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간 휴진하지만 더 큰 것을 얻어 돌아옵니다"

  • 황인태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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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지아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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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7.03.04 10:30

    13년째 에티오피아 의료봉사 하는 성형외과 원장 이주헌

    의사는 인간의 수명 연장의 일등공신이지만 모두가 존경을 받는 것은 아니다. 의술(醫術)은 좋지만 인술(仁術)은 아쉽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의사도 많다. <헬스조선>은 소리소문없이 선행을 펼치는 ‘착한 의사’들을 매호 한 명씩 찾아내 소개한다. 그 첫 번째로, 10년 이상 해마다 에티오피아로 의료봉사를 떠나는 성형외과 의사 이주헌 4월31일 성형외과 원장을 만났다.

    이주헌 원장

    매년 아프리카 에티오피아로 의료봉사를 떠나는 의사가 있다. 2004년 처음으로 아프리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으니, 햇수로 10년이 넘었다. 에티오피아에 도착해 보름 동안 한국으로 돌아오기 직전까지 1500~2000명의 환자를 진료한다. 전공이 성형외과지만 소아환자가 많아 아이들을 주로 진료한다. 물론 화상치료부터 구순구개열수술을 주로 맡고 있다. 왜 강남에서 잘 나가는 성형외과 개원의사가 먼 이국땅 아프리카까지 의료봉사를 떠나게 됐을까? 그는 의사의 길을 걷게 되면서 늘 가슴 한켠엔 ‘봉사하는 삶’에 대한 고민이 있었단다. 그러던 중 우연찮은 계기로 봉사의 기회가 찾아왔고, 망설임없이 아프리카행을 택했다.

    신앙으로 만난 인연이 봉사로

    이주헌 원장은 1999년 병원을 열었다. 개원 초창기 1년을 하루처럼 살았다. 누구보다 바쁘게 진료를 했지만 종종 공허함이 밀려왔다. 그러다 찾은 곳이 교회였다. 그 뒤로 평일에는 진료를 보고, 주말에는 교회를 찾았다. 우연하게 들른 교회가 운명이었을까? 당시 교회에선 세브란스병원을 모델로 삼아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 병원을 세우고 있었다. 그리고 교회는 10년 노력 끝에 2004년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MCM병원을 설립했다.

    “MCM병원이 설립되고 병원 셋업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어요. 시설은 갖췄지만 진료기록작성부터 진료처방까지 병원 내 셋업이 제로였던거죠. 이 이야기를 풀어놓다가 교회를 함께 다니던 의사 4명이 뭉쳤습니다. 평소 마음이 잘 맞았기 때문에 큰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해 4명이 한 팀이 돼서 아프리카 에티오피아로 떠났죠.”

    당시 MCM병원 상황은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1999년 이 원장이 처음 병원을 열던 때를 생각해야 했다. 당시 이 원장도 병원을 운영하던터라 에티오피아에 오래 있을 수 없었다. 이 원장은 1년마다 15일씩 3~4년에 걸쳐 병원 셋업에 매진했다. 현재 MCM병원은 연간 15만명의 환자를 돌보는 종합병원으로 성장했다. 이제 이 원장은 에티오피아를 찾을 때마다 MCM병원이 아닌 차를 타고 각 지역을 방문해 의료봉사를 한다.


    에티오피아에서 진료중인 이주헌 원장

    “에티오피아는 약 70여개 부족으로 구성된 국가예요. 무엇보다 부족간의 적개심이 매우 강합니다. 예를 들어 A부족원의 의사가 있는데, B부족 환자가 병원을 찾았다면 A부족원 의사는 B부족 환자를 진료하지 않습니다. 다른 부족 사람이기 때문이죠. 이런 문화적 특성으로 소수 부족 사람들은 약자일 때가 많습니다. 또 병원이 에티오피아 수도에 있어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이들은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합니다. 우리가 직접 그곳으로 갈 수밖에 없죠.”

    한 번 이동하면 400~500km를 움직인다. 에티오피아는 우리나라 면적보다 5배나 넓다. 더욱이 비포장 도로가 많아 24시간 동안 차를 타기도 한다. 지역에 도착하면 에티오피아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든다. 환자를 보다보면 1년 전 미처 치료하지 못했던 이들을 만나게 된다. 또 치료를 받은 이들이 감사의 마음을 표시하기 위해 찾아오는 일도 있다. 이 원장이 매년 에티오피아를 찾는 이유다.

