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사고에서 살아남는법

  •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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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움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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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7.03.03 08:00

    Medical 셀프 메디케이션
    사고유형 & 대처법

    의사가 약을 잘못 처방하거나 약사가 약 조제·복약지도를 잘못해서, 환자가 약을 복용하고 사망 또는 상해를 입는 약물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처방·조제·복용에는 문제가 없더라도 약 자체 부작용으로 인해 환자가 상해·사망 피해를 겪는 약물사고 사례도 적지 않다.

    각종 약

    약물사고 관련 상담, 4년간 4000건 넘어
    약물사고란 약물을 잘못 써서 생기는 사고로, 의료사고의 하나다. 우리나라에서 약물로 인한 사고가 얼마나 많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아직 없다. 다만, 약물사고 관련 상담건수를 통해 빈도는 추측해볼 수 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따르면 2012년 868건, 2013년 1151건, 2014년 1080건, 2015년 978건으로 4년간 총 4077건이었다. 의료분쟁과 관련한 전체 상담 건수(4만1829건)의 9.7%를 차지할 정도로 적지 않은 수치다. 그러나 상담 후 사건 접수, 조정으로까지 이어진 비율은 2012년 57.1%, 2013년 48.8%, 2014년 37.3%, 2015년 47.4%에 불과하다. 사고가 일어나더라도 약으로 인해 생긴 문제가 맞는지, 맞다면 누구의 잘못인지 등을 가려내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연간 10만 명 사망
    다른 국가에서 실시된 여러 조사에 따르면, 미국 연간 10만 명, 영국 1만 명, 일본 1000명 정도가 약물 때문에 사망한다(조사기관, 대상 등 일정치 않음). 환자안전 분야 전문가인 정헌재 박사에 의하면, 입원 환자의 최소 5%가 입원 기간 중 약물로 인한 피해를 입고, 5~10%가 사고로까지 이어지지 않아도 약물로 인한 사고 위험에 노출된다. 약의 종류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면서 사고 위험은 계속되고 있다. 사고를 막기 위한 제도적인 노력이 활발하고, 시스템 개발도 이뤄졌지만, 발생건수가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의사가 약을 처방할 때, 약사가 약을 조제할 때, 환자에게 약을 복약할 때 등 각각의 상황에서 실수를 최소로 줄이는 것만이 약물로 인한 사고를 막는 방법이다.

    약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신고된 약물사고 사례

    CASE 1 69세 A씨 항생제 과다 복용으로 난청 발생
    A씨는 2013년 1월에 목이 아프고 가래가 끓어서 이비인후과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 객담(가래) 배양 검사를 실시했더니 결핵균이 발견돼 입원 치료를 했다. 입원 하는 동안 항생제를 복용했는데, 2주 정도 지나자 청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병원의 조치는 5일 정도가 지난 후에야 이뤄졌다. 결국 난청이 됐고, 회복이 어렵다는 진단을 받았다.

    A씨의 경우 의사가 약을 처방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판명됐다. A씨가 복용한 항생제는 결핵균에 의한 폐감염을 치료하는 데 꼭 필요한 약이지만 성인의 하루 추천 용량이 840~1000mg이다. A씨는 3750mg를 하루에 두 번씩 총 7500mg을 복용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병원 측에서 항생제를 과다 처방했고, 항생제로 인해 난청이 생길 수 있다는 부작용 설명을 제대로 안 했으며, 부작용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력검사를 조기에 시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약물사고를 인정했다.

    CASE 2 뇌경색 환자 B씨
    2013년에 뇌경색을 겪은 B씨는 약사의 실수로 인한 약물사고를 겪었다. B씨는 2001년에 대동맥판막치환술을 받고 항응고제 와파린을 계속 복용했는데, 2013년 갑자기 말이 어눌해지고 팔다리의 감각이 무뎌져서 응급실을 찾았다가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 B씨의 담당 의사는 와파린을 하루에 5mg씩 복용하도록 처방했지만, 약국에서 처방전의 내용과 다르게 2mg만을 조제한 게 문제였다. 약국 측에서는 “병원에서 약 복용량을 줄여 처방한 것으로 착각해 저용량으로 잘못 조제했다”고 했다. 의사의 동의 없이 처방을 변경·수정해 조제하는 것은 약사법 위반 사항이다.

    약이 쌓여있다.

