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암 환자와 가족의 ‘아름다운 이별 준비’

  •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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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고자료 《환자는 진실을 원합니다》(국립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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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7.04.08 09:00

    의사로부터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을 들은 말기 암 환자들은 예상하지 못 했던 상황으로 혼란을 겪는다. 이런 순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환자의 남은 삶이 윤택할 수 있도록 가족의 역할이 중요하다.

    ‘말기 암’ 진단은 언제 내리나?
    의사들이 말기 암 진단을 내리는 것은 단순히 암이 4기이거나 전이됐을 때가 아니라, 수술, 방사선 치료, 항암 화학 요법 등 적극적인 치료가 더 이상 효과를 내지 못 해 병세가 악화돼 수개월 안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될 때다.
    말기 암이라서 생존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을 들은 이후의 생존 기간은 환자마다 다 다르다. 다만, 통계적으로 10명 중 5명은 2~3개월 생존하고, 평균적으로는 대부분의 환자가 3~4개월을 더 산다. 이 시기를 더 나은 삶의 질을 유지하며 보낼 수 있도록 환자뿐 아니라 환자 가족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어루어만지는 할머니와 가족

    10명 중 2명, 상태 모른 채로 임종 맞아
    일부 말기 암 환자의 가족은 환자 본인에게 환자의 상태를 말해주지 않는다. 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모르고 있을 때 더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기 암 환자 10명 중 4명 정도가 자신의 삶이 얼마나 남았는지에 대한 설명을 정확히 못 듣고, 10명 중 2명은 사망할 때까지 자신의 상태에 대해 모르는 채로 임종을 맞는다.

    환자 96%는 진실 알기를 원해
    가족들의 염려와 달리, 96%의 말기 암 환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기를 원한다고 한다. 질병이 더 악화돼서 정신이 혼미한 상태가 됐을 때 몸 상태를 알면 삶을 마무리하는 기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자신의 상태를 알아야 치료를 선택할 수 있고, 죽음을 현실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통해 더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으므로, 환자에게 진실을 말하는 것이 더 낫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환자에게 진실을 말한 가족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81.9%가 “환자에게 알리기를 잘했다”고 답했다. 그 이유는 ▲인생의 남은 문제를 정리할 시간이 있다 ▲환자가 진실을 알 권리를 보장해줄 수 있다 ▲불필요한 치료로 인한 환자와 가족의 부담을 덜 수 있다 등으로 꼽힌다.

    진실을 알아야 할 수 있는 것들
    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알 때만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첫째, 좋았던 순간들을 회상할 수 있다. 가족끼리 추억을 회상하면서 사랑을 더욱 돈독히 할 수 있고, 환자 스스로도 더 의미 있는 일을 찾는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 둘째, 의미 있는 하루를 보내려는 노력을 할 수 있다. 일상적인 하루를 반복하는 게 아니라, 의미 있는 일들을 찾아 실천할 수 있다. 셋째, 삶을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남은 삶에 대한 의미나 목적을 찾을 수 있고, 스스로를 위안할 시간이 마련된다. 넷째, 원하는 것을 표현하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치료 방식, 먹을 음식, 입을 옷, 여행 등 환자가 원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실행할 수 있게 된다. 다섯째, 생각을 공유할 수 있다. 환자가 무엇 때문에 기쁘고 슬프고 괴로운지 등을 충분히 공유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환자가 느끼는 참담함 이해해야
    환자에게 지금의 상태를 알릴 때 주의할 점이 있다. 환자의 감정 변화를 공감해주는 것이다. 말기 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42%는 참담함을, 38%는 우울함을, 28%는 좌절감을 경험한다. 이때 환자가 무엇 때문에 힘들어 하는지, 앞으로 어떻게 하기를 원하는지에 대해 충분히 대화하고 감정을 공유해줘야 한다. 치료가 무의미하더라도 희망과 기대를 꺾어서는 안 되지만, 헛된 기대를 심어줘서도 안 된다. 치료를 받아서 오래 살 것이라고 거짓말을 하면, 나중에 그 사실을 알게 됐을 때 겪는 좌절감이 더 크다. 환자가 진실을 받아들이도록 돕고, 앞으로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함께 계획을 세워나가는 게 도움이 된다.

    언제, 누가 알리는 게 좋나?
    암환자의 72.5%가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진단이 내려진 즉시 자신에게 알려주기를 원한다. 또, 80.5%가 가족보다는 의사가 알려주기를 원한다고 한다. 자신의 상태를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환자의 감정이나 의견을 가장 잘 아는 가족이 알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환자에게 진실을 말하는 방법
    가족이 환자에게 진실을 알리기로 결정했다면 다음 여섯 가지의 순서를 따르면 된다. 환자에게 충격을 덜 주면서 환자의 상태를 알리는 방법이다.

    1. 안정감을 느끼는 공간에서
    심리적으로 안정을 느낄 수 있는 공간에서 얘기하는 게 좋다. 집, 교회, 평소에 즐겨 찾던 카페 등이다. 시끄러운 장소는 피하는 게 좋다.

    2. 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얼마나 아는지 확인
    환자는 ‘오늘 내일 중으로 죽는다’거나 ‘이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식의 부정확한 추측을 할 수 있다. 환자가 스스로의 상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묻고, 불안해하지 않도록 만들어주는 게 좋다.

    3. 무엇을 궁금해 하는지 물어보기
    최근에 통증이 심해지는 이유, 최근에 시행한 검사 결과 등 환자가 무엇을 궁금해 하는지 물어보자. 진실을 말하기 위한 대화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4. 환자가 이해하기 쉬운 언어 사용
    “이런 말을 하게 돼서 유감이다”라거나 “여러 검사 결과에서 말해주듯” 등의 말로 시작하면 도움이 된다. 환자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은 예후를 설명하며 얘기하면 훨씬 수월하다.

    5. 의연하게 반응하기
    환자가 당황하거나 슬퍼하는 것은 당연하다. 환자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손을 잡아주거나 포옹을 해주며 공감해줘야 한다. 말기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 너무 오랫동안 슬퍼하거나 불안해하면 주치의나 간호사 등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6. 질문에 성의껏 답해주기
    환자가 궁금해 하는 것이 생기면 주치의,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에게 문의해 답해주는 게 좋다. 정확한 정보를 알려서 환자가 빨리 상황에 적응하고 여생을 준비하기 위함이다.

    간병인이 행복해야 환자도 행복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듯 오랜 시간 동안 환자를 간병하면 몸과 마음이 지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환자를 간병하는 가족이 행복해야 환자도 행복한 여생을 보낼 수 있다. 환자를 돌보면서 지치는 몸과 마음을 스스로 조절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간병을 하다가 힘이 든다고 느껴질 때는 주변의 도움을 받으면 좋다. ‘하루쯤 쉬고 싶다’거나 ‘친구를 만나고 싶다’는 욕구를 억누르다 보면, 부정적인 감정을 환자에게 풀게 되고 이는 환자의 감정까지 부정적으로 만든다.

    -집에서 지낸다면: 친지나 다른 형제들에게 간병을 잠시 부탁해보자. 살고 있는 지역의 ‘지역사회복지관’을 통해 자원봉사자를 지원받을 수도 있다.
    -병원에서 지낸다면: 입원하고 있는 병원의 담당 사회복지사나 간호사에게 무료 간병인 연계를 요청할 수 있다.

    말기 암 환자 가족이 이용할 수 있는 기관
    호스피스완화의료 홈페이지 hospice.cancer.go.kr
    국가암정보센터 1577-8899 www.cancer.go.kr
    보건복지부 콜센터 129 www.mohw.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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