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화장품은 만병통치약 아니다

  • 글 신규옥(을지대 미용화장품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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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7.04.09 09:00

    신규옥의 미용학 개론

    내가 화장을 처음 했던 90년대에 기초제품은 당연히 한 세트로 구입하는 게 상식이었다. 대부분의 화장품회사가 스킨, 로션, 아스트린젠트 이렇게 기초 3종 세트로 구성해 판매했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하는 편이 더 맞을 듯하다. 게다가 당시에는 ‘산소 같은 여자’ 이영애가 오렌지색 립스틱을 바르고 나오면 길거리에 나온 여대생들의 입술은 오렌지로 물결쳤고, 미스티퍼플을 바르고 나오면 금새 같은 색의 립스틱을 바르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칙칙한 팥죽색에 가까운 미스티퍼플은 황인종인 우리 얼굴에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 색이었지만 당시에는 그 립스틱을 챙겨 바르지 않으면 유행에 뒤떨어지는 것처럼 생각되었던 때였기에 가능했던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러한 색조문화 뒤에는 80년대 등장한 컬러TV와 90년대 세상을 바꾼 인터넷의 열풍으로 색에 민감해진 시대적 변화들이 있었고 그 변화 사이를 파고든 화장품 회사의 마케팅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결과였으리라. 그래도 컬러 부조화의 선택은 기초 3종 세트 화장품에 대한 무지보다는 훨씬 가벼운 측면이 있다.

    기초화장품

    토너, 에센스, 영양크림 3종세트의 고정관념

    ‘아스트린젠트(astringent)’는 아스트린젠트 로션의 줄임말로 피부의 모공을 줄여주는 수렴제가 함유된 화장수로 일반 화장수보다 pH가 조금 더 산성으로 기울어져 있는 제품이다. 그런데 이 아스트린젠트에 빠질 수 없는 하나가 더 있으니 그것은 알코올이다. 알코올은 기화작용을 이용해 피부의 열을 떨어뜨려주며 이완된 피부를 단단하게 하는 역할을 하는데 동시에 피지를 녹여 정리하기도 한다. 그러니 피지가 부족한 건성이 많은 우리나라 여성의 기초화장에 필수적인 화장품이라고 하기엔 그 타당도가 많이 떨어지는 것으로, 피부 타입을 고려하지 않은 화장품 사용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건성피부에는 보습 성분이 함유된 유연화장수를, 지성피부에는 수렴 화장수를 써야 한다는 정도는 기초 상식이 된 요즘, 더 이상 기초 3종에 아스트린젠트가 포함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해 오던 세트 화장품 구매에 대한 문제 제기도 근래 들어 많다. 앞서 언급했던 기초화장품 3종이 요즘에는 토너, 에센스(세럼), 영양크림 3종화장품으로 종류만 바뀌었을 뿐 구매 행태는 여전한 것에 대한 비판이다. 사실 기초화장은 색조화장 이전에 피부의 유·수분을 적절하게 조절해 주고 피부를 정돈하는 것은 물론 외부의 여러 자극에 대해 피부를 보호할 수 있는 최소의 장치를 도와주는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그런데 시중에 유통되는 화장품은 특정인 한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일반 대중을 겨냥한 공산품인 만큼, 같은 건성 피부라 하더라도 천편일률적인 화장품 사용이나 동일 회사의 제품으로만 맞춰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에는 동의한다. 다만 피부나 화장품을 선택하기 전에 이 제품이 왜 필요한지, 내 피부 상태는 어떠한지를 생각해 보는 잠깐의 시간을 아끼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약간의 화장품 성분에 대한 지식을 더한다면 좋은 제품의 선택이 훨씬 수월하지 않을까 싶다.

    민감한 피부에 베이비 제품이 좋다고?

    일반적으로 색소침착의 원인인 티로시나아제(tyrosinase) 효소의 활성을 억제하는 비타민C는 보습의 효과는 기대하기가 어렵다. 이 때 토코페롤이라고 불리는 비타민E와 함께 쓰면 피부 미백과 더불어 피부에 영양도 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대로 비타민C와 콜라겐, 혹은 비타민C와 주름에 유용한 레티놀은 동시에 사용하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대부분의 피부노화 현상은 주름과 색소침착이 함께 오기 때문에 바르지 않을 수도 없다고 염려될 때에는 아침, 저녁으로 시간대를 바꾸든지 요일을 달리해서 사용하는 방법으로 관리하면 도움이 된다.

