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조숙증, 섣불리 치료 말아야… 6개월간 뼈 관찰 필수

입력 2017.01.18 09:02

성호르몬 억제하는 게 기본 치료, 뼈 성장 안 빠르면 안 맞아도 돼
"예측 키에 연연해 결정하지 말길" 여러 의사 의견 듣는 것도 도움

성조숙증(性早熟症) 환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지나치게 걱정하는 부모가 많다. 이런 심리를 상업적으로 이용해 불필요하게 치료를 시작하는 병원도 적지 않다. 성조숙증이란 2차 성징(가슴·고환 발달, 음모 발달 등)이 여아 8세, 남아 9세 이전에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성조숙증 한방 치료로 유명한 강남의 모 한의원에서는 초경을 늦춘다거나 가슴 몽우리가 생기지 않도록 해준다는 등의 한약을 조제해 처방하고 있다. 보름치가 최대 30만원 정도로 약값도 싸지 않은 편이다. 한의업계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최근 한의원이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도 성조숙증 전문 한의원은 잘 되고 있다"며 "성조숙증은 현재 소아청소년과에 가면 성호르몬을 억제하는 주사 외에는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라, 부모들이 '가슴 몽우리를 풀어준다'는 등의 문구에 쉽게 현혹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성조숙증이라고 무조건 치료해야 하는 게 아니다.
성조숙증이라고 무조건 치료해야 하는 게 아니다. 소아내분비학을 전공한 대부분의 의사들은 뼈 나이와 황체화 호르몬 농도 등을 6개월간 관찰한 뒤에 치료를 시작하라고 권고한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소아청소년과에서도 성조숙증을 간단하게만 진단하고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가 있다. 성호르몬을 억제하는 주사를 맞혀야 되는데, 비싼 성장호르몬 주사까지 추가해서 맞히는 경우도 꽤 있다. 한림대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강민재 교수는 "부모가 성조숙증 때문에 키가 덜 클 것을 과도하게 우려해 성장호르몬 주사까지 맞히는 것"이라며 "성조숙증은 신중하게 진단해야 하며, 성조숙증 진단이 되면 아이에게 한 달에 한 번씩 성호르몬 억제 주사를 1~3년간 맞히는 것이 기본 치료"라고 말했다.

◇성조숙증 진단과 치료

성조숙증은 뼈 나이(엑스레이)와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황체화 호르몬 농도(혈액검사) 등을 통해 진단한다. 보통 뼈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두 살 이상 많고, 황체화 호르몬 농도가 5IU/L 이상이면 성조숙증으로 본다.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김호성 원장(소아내분비학과)은 "성조숙증으로 의심이 돼도 6개월 정도 기간을 두고 뼈 성장이 얼마나 빨리 진행되는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검사를 다시 해서, 뼈가 6개월 동안 자라야 할 만큼보다 더 자랐으면 그때 치료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는 성장기 어린이에게 불필요한 약을 투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그러나 추적 관찰 기간을 충분히 두지 않고 바로 치료를 시작하는 병원이 적지 않다. 뼈 나이와 황체화 호르몬 농도가 심각한 수준이 아닌데 치료를 권하는 병원도 있다. 실제로 한 온라인 카페에는 "아이의 뼈 나이가 1.5년 빠르고, 호르몬 수치가 4.6인데 주사를 맞게 해서 얼떨결에 맞히고 왔다" 등의 글이 올라와 있다.

◇"여러 의사 의견 듣고, 예측 키에 연연 말아야"

성조숙증 증가
성조숙증을 과잉 치료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성조숙증은 환자마다 호르몬·뼈 나이·뼈 성장 속도·생활 환경 등이 다 다르고, 약을 썼을 때 기대할 수 있는 효과도 천차만별이다. 강민재 교수는 "소아내분비학을 전공한 경험 많은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진단 후에는 다른 의사에게 2차 의견을 듣는 것이 도움된다"고 말했다. 정말로 치료가 필요한 상황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다. 강 교수는 "최종 예측 키에 연연해 섣불리 치료를 결정하지 말라"며 "예측 키는 상황에 따라 변하고, 우리나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게 아니어서 완전히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성조숙증 한방 치료에 대해, 한 대학병원의 교수는 "한의학에서는 호르몬이 잘 억제되는지, 뼈 성장 속도가 정상으로 돌아오는지 등의 기준을 갖고 치료하는 게 아니라서 객관적인 효과를 알 길이 없다"며 "너무 맹신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호르몬제, 성조숙증 치료약 아냐

성장호르몬 주사는 저신장증(같은 성별·연령의 소아 100명 중 3번째 미만으로 작은 것)을 치료할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성조숙증 치료에 쓰지 않는다. 효과가 불분명한데 비용만 비싸다(체중이 30㎏인 아이를 기준으로 1년에 약 1000만원이 듦). 1000명 중 한두 명꼴로 갑상선 기능 이상, 혈당 상승 등의 부작용 위험도 있다.

☞성조숙증

여아 8세, 남아 9세 이전에 2차 성징이 나타나는 것. 성장판이 빨리 닫히기 때문에 키가 덜 클 수 있다.


이 기사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