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양 이겨내고 환우회 회장까지… 더 많은 유방암 환자들에게 힘 되고 싶어요"

입력 2017.05.04 08:30

유방암 극복한 강규언 씨 & 주치의 양정현 의료원장

주치의는 큰 병에 걸린 환자와 그 보호자를 잘 이끌어줄 수 있는 사람이다. 주치의와 잘 소통하며 깊은 신뢰를 쌓은 환자는 병을 이기는 힘이 강해진다. <헬스조선>은 환자와 의사를 한자리에서 만나, 이들이 함께 만들어낸 역경 극복 스토리를 소개하고 있다. 즐거운 동행, ‘해피 투게더’의 열세 번째 주인공은 유방암을 이겨낸 강규언 씨와 주치의 건국대병원 양정현 의료원장(외과 교수)이다.

벚꽃이 한창인 4월, 건국대병원의 한 진료실에서 강규언 씨(47)와 양정현 의료원장을 만났다. 인터뷰를 마친 뒤, 사진 촬영을 위해 주변을 정리하고 있자니 간호사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환우회 회장님이랑 원장님 촬영하시죠?” “예쁘게 잘 찍어주세요” “두 분 제가 정말 좋아해요” 등의 칭찬이 연이어 쏟아졌다. 억지나 아부가 아닌, 진심에서 나오는 말이었다. 두 사람이 평소 얼마나 친하게 지내는지, 병원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강규언 씨,주치의 양정현

헬스조선 강규언 씨는 어떻게 자신이 암이라는 걸 알았나요?
강규언 씨 처음부터 대학병원을 찾은 건 아니었어요. 만 40세 이상 여성이라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2년마다 유방 검진을 하잖아요? 제 집이 서울 광진구인데, 집근처의 일반의원에서 검진을 받았어요. 검진 결과를 본 의사가 유방암이 의심된다고 하더라고요. 2011년 5월 28일이었죠. 그곳에서 조직검사도 마쳤는데, 암인 것 같으니 큰 병원으로 가라고 했습니다. 그때부터 ‘어느 병원을 가야 할까’, ‘어떤 선생님께 가야 할까’ 고민했죠. 남편도 온갖 곳에 수소문하더라고요. 남편과 남편 친구들이 회의까지 했대요(웃음). 그러다 양정현 원장님 이야기가 나왔어요. 집과도 가까운 건국대병원에 계시고, 유방암 정말 잘 보신다고 하더라고요.
양정현 원장 그때 제가 삼성서울병원에 있다가, 건국대병원으로 온 지 얼마 안 되었습니다. 차트를 보니까, 2011년 6월 8일에 처음 저와 만나셨더라고요. 수술은 16일에 했습니다.

헬스조선 수술을 상당히 빨리 받으셨네요?
양정현 원장 유방암의 경우, 수술이 필요하다면 저는 2주 이내에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아무리 유방암 예후가 좋아졌다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암이기 때문에 불안할 수밖에 없어요. 초조해하기도 하고요. 이렇게 되면 환자의 정신 건강에 안 좋아요.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분도 있고요. 수술이 밀려 있어서 2주 이내에 못 할 지경이면 다른 병원에 가시는 게 좋겠다고 권유합니다. 그래야 환자도 빨리 선택할 기회를 가질 수 있죠. 교과서에서는 2개월 정도까진 괜찮다고 되어 있지만요.
강규언 씨 제가 운이 좋았죠. 원장님이 유명한 분이신데 말이에요. 대학병원은 한두 달씩 암수술을 기다리기도 한다고 들었어요. 저는 암을 빨리 발견했어요. 2기로 넘어가기 직전의 1기 상태라고 들었습니다. 임파선 전이도 없고, 수술하면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헬스조선 아무리 1기라고 해도, 암이란 진단을 받았을 때 기분이 좋지 않으셨을 것 같습니다.
강규언 씨 그렇죠. 제가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그때만 해도 스트레스 관리 능력이 없었어요. 스트레스 발산을 안 하고 전부 담아놓는 성격이었거든요. 암진단을 받았을 때도 ‘올 게 왔구나’ 하는 생각이었어요. 그래도 양 원장님이 많이 안심시켜 주셨어요. 처음 뵐 때, 자신이 직접 쓴 책을 손수 사인한 뒤 읽어보라고 주셨어요. 유방암에 관한 책이었죠.
양정현 원장 《유방암, 진료실에서 못다한 이야기》란 제목의 책이었습니다. 사실 제가 진료실에서 환자를 볼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요. 환자가 워낙 많기도 하고요. 환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진료실에서 못 한 이야기를 엮어 책으로 냈습니다. 처음 오셨을 때 책을 출간한 지 얼마 안 된 시기라, 진료실에 책이 많이 쌓여 있었어요. 그래서 유방암 환자들에게 한 권씩 드린 기억이 납니다. 아쉽게도 지금은 책이 다 떨어져서 그렇게 못 하지만요.
강규언 씨 원장님이 저에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금방 낫는다’고 이야기하셨어요. 짧은 말이지만 확신에 찬 목소리로요. 위안이 많이 됐어요. 집에 가서 원장님이 주신 책도 꼼꼼히 읽어보니, 불안이 사라지더라고요. ‘이런 분이면 믿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간혹 원장님이 워낙 말수가 없어 무뚝뚝하다고 오해하는 분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말수가 없을 뿐이지, 환자 생각하기로는 세계 제일입니다.