    “사람이 너무 많이 몰리기 때문에 이들을 전부 치료하지 못합니다. 결국 떠날 때 내년에 다시 꼭 오겠다고 약속합니다. 약속을 했으니 다시 가야죠. 기다리는 환자들이 있으니까요. 물론 약속도 약속이지만 절실하게 치료를 기다리는 이들이 너무 많습니다. 진료팀이 떠날 때는 진료 대기 줄이 일시에 무너집니다. 이번이 아니면 일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죠. 이 때는 현지 경찰이 공중에 총을 쏩니다. 안타깝지만 그 정도로 이들에겐 치료가 절실한 거죠”

    선천성심장병 아이를 살려라

    가장 기억나는 치료에 대해 묻자, 바로 선천성심장병 여아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나이는 8~9세이지만 성장을 못해 3세 체구의 아이였다. 검사 결과 태어날 때부터 심장병을 앓고 있었다. 선천성심장병은 대수술이기 때문에 당시 MCM병원에서 수술할 수 없었다. 결국 아이는 시간이 흐르면 생명을 잃을 것이 뻔했다. 의사 4명이 모였다. 모두가 현실적으로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말뿐이었다. 그러다 일산병원에 도움을 청해보기로 했다. 함께 의료봉사를 했던 산부인과 의사가 일산병원에서 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때 일산병원에 도움을 청했던 의사가 김철수 MCM병원장이다.

    “기적이었죠. 일산병원에서 수술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선천성심장병 여아와 부모님을 설득해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고, 일산병원에서 심장판막수술을 했습니다. 2008년만해도 심장판막수술은 고난이도 수술로 꼽혔습니다. 기적적으로 건강을 되찾은 아이와 부모는 다시 에티오피아로 돌아갔습니다. 몇 년 뒤 에티오피아를 찾았을 때 숙녀 티가 나는 한 아이가 다가와 인사를 하더군요. 그 때 심장판막수술을 받은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다시 몇 년 뒤 아이의 사망 소식을 접하게 됐다. 심장판막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수술시기가 늦었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검진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간단한 검진만 이뤄져도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 하지만 대규모 검진을 하려면 단일 의료기관의 의료봉사로는 한계가 있다.

    “에티오피아에서 의료봉사를 하면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좀 더 빨리 검사를 받았다면, 조금만 더 빨리 병원을 찾았다면 이렇게까지 악화되지 않을텐데 하는 아쉬움이죠. 한국이라면 병이 나빠진 아이라도 고칠 수 있지만 에티오피아에선 힘들죠. 그런 일을 겪을 때 참 힘이 듭니다.”


    에티오피아에서 진료중인 이주헌 원장

    의료봉사는 중독된다

    누구는 에티오피아 의료봉사를 쉽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개원의사가 매년 15일 간 의료봉사를 떠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성형외과끼리 경쟁이 치열한 강남에서는 더 힘든 일이다. 하지만 이 원장은 의료봉사는 의사로 큰 보람을 느끼게 만든다고 말한다. 자신이 배운 지식으로 누군가에게 가장 좋은 것을 해준다는 사실이 의료봉사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휴진하는 것보다 더 큰 것을 얻어 돌아온다는 것이다. 에티오피아 의료봉사는 매우 열악하다. 2000m 이상 고산지대에서 의료봉사를 할 때면 한 밤의 기온이 2~3도로 떨어진다. 씻지 못하는 건 고사하고, 벼룩으로 크게 고생한다. 이 원장은 첫 의료봉사를 떠났던 때 벼룩에게 100곳 이상을 물렸다. 그런데도 매년 에티오피아로 떠난다. 최근 2년 간은 에티오피아 치안이 불안해져 입국을 하지 못하고 있지만 조만간 에팅오피아 정세가 나아지면 다시 의료봉사를 떠날 계획이다.

    “봉사를 나누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실제로 봉사를 하면 자기 자신이 얻는 게 더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봉사를 하면 중독된다고 하더라구요(웃음). 여력이 되는 한 의료봉사를 계속할 생각입니다. 아직도 제가 오기만을 기다라는 에티오피아 아이들이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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