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에는 손발이 차가워 고생하는 ‘수족냉증’ 환자가 많다. 수족냉증은 발생 원인에 따라 꼭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있는데, 이를 추위 탓으로만 여기고 간과한다는 것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박경석 교수는 “일상생활에 불편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손발이 찬 증상이 심하면 꼭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볼 것을 권한다”며 "수족냉증의 다양한 원인과 치료법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좁아진 말초혈관 '버거병'
팔다리의 말초혈관이 좁아져 혈액순환장애가 오면 수족냉증이 나타난다. 심하면 말초신경도 손상되므로 저림과 감각감소도 동반될 수 있다. 혈관이 좁아지면, 손목, 발등과 오금의 맥박이 약해지거나 만져지지 않는 특징이 있고, 악화될수록 주변부위의 신경과 조직에 괴사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기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말초혈관이 좁아지는 주된 원인 중 하나는 동맥경화인데,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을 기저질환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이 수족냉증이 있으면서 손발 저림증이 동반되면 전문의의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특히 버거병은 말초혈액순환장애의 대표적인 질환으로, 담배를 많이 피우는 젊은 남성에서 많이 발생한다. 말초혈관이 막혀 손발이 괴사되거나, 심할 경우 절단까지 해야 하는 무서운 병이다.
◇수축된 말초혈관 '레이노현상'
겨울철에 증상이 가장 심한 레이노현상은, 찬 곳에 노출되거나 심리적 스트레스를 받을 때 손가락이나 발가락이 하얗게 변하거나 파랗게, 또는 자주색으로 변한다. 수족냉증뿐 아니라 손발 저림과 통증까지 동반될 수 있다. 추위나 심리적 스트레스에 의해 말초혈관이 비정상적으로 수축하여 발생하므로 일종의 말초혈액순환장애로 볼 수 있다. 레이노현상은 류머티스관절염이나 루프스와 같은 자가면역질환을 가진 사람에게서 흔히 나타나지만, 때로는 특별한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일반인의 10% 정도에서 발생하는 드물지 않은 증상이며, 심한 경우 합병증으로 손발가락에 피부궤양과 괴사까지도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신경' 문제일 수도
혈액순환장애뿐 아니라 신경장애로도 수족냉증이 생길 수 있다. 말초신경병, 추간판탈출증(척추디스크병), 손목굴증후군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말초신경병은 당뇨병, 만성신부전 등의 합병증이나 약물부작용으로 오는 경우가 많은데, 증상은 보통 발끝에서 시작돼 발목과 무릎까지 번지거나 손끝에서 시작해 팔꿈치 쪽으로 퍼져나간다.
이 질환은 수족냉증이 있으면서 손발 저림이나 감각이 무딘 느낌이 동반되면 의심할 수 있고, 많은 경우에 손발 저림이나 감각감소가 수족냉증보다 오히려 더 심하거나 빈번히 나타날 수도 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신경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하고 말초신경장애를 확인하는 신경전도검사나 근전도검사와 같은 전문검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