주치의 양정현

헬스조선 왜 그렇게 생각하셨나요?
강규언 씨 말하자면 일례가 정말 많은데… 한 가지 생각나는 걸 말할게요. 수술 때문에 입원했을 때, 주말과 공휴일 가리지 않고 병원에 나오시더라고요. 원장님 정도 되면 그러기 쉽지 않으신데 말이죠. 매일매일 환자를 본인이 직접 체크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절제 수술을 한 뒤, 항암치료를 받았어요. 항암 때문에 한번은 추석이었나, 명절 때 입원한 적이 있습니다. 명절인데 당연히 원장님은 안 계시겠거니 했죠. 그런데 회진을 오셨어요. ‘명절인데 어떻게 오셨냐’고 하니까, ‘환자 보러 왔다’며 웃으시더라고요. 감동받았어요. 최근 모친상이 있었는데, 그때도 2~3일 있다 병원 나오신 걸로 알아요. 가끔 본인의 인생은 없으신가 하는 걱정이 들 정도로 환자만 생각하는 올곧은 분입니다.
양정현 원장 이런 직업을 가지게 된 게, 운명이라고 생각해요. 어머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셨어요. 제가 슬픔에 빠져 있기보다 최대한 많은 환자를 돌보는 게 어머니가 원하시는 일이라 생각해서 곧바로 병원에 나왔습니다.

헬스조선 수술은 어땠는지도 궁금합니다. 이후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도 알려주세요.
양정현 원장 혹이 크지 않아서 보존술을 했습니다. 유방 전체를 제거하면 전(全)절제술이라고 불러요. 보존술은 종양의 특징이나 크기 등을 고려해, 유방 전체를 제거하는 게 아니라 종양이 포함된 유방 일부분만 제거하는 방법입니다. 우리 병원에서는 유방암 환자의 80%가 보존술을 합니다. 다른 병원보다 비교적 높은 비율이죠. 일부분만 제거하면 겉으로 봐도 크게 티가 나지 않고 여성성이 잘 보존된다는 장점이 있어요. 환자도 만족하는 편입니다.
강규언 씨 수술 후 항암치료를 네 차례 했어요. 6~8회 하는 사람도 있는데, 적게 한 거죠. 지금은 건강합니다. 암을 이겨낸 거죠. 2014년 검사상 재발이나 전이 소견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어요. 이렇게 시간을 보내면서, 암과 맞닥뜨린 뒤 어떻게 할지 몰라 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원장님께도 워낙 신세를 많이 졌으니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건국대병원 유방암 환우회 ‘에델바이스’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연말이면 원장님과 함께 송년회도 하고, 매주 목요일에 병원에 와서 입원 치료 중인 유방암 환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바자회도 두 번 열었어요. 모인 돈은 많지 않지만, 사정이 정말 힘든 환자에게 써달라며 병원에 기부도 했죠. 부끄럽네요(웃음). 환우회 활동이 쉽지 않아요. 선뜻 회장을 하려는 사람도 없고요. 그러다보니 본의 아니게 5년이나 환우회를 이끌고 있어요. 이제 그만 할 때가 됐죠. 좋은 분이 얼른 맡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양정현 원장 회장님을 보면 제가 신뢰받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환자가 자신을 신뢰하는데 열심히 안 하는 의사가 어디 있겠어요. 그러다보니 힘이 나서 더 세심하게 돌본 것 같아요.

헬스조선 마지막으로 유방암 수술을 해야 하거나, 유방암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한마디씩해주세요.
양정현 원장 유방암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암의 원인은 불명확하지만, 초기에 진단받고 최선의 수술법을 찾아 치료받으면 전혀 무서운 병이 아닙니다. 민간요법이나 비수술치료만 생각하는 분도 많아요. 수술 시기를 놓치면 병이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여기저기 퍼지기도 하고요. 수술 후 항암치료를 거부하시는 분이 있는데, 받는 것과 받지 않는 것의 생존율이 30%가량 차이 납니다. 수술이나 항암치료,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강규언 씨 조바심내고, 의료진을 못 믿는 사람 중 예후가 안 좋은 경우를 종종 봐요. 신뢰하는 마음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치료 효과도 확실히 떨어진다고 봅니다. 또한 유방암을 진단받았다고 해서 당장 죽는 게 아닙니다.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좋은 쪽으로 전환점이 될 수도 있어요.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다고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치료받으면 좋겠어요.

강규언 씨,주치의 양정현
양정현 원장이 알려주는 유방암 예방법
1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자신의 키에 맞는 정상 체중을 유지한다. 비만한 사람은 유방암이 생길 확률도 많다.
2 가족력 등 유방암 위험이 있는 사람은 경구피임약 대신 다른 피임 방법을 선택한다.
3 고지방 음식은 피하고, 통곡물을 주로 먹는다. 콩도 도움이 된다.
4 자가검진을 통해 가슴에 멍울이 만져지거나, 통증이 있거나, 이상한 유두 분비물이 나오는 등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곧바로 병원을 찾는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