    특히 화장품에 어떤 제품이 들어갔는지를 의무적으로 표기하는 ‘화장품 전성분제’가 시행된 이후 제품 구입 전 화장품 성분을 확인하는 사람들도 많이 늘어났다. 여드름 발생을 걱정하는 경우라면  ‘논코메도제닉(Non-comedogenic)’ 문구를 확인하고 화장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이는 쉽게 여드름을 유발할 수 있는 향료나 색소, 방부제 등 ‘코메도제닉(comedogenic)’ 성분을 제외하고 제조된 화장품을 말한다. 다만 논코메도제닉 테스트를 거쳤다고 해도 모든 피부질환으로부터 안전한 것은 아니다. 피부 민감도가 높은 사람은 팔 안쪽에 패치테스트(patch test)를 해보고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구매 전 샘플을 이용해 상완 안쪽에 제품을 바르고 하루나 이틀 지켜 본 후에 이상반응이 나타나지 않으면 사용해도 무방하다.

    얼마 전 자신은 피부가 너무 민감해서 무색, 무취의 화장품이나 베이비 제품만을 사용한다고 이야기 하는 친구를 만났는데, 이는 잘못된 피부 관리방법이다. 물론 향이나 색소에 피부 트러블을 일으키는 성분이 많다고는 하지만 피부 민감도가 조금씩 개선되는 것에 맞춰서 향이나 색소 성분이 조금씩 들어가 있는 기초제품으로 바꿔가면서 다양한 화장품에 적용시키는 것이 좋다. 일반적인 재활 치료와 상통하는 의미이다. 또한 베이비 제품은 알레르기 유발 성분은 적지만 피부보호막인 피지선이 발달하지 않은 아이들의 피지막을 만들어 주기 위해 충분한 유분을 제공하는 것으로 어른의 피부에는 맞지 않거나 별 효능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만 한다.

    듬뿍 바르는 화장품은 독이다

    요즘 예능에 출연하는 남자 연예인들도 열 가지가 넘는 기초화장품을 싸가지고 다니며 관리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는데, 많은 종류의 화장품을 바르는 것이 피부 개선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이전에 잘 신경 쓰지 않았던 피부에 대한 관심과 꾸준한 관리가 피부 건강과 직결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화장품은 아끼지 말고 듬뿍듬뿍 바르는 것이 좋다고들 하는데 이 역시 잘못된 정보이다. 피부는 본래 잘 흡수하는 조직이 아니라 방어하는 조직이다. 따라서 제품을 흡수할 수 있는 정도도 매우 제한적이며 겉돌아 남은 유성 성분이 모공을 막으면 자칫 뾰루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유성성분이 피부에 오래 남아 변질되면 과산화지질이 생성되는데 이는 피부노화의 지름길이 된다. 그러니 피부에 필요한 적절한 양만큼만 바르는 것이 훨씬 현명한 방법이다.

    화장품법에는 화장품이 ‘인체를 청결·미화하여 매력을 더하고 용모를 밝게 변화시키거나 피부·모발의 건강을 유지 또는 증진하기 위하여 인체에 바르고 문지르거나 뿌리는 등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사용되는 물품으로서 인체에 대한 작용이 경미한 것’이라고 적혀 있다. 피부상태는 주로 외부의 환경과 내부의 호르몬 작용과의 관계가 겉으로 드러나게 되는데 그러한 내·외적 문제들을 직접 바꿀 수는 없으니 화장품으로 적절히 조절한다고 하는 편이 가장 적절할 듯하다.

    그리고 법령에도 ‘인체에 대한 작용이 경미’하다고 못박고 있다. 그러니 화장품은 만병통치약이 절대로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당연히 화장품 선택의 첫째 요건은 내 피부를 파악하고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도록 ‘밸런스(balance)’를 맞춰주는 일일 것이다. 이런 피부를 위해 교과서에 나오는 얘기 하나를 보탠다. 건강한 피부는 규칙적인 생활과 식이, 충분한 수면, 적절한 스트레스 해소 등 올바른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말이다.

    신규옥 을지대 미용화장품과학과 교수
    신규옥 을지대 미용화장품과학과 교수. 한국미용학회 이사이며, 미용산업문화학회 부회장이다. 원주 MBC 편성제작국 아나운서를 지낸 적이 있고, 《New 피부과학》, 《미용인을 위한 New 해부생리학》등 다수의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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