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에는 원칙이 없다

  • 글 심봉석 (이화의대 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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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7.03.18 22:00

    심봉석의 앤드롤로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소에는 섹스에 관해 이야기하는 걸 쑥스러워 하지만, 나름 ‘베테랑’이라는 40~50대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려 자신만의 비법을 자랑하곤 한다. 특히 남자들은 섹스에 관해서는 ‘허풍’이 무지 세다. 남자들만의 술자리에서는 서로 ‘마스터’급이라고 큰 소리를 치다가 누가 진짜로 ‘더 킹’인지를 다투는 ‘아수라’판이 벌어진다. 하지만 부부 동반모임의 경우에는 ‘내부자’인 부인에 의해 진실이 적나라하게 폭로되어 창피를 당하기도 한다.

    이왕 하는 거 멋있게 잘 해서 최고의 쾌감을 얻기 바라지만, 어느 누구도 태어날 때부터 섹스를 잘 하는 ‘태양의 후예’는 없으며, ‘도깨비’처럼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다 좋은 것만도 아니다.

    섹스는 ‘밀정’처럼 몰래 접근해서 혼자서 하는 ‘암살’과 같은 일방적인 행위는 아니다. 사람들에게 섹스가 뭐냐고 물으면 대부분은 비슷비슷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은 남녀가 같이 ‘공조’하여 큰 기쁨을 함께 나누는 ‘소통’인 것이다.

    속옷과 구두

    남자들의 섹스 무용담을 믿을 수 없는 이유

    흥행에 성공한 영화의 제목을 이용하여 섹스에 관한 이야기를 해봤는데, <허풍>이라는 영화를 제외한 나머지 영화들은 섹스가 주제는 아니다. 2013년 개봉한 공자관 감독의 <허풍>은 남자들의 섹스와 관련된 허세에 관한 얘기이다. 간만에 모인 친구 4명이 섹스에 관한 무용담을 하나씩 늘어놓는데, 대상이 여자 아이돌, 여자 국회의원, 그리고 처녀귀신과 하룻밤을 보낸 이야기에 이어 외계인과 섹스를 했다는 자랑을 한다. 듣고 있던 친구들은 거짓말이라고 하면서도 은근히 믿는 눈치이고, 결국 다음날 외계인을 만났다는 장소에 모두 다 몰려간다. 설마 진짜로 그럴까 하는 어이가 없는 내용들이지만 남자들이라면 공감이 갈 것이다.

    절대로 믿으면 안 되는 이야기가 남자들의 섹스에 관한 자랑이다. 모임에서 섹스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면 누구나 귀를 기울이게 되고, 한 친구가 끝나면 이어서 다른 친구가 또 다른 자랑을 시작한다. 하룻밤에 서너 번 했다거나 1시간을 했다거나 포르노비디오에서도 보기 힘든 온갖 기묘한 기술이 다 등장한다. 대부분은 현실적으로 절대 불가능한 성 능력이고 허풍일 뿐이다. 그런데 문제는 ‘뻥’이라는 걸 알면서도 듣고 있다 보면 정말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고, 혹시 나만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착각하게 되는 것이다.

    정보시대답게 인터넷에는 각종 성에 관한 정보가 흘러넘친다. ‘부부들을 위한 성 총람’, ‘초보자를 위한 섹스 정석’, ‘남성 공략 여성 지침서’, ‘섹스 다이제스트’, ‘강력 오르가슴을 느끼게 하는 섹스기법’ 어느 정도의 근거에 기인해서 정확하게 기술이 되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글을 읽은 사람은 섹스에는 기본적인 원칙이 있는 것으로 잘못 생각하는 수가 많다.

    섹스는 자유로운 개인 행위

    원래 모든 생명체들의 가장 궁극적인 존재의 목적은 종족 번식이고, 더 강하고 더 많은 후손을 퍼뜨리기 위하여 최고의 상대를 선택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수단이 섹스이다. 사람들은 이러한 종족 번식이라는 수단 이외의 다른 목적으로 섹스를 활용하는 유일한 생명체이다. 임신을 위한 섹스를 넘어 쾌락을 추구하는 섹스를 거쳐, 이제 의학적으로는 일상의 하나로 취급되며 세계보건기구도 성적 건강과 권리를 별도로 인정하고 있다.

