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5시간 모바일 게임하는 중년, 우울·불안장애 의심

입력 2017.01.04 09:01

퇴직·폐경 후 공허함 잊고자 몰두… 중독위험군 40대 9.1%·50대 4.4%
우울증과 중독, 동시에 치료해야… 활동 늘리고 침실에선 사용 금지

직장인 나모(43)씨는 최근 가정법원에 이혼청구소송을 냈다. 아내인 김모(42)씨가 언젠가부터 나씨와 대화를 단절한 채 스마트폰 게임과 채팅에만 신경을 쓰고 가정생활에 소홀한 것이 화근이 됐다. 그러면서 부부 싸움이 잦아지고, 갈등이 심해졌다. 한번은 나씨가 김씨에게 게임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휴대폰을 빼앗았더니, 한동안 집에 들어오지 않기도 했다. 나씨는 김씨가 게임을 끊지 못한 것이 부부관계를 파탄으로 몰고 갔다고 생각한다.

몇 달 전 정년 퇴직한 박모(59)씨는 퇴직 후 무료함을 달래고자 모바일에서 고스톱 게임인 '한게임 新맞고'를 시작하게 됐다. 맞고 게임에 빠져, 게임에 사용할 아이템을 사느라 수십만원을 결제했다. 그러다 최근에 작은 물류배송 회사에서 운전하는 업무를 맡게 됐는데, 게임에 집중하다가 접촉 사고를 냈다. 그 후에도 게임을 한번 시작하면 중간에 그만둘 수가 없어서 지금도 종종 운전 중에 고스톱을 한다.

◇인기 모바일 게임 접속자 중 30%가 40~50대

박씨나 김씨처럼 중년에 '모바일 게임'에 과몰입하거나 중독된 사례가 늘고 있다. 모바일 게임 중독은 하루 5시간 이상 게임을 하고, 게임을 하지 않으면 불안·초조한 증상이 나타날 때 의심할 수 있다. 특히 잠자는 시간을 미뤄가며 게임에 몰두한다던지, 게임을 할 땐 우울하고 불안한 기분을 느끼지 못하다가 게임을 하지 않을 때면 오히려 긴장감이 느는 특징을 보인다. 모바일 게임은 인터넷 게임과 달리 게임 조작이 쉽고 순간적인 쾌락이나 즐거움을 줘 중년들이 빠지기 쉽다.

스마트폰 중독 잠재적 위험군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실제로 모바일 게임 업계에서는 1000만 다운로드 기록을 세운 애니팡·캔디팡·탭소닉·드래곤플라이트·다함께 차차차 등의 게임 접속자 3분의 1이 중장년층이라고 밝혔다. 2015년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스마트폰·인터넷 과의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폰 중독 잠재적위험군(금단·내성·일상생활장애 중 1~2개 증상을 보이는 경우) 중 40대가 9.1%. 50대는 4.4%로 적지 않았다.

◇우울·공허함 잊고자 시작했다 중독까지

중년에서 나타나는 모바일 게임의 중독은 청소년이나 젊은 층에서 나타나는 게임 중독과 양상이 다르다. 청소년이나 젊은층의 게임 중독은 게임 자체에 흥미를 느껴서 몰입한다면, 중년에서는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불면증을 해소하려는 수단으로 모바일 게임을 선택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진 교수는 "진료실에 오는 중년 환자 중에는 게임 중독을 호소하며 오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우울증이나 불면증을 치료하러 왔다가 게임 중독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중년 여성들은 폐경기 무렵부터 본인의 할 일이 끝났다고 여기면서 우울해하는 '빈둥지증후군'이 나타나기 쉬운데, 이때 즉각적으로 즐거움을 주면서 몰입할 수 있는 모바일 게임에 빠지기 쉽다. 중년 남성도 퇴직 이후 찾아온 불면증이나 답답함을 잊기 위해 모바일 게임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국립정신건강센터 중독정신과 이태경 과장은 "일부에선 단순히 시간을 할애하는 중독 증세에서 더 나아가, 돈을 걸고 하는 도박 중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일상생활에 지장있다면 중독

중년에서 나타나는 모바일 게임 중독은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청소년들처럼 부모나 선생님이 문제를 느끼고 개입하는 과정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년의 모바일 게임 중독은 대부분은 우울증이나 불안증·불면증과 같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염두에 두고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해국 교수는 "중년에서 늘상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않고 하루 일과 대부분을 게임이나 SNS를 하는데 보낸다면 단순히 게임 중독 문제가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치료는 우울증이나 불안증이 있는지 여부와 경증(輕症)에 따라 약물 치료나, 인지행동치료 등을 시행한다. 그런 후에 스마트폰 게임에 할애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다른 활동을 유도한다. 무엇보다 하루 4시간 이하로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침실에서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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