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하던 잠꼬대 하고 팔다리 떨어… 수면장애 아닌 '뇌전증'

입력 2017.01.11 05:30

뇌 신경 자극돼 발작 일으키는 병
75세 이상 노인의 1.5%가 앓아
잠시 멍해지는 증상, 치매 오해도
뇌졸중·종양 등 원인 질환 확인을

자영업을 하는 양모(76·서울 동대문구)씨는 지난달 병원을 찾았다. 안 하던 잠꼬대를 하고, 잘 때마다 한쪽 다리를 흔드는 게 이상하다는 아내의 말이 신경쓰였기 때문이다. 양씨는 수면장애를 의심했는데 "뇌전증 때문에 나타난 증상"이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놀랐다.

양씨처럼 노인 중에 잠꼬대 등 잘 때 이상 증세가 나타나는 뇌전증이 있다. 뇌전증은 뇌에 전기 신호가 가해져 신경세포가 일시적으로 흥분해 발작을 일으키는 병으로 '간질'이라고 잘 알려져 있다. 뇌전증은 소아청소년기에 발병하고 경련·발작 형태로만 나타난다는 잘못된 인식이 있어서, 나이가 들어 잠꼬대 등 뇌전증 증상이 나타나도 무심코 지나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뇌전증을 방치하면 심한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으므로 노인에게 잘 나타나는 뇌전증 증상을 잘 알아두고 의심되면 빨리 진단·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안 하던 잠꼬대를 하고, 자는 동안 한쪽 팔다리를 반복적으로 움직인다면 단순한 수면장애가 아닌 뇌전증 때문일 수 있다. 뇌전증을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서는 뇌파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안 하던 잠꼬대를 하고, 자는 동안 한쪽 팔다리를 반복적으로 움직인다면 단순한 수면장애가 아닌 뇌전증 때문일 수 있다. 뇌전증을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서는 뇌파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노인 뇌전증, 수면장애·치매로 오해

노인은 뇌전증은 잠꼬대 등 잘 때 이상 증세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뇌의 전두엽(운동 능력을 주관함)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인데, 75세 노인 뇌전증 환자의 30~ 40%가 전두엽에 문제가 있는 뇌전증 환자다. 75세 이상 노인의 약 1.5%가 뇌전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경희대병원 신경과 황경진 교수는 "전두엽 뇌전증은 자면서 한쪽 팔다리만 떨거나, 신음 소리를 반복해서 내는 등 정형화된 행동을 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잘 때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병을 발견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황경진 교수는 "배우자와 사별을 하는 등 잠을 혼자 자면 발견이 더 어려워진다"며 "자고 일어난 뒤 몸에 자신도 모르는 상처가 나 있거나, 이부자리가 많이 흐트러져 있거나, 대소변을 지린 흔적이 있다면 한 번쯤 뇌파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측두엽 뇌전증도 있다. 측두엽이 기억력을 관장하는 부위이기 때문에, 측두엽 뇌전증은 잠시 동안 멍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멍해진 동안에는 손으로 주변 물건을 만지작거리는 등 특정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정신이 돌아오면 그 사실을 기억하지 못 한다. 그래서 노인이 측두엽 뇌전증이 생기면 가장 먼저 치매를 의심하는 편이지만, 실제로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황 교수는 "감각 신경을 주관하는 두정엽에 뇌전증이 생기면 팔다리가 저리고, 시각과 관련있는 후두엽의 경우엔 눈앞에 번쩍하는 게 보이는 식으로 증상이 발현된다"고 말했다.

◇뇌졸중·우울증 등이 원인일 수도

노인의 뇌전증은 절반 정도가 원인 질환이 있다. 뇌졸중이 가장 흔하며, 치매·뇌종양·고혈압·우울증·수면무호흡증 등에 의해서도 뇌전증이 유발된다. 따라서 뇌파 검사, MRI(자기공명영상) 등을 통해 원인 질환이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원인 질환이 없다면 항경련제 등을 복용해 치료한다. 약을 복용하면 환자 대부분 증상이 잘 조절된다. 황경진 교수는 "노인의 경우 고혈압·당뇨병 등으로 이미 복용 중인 약이 많은 편인데, 이때 뇌전증약까지 복용하면 상호작용 탓에 약효가 떨어질 수 있다"며 "의사와 충분히 상담해 약제를 잘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작 안 멈추는 '뇌전증 중첩증' 위험

뇌전증을 방치하면 드물지만 발작이 30분 이상 멈추지 않는 뇌전증 중첩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두엽 뇌전증은 주로 수면 중에 일어나고, 발작이 여러 번 몰아서 나타나기 때문에 뇌전증 중첩증으로 이행될 위험이 크다. 뇌전증 중첩증에 빠지면 의식이 오랫동안 회복되지 않아서 사망률이 20~50%에 이른다. 사망하지 않더라도 심폐기능이 약해지거나 뇌가 영구적으로 손상될 수 있다. 따라서 뇌전증을 빨리 발견하고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뇌전증(腦電症)

뇌 신경세포에 가해진 전기 자극 탓에 일시적이고 불규칙적으로 발작이 일어나는 병. 뇌의 발달 이상, 질병(뇌졸중·종양 등), 감염, 외상, 알코올 등 원인이 다양하다. 유병률은 1000명당 4~8명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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