    흔히 섹스에 연상되는 이미지는 침실이나 밤, 야릇한 조명이고, 식탁이나 거실, 밝은 대낮 등과 연관이 되면 성인물과 같은 느낌을 가지게 된다. 섹스란 자유스러울 것 같지만 알게 모르게 정형화되어 지내다 보니, 집에서 하는 섹스가 부담이 되거나 지루하고 재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실제 많은 부부들이 같은 장소, 같은 시간, 같은 환경에서 같은 체위로 매번 같은 섹스만을 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섹스란 남녀 둘만이 자유롭게 만들어내는 개인적인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섹스에 대해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한 달에 몇 번 할까요?”
    “두 달 동안 관계가 없었는데 문제가 없나요?”
    “주말에 무리를 해서 3번을 했는데 괜찮겠죠?”

    섹스에 관한 얘기에서 숫자가 빠지지 않는데, 특히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이 섹스의 횟수이다. 실제 연령별, 인종별, 계층별로 횟수를 분석해놓은 의학적 자료들도 많다. 우리나라 통계에 의하면 남성들의 일주일 평균 섹스 빈도는 20대 2.41회, 30대 1.98회, 40대 1.44회, 50대 1.19회, 60대 0.98회라고 하며, 미국인과 비교하였을 때 20, 30대에서는 미국인이 섹스 횟수가 훨씬 많고, 40대 이후에는 약간 많다고 한다. 이러한 통계의 수치를 가지고 이 횟수만큼 섹스를 못했을 때 혹은 미국인보다 한국인은, 사랑이 부족하다거나 섹스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부부 간의 사랑은 얼마나 많이 했느냐는 섹스의 횟수가 아니라 얼마만큼 충실하였는가 하는 만족감이 더 중요한 것이다.

    의학적으로 제시된 ‘표준 횟수’는 없다

    섹스를 한 달에 한 번 이하 혹은 3개월 동안 하지 않는 부부를 섹스리스 부부라고 한다. 결혼 후 시간이 지나면서, 생활 스트레스, 출산이나 육아 등의 이유로 섹스를 등한시하게 되고, 40대 이후 갱년기가 되면 육체적인 기능저하로 섹스를 소홀히 하게 된다. 대부분의 섹스리스 부부에 있어 원인은 생활환경의 변화 때문인데, 섹스 횟수가 적다고 해서 사랑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섹스는 무조건 많이 한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육체 및 심리적인 상태에 따라 적절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학적으로 제시된 섹스의 표준 횟수는 없다. 이러한 근거를 규명하는 것도 불가능할뿐더러 횟수가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섹스리스라는 용어는 의학적으로는 사용되지 않는다. 단지 남성에서 한번 사정을 한 후 정액의 성분이 회복이 되는 기간이 2~5일인데, 이것이 섹스의 기간이나 횟수를 결정짓는 것은 아니다. 섹스는 횟수가 중요한 게 아니기 때문에, 각종 통계에서 평균치에 못 미친다고 실망할 필요도 없고 평균치 이상이라고 강한 남자는 아니다. 얼마나 섹스를 많이 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만족하느냐가 사랑의 깊이를 결정하는 것이다.

    섹스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가다 보면 한도 끝도 없고 사실 결론을 내리기도 쉽지가 않다. 섹스 전문가들이 하는 이야기도 들을 때는 그럴 듯하지만 막상 실전에 임해서는 아닌 경우가 많다. 한마디로 섹스에는 어떤 정해진 원칙이 없는 것이다. 건강이 허락되고 두 사람 사이에 사랑이 충만하면 숫자에 구애받지 말고 그냥 마음 내키는대로 편하게 하면 된다. 이번에는 횟수에 관해서 주로 얘기를 했지만 아직 많은 얘기들이 남아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에 대한 얘기는 다음에 하도록 하겠다.

    심봉석

    심봉석 이화여대 의과대학부속 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이다. 연세대 의대를 졸업(의학박사)했으며, 미국 샌프란시스코 UCSF에서 연수했다. 이대동대문병원 기획실장·응급실장·병원장 등을 역임했다. 비뇨기과 건강 서적 《남자는 털고, 여자는 닦고》를 출간하는 등 비뇨기질환에 대해 국민들이 편견 없이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있도록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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