    약물사고가 생기는 이유

    1 의사의 병용(倂用)금기 무시
    대표적인 게 ‘병용금기’를 어기는 것이다. 병용금기란 아무리 안전한 약물이라 해도, 함께 복용하면 부작용이 생기는 약이 있을 시 이를 같이 처방하지 않도록 정해놓은 원칙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의약품안심서비스(DUR) 시스템을 이용해 병용금기를 어기지 않도록 돕는다. DUR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산망과 연결돼 있어서, 의사가 약을 처방할 때 환자의 안전과 관련된 정보를 실시간으로 체크해서 보여준다. 그런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병용금기 약물이 처방된 것을 알렸을 때 이를 정정하지 않은 비율이 2011년 61.8%, 2012년 73%, 2013년 75%, 2014년 78.1%였다.

    2 의사의 연령금기 무시
    병용금기만큼은 아니지만 ‘연령금기’도 문제다. DUR이 연령금기 약물이 처방된 것을 알려도 2011년 17.3%, 2012년 26.1%, 2013년 23.5%, 2014년 26.1%가 이를 바로잡지 않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는 “약을 처방하는 권한은 의사에게 있기 때문에, 의사가 어떤 의도로 병용금기·연령금기 약을 처방했는지 파악하기 힘들다”며 “기존에 처방받은 약을 먹지 못하게 복약지도를 했거나, 대체할 약이 없었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DUR에서 제공한 금기 사항을 어겨서 문제가 생기면 그런 판단을 내린 의사에게 책임이 있다. 의사는 환자에게 약 부작용이 생기지 않는지 좀더 철저하게 관찰해야 한다.

    3 약사의 처방 실수
    드물지만 약사가 의사의 처방 내용을 잘못 읽는 경우도 있다. 1mg을 조제해야 하는데 10mg으로 잘못 읽는 식이다. 약 이름이나 색깔이 비슷해 발생하기도 하며, 유효기간이 지났거나 변질된 약을 조제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약물사고 막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은?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약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정부에서는 의사가 약 처방 시 병용금기 약을 알려주는 DUR 시스템을 운영하고, 각 시·도 보건소에서는 약사 감시 체계를 운영하는 등 상시 점검하고 있으며, 사고가 생긴 후에는 한국의료분쟁조정원에서 환자들이 구제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해놨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보다 중요한 것은 약을 직접 다루는 의사나 약사가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사용 가능한 약물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만큼 부작용 등에 대한 정보를 확실히 알고, 처방·조제 시 문제가 없는지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환자 스스로도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반드시 약 복용법을 지켜야 한다.

    지역의약품 안전센터

    환자가 기억해야 할 ‘약물사고 예방 4계명’

    DUR은 처방전에 적힌 복용 기간 동안의 약만 보여준다. 환자가 약국에서 따로 사서 복용하는 일반의약품이나 과거에 복용했던 약에 관한 정보는 안 나온다. 사고를 확실히 막으려면 환자가 의사나 약사에게 직접 자신이 복용하고 있거나 복용했던 약을 알리는 게 도움이 된다. 약물사고 예방 4계명을 알아두자.

    1 의심하기
    처방전, 조제약이 자기 것이 맞는지 확인

    자신이 과거에 약물 부작용을 겪은 적이 있는지 의심해야 한다. 환자들은 약 복용 후 피부발진 등 경미한 증상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면 이를 의사에게 알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작은 증상이라도 의사에게 미리 알려야 약물 부작용이 재발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약 처방을 위해 약국에 도착했다면 처방전과 조제된 약이 자신의 것이 맞는지 의심하고 처방전에 기록돼 있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하는 게 좋다. 평소에 먹던 약과 다른 약이 처방된 경우라면 약사에게 자신의 약이 제대로 처방·조제된 것이 맞는지 한 번 더 물어야 한다. 약을 복용한 후 1~2시간 내에 몸이 붓고 가렵거나, 어지럼증 등 증상이 나타나면 약물 부작용을 의심하고 의사나 약사에게 알려야 한다.

    2 확인하기
    복용 주의사항 확실히 들어야

    약을 받은 후에는 약사에게 복용법과 주의사항을 꼼꼼히 듣는다. 흡입제나 분무제 등 사용법이 복잡한 의약품은 약사에게 사용법을 직접 배우는 것이 좋다. 환자들은 약사가 귀찮아할 것이라 생각해 약 사용법 등을 묻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많지만, 약물 복용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전달받는 것이 약물사고 예방의 기본이자 환자의 권리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일반의약품의 경우 유효기간이 지난 약은 부작용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약 복용 전에 유효기간을 확인하는 게 좋다. 일반의약품에 기재된 유통기한은 약을 개봉하기 전까지만 해당된다. 약을 개봉한 후에는 안약 4주, 연고 6개월 이내에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처방받은 약은 유통기한이 표시돼있지 않다. 처방 기한 내에 모두 복용해야 한다.

