요. 무서웠죠. 그래도 교수님이 정확하고 빠르게 어떤 시술을 할 것이고 해야 하는지 설명해주셔서 믿음이 갔어요.

    박중현 교수

    헬스조선 지금 환자분을 보면, 또래의 건강한 분들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치료가 성공적인 것 같은데요.

    차신희 씨 시술받은 그날 밤부터 편하게 말을 할 수 있었습니다. 허기져서 밥도 먹었고요.

    최성헌 씨 다른 환자들이 놀라더라고요. 당일에 입원한 뇌졸중 환자가 말도 하고 밥도 먹고…. 보통은 코를 통해 미음 같은 유동식을 먹인다고 하더라고요. 기적이라고 생각해요. 교수님의 빠른 처치와 어머니의 정신력이 만들어낸 기적이죠.

    박중현 교수 저녁에 환자분 입원해 계신 곳으로 한번 가봤어요. 말씀도 하시고, 팔다리 마비도 좋아지셨더라고요. 시술할 때만 해도 나이가 많으셔서 후유증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날 상태를 보고서는 많이 좋아지겠다고 느껴졌어요. 예전에는 뇌졸중이라고 하면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상태가 좋아지는 걸 포기하는 분도 많았습니다. 뇌에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거나, 빠른 처치를 하지 않고 그냥 좋아지겠지 하며 집에서 휴식하기도 했어요. 뇌졸중이 무서운 게, 혈관이 막혀서 증상이 나타났어도 막힌 혈관이 일시적으로 풀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집에서 그냥 쉬니까 좋아졌다고 여기기 쉬워요.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겁니다. 뇌졸중이 다시 와요. 하지만 환자분처럼 곧바로 병원에 와서 빨리 치료를 받으면 뇌졸중을 이겨내고 건강하게 사시는 분도 많습니다. 의사로서 제일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죠.

    차신희 씨 주변 사람들에게 굳이 뇌졸중이 왔었다고 알리지 않았어요. 좋은 일도 아니었으니까요. 말을 하면 놀라요. 이렇게 건강한데 그런 일이 있었느냐고요. 말 안하면 전혀 모르겠다고 해요(웃음). 일주일 정도 있다가 퇴원했는데, 입원하기 전 도맡아했던 빨래나 청소, 설거지 같은 집안 살림도 퇴원한 날부터 그대로 하고 있습니다. 아들이나 남편이 도와주려고 하는데, 제가 해도 안 힘들어요.

    박중현 교수 가족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더 좋아진 것으로 보입니다. 뇌졸중이 나타났을 때 ‘언어장애가 올 수 있으니 최대한 말을 많이 걸라’고 차신희 환자분 가족에게 부탁했거든요.이상한 게 있으면 바로 알려달라고도 했고요. 보호자들이 잘 따라주셨습니다. 뇌졸중은 재발하지 않게 잘 관리해야 하는데, 약물치료와 생활습관 조절이 중요해요. 이 부분에서 가족들이 도와주는 게 큽니다. 실제로 가족들과 함께 살지 않는 뇌졸중 경험자는 예후가 나쁜 편이에요. 누군가 항상 도와주면 혼자 하는 것보다 더 쉽겠죠. 가족과 환자 모두 제 말을 잘 따라주시면 저도 힘이 나서 더 많이 돕는 것 같아요.

    최성헌 씨 교수님이 가족과 환자가 잘 따라주었다고 하시는데, 저는 교수님에게 감동한 적이 많아요. 교수님의 헌신적인 치료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좋아지기 쉽지 않았을 거라 봅니다. 시술 후 입원기간 중, 병원 휴무일이 하루 있었어요. 그 전날, 교수님이 회진도 아닌데 불쑥 찾아오셨습니다. ‘내일 쉬는 날이라 환자를 보러 올 수 없다. 그러니 특정 증상이나 상황이 나타나면 곧바로 의료진을 호출하라’고 하나하나 가이드라인을 알려주시더라고요. 의사가 조금이라도 신경 써주면 환자와 보호자 입장에서는 크게 감동받습니다. 의료진을 더 신뢰하게 되고요. 참 감사했습니다. 권위적인 의사, 환자의 아픔에 무감각한 의사도 많잖아요. 교수님에게선 그런 모습을 눈 씻고 찾아보려 해도 찾을수가 없습니다(웃음).

    차신희 씨

    헬스조선 생활습관은 어떤 걸 당부하셨나요?

    박중현 교수 운동이죠. 가능하다면 걷는 게 제일 좋습니다. 걷는 모습만으로도 증상이 어떤지 확인이 됩니다. 그리고 걷는 행동이 뇌를 자극해 인지기능 향상에 도움을 줍니다.

    차신희 씨 하루에 30분 정도 꼬박꼬박 걸어요. 훌라후프도 한답니다. 하루에 2000개는 하는 것 같아요(웃음).

    박중현 교수 차신희 환자 같은 경우 운동 습관을 유지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항응고제를 꾸준히 복용한다면 큰 문제 없이 건강하게 잘 사실 수 있습니다.

    헬스조선 마지막으로 뇌졸중 환자들에게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차신희 씨 포기하지 마세요. 저도 경황이 없었지만, ‘내 할일을 한다’는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했습니다.

    박중현 교수 치료가 끝난 뒤에도 술, 담배는 절대 하면 안 됩니다. 퇴원했다고 끝이 아닙니다. 갑작스럽게 몸에 변화가 나타난다면 고민하지 말고 빨리 병원으로 오세요. 정확한 몸 상태는 의료진이 알 수 있으니, 의사를 믿고 따라주세요. 노력하는 환자를 의사는 절대 외면하지 않습니다.

    박중현 교수가 알려주는 뇌졸중 예방법

    1 뇌졸중이 생겼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대표적 증상들(갑작스러운 안면마비, 갑작스러운 한쪽 팔다리 마비, 갑작스러운 언어장애)을 숙지한다. 증상이 발생했다면 곧바로 응급실로 간다.
    2 건강검진을 이용해서 정기적으로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을 측정하고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이 발견되면 주치의를 정해서 꾸준히 치료한다.
    3 담배는 무조건 끊는다. 혼자서 끊기 힘들면 보건소 금연클리닉 같은 주변의 도움을 받도록 한다.
    4 술은 가능하면 먹지 않고, 불가피하게 먹어야 한다면 하루에 한두 잔 이하로 줄인다.
    5 음식은 싱겁게 골고루 먹고, 채소와 생선을 충분히 섭취한다.
    6 매일 30분 이상 적절한 운동을 해서 적정 체중과 허리둘레를 유지한다.
    7 스트레스를 줄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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