    3 기억하기
    약 효능, 복용량, 부작용 등 숙지

    약물사고 예방을 위해 기억해야 할 다섯 가지가 있다. ▲종류 ▲효능 ▲복용량 ▲복용법 ▲부작용이다. 약을 처방받을 때 약의 종류와 효능을 기억해두면 이후에 약국에서 자신의 약이 제대로 조제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 약은 제형(劑形)이나 환자의 체중·연령 등에 따라 복용량과 복용방법이 다르다. 하루 한 알씩 먹어야 하는 약을 임의로 2~3알씩 복용하면 약물과다 사용으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또 물과 함께 먹어야 하는 알약을 물 없이 복용하면 식도에 약이 걸려 식도에 염증이나 구멍이 생길 수 있다. 약에 의해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미리 알아두면 증상이 나타났을 때 빠르게 알아차리고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된다.

    4 알리기
    평소 먹는 약이나 건강기능식품 알려야
    약을 처방·조제할 때 의사와 약사에게 자신이 평소에 복용하는 약이나 건강기능식품에 대해 알려야 한다. 복용하던 약 때문에 새로 처방받은 약이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하거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칼슘제나 철분제의 경우 약의 흡수를 방해해 약효를 떨어뜨리고, 항응고제와 혈액응고 기능을 하는 비타민K를 같이 복용하면 약효를 제대로 보기 어렵다. 약물 부작용을 경험한 사람은 각 지역의 ‘지역의약품안전센터’에서 부작용 약물 정보를 기록한 ‘약물유해반응 카드’를 발급받는 게 좋다. 이 카드를 의사·약사에게 보여주면 부작용 유발 약물이 처방되는 것을 사전에 피할 수 있다.

    골다공증약 복용 시 주의하세요

    환자가 복용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생기는 대표적인 약물사고는 골다공증약이 원인이다. 골다공증약은 식도 점막을 자극하는 성질이 있어서 약을 먹은 후에는 물을 많이 마시고, 바로 눕지 않아야 한다. 이런 사항을 지키지 않으면 식도에 염증·궤양이 생기거나 식도 협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골다공증은 고령 환자가 많은 편인데, 나이가 들면 식도 점막이 약해져 있어서 이런 위험은 더 커진다.

    약

    약물사고 일어났을 때 대처법

    전문기관에 알려야
    약물을 복용한 뒤 1시간 안에 호흡곤란이나 구토 등 부작용이 나타나면 반드시 전문가를 찾아 약물에 의한 부작용인지 확인해야 한다. 약물 부작용은 피부 발진부터 갑작스러운 실신 등 증상이 다양해 환자 스스로 약물에 의한 것인지 알기 어렵다. 약물 부작용 신고 기관으로는 병원,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지역의약품안전센터,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한국소비자원 등이 있다. 이 기관에는 약물 전문가가 상주하고 있으며, 약물 부작용이 의심되는 사람이 전화나 방문 상담을 문의하면 증상을 듣고 처방전 등 자료를 수집해 약물 부작용 여부를 판별해준다.

    약물 부작용 여부는 ‘약물유해반응평가원칙’에 따라 ▲약물 부작용 증상이 약효 지속 시간 내에 발생했는지 ▲약물을 재사용했을 때 부작용이 발생했는지 ▲약물 이외의 부작용 유발 원인이 있었는지 ▲약 자체의 부작용 가능성이 있었는지 ▲약 복용 중단 시 부작용이 사라졌는지 등을 조사한다. 환자가 약을 복용한 시간과 증상이 나타난 시간 등을 알아두면 약물 부작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증상이 약물 부작용으로 밝혀질 경우 약물 사용을 중단하거나 다른 약물로 교체한다.

    과실 여부에 따라 보상도 가능
    약물 부작용이 의료진의 과실로 발생한 게 밝혀지면 보상받을 수 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나 한국소비자원에 전화하면 약물사고 피해 구제 가능 여부부터 보상과 관련된 전반적인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상담을 통해 피해 구제가 필요한 경우 각 센터의 약물역학조사관이 약을 처방·제조한 시설 현장 등을 조사해 약물 처방의 적절성, 약물 조제상의 과실 유무, 약물 투여(처치)의 적절성 등을 판단한다. 필요에 따라 의료진과 환자 사이의 합의를 거쳐 보상금을 지원한다.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분쟁조정위원회 등을 통해 조정결정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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