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HDL콜레스테롤 양보다 '질'을 높여라

입력 2016.09.01 04:30

콜레스테롤의 양면성

일부 전문가, '유해성 과장' 제기
"혈중 콜레스테롤 너무 낮으면 뇌졸중·우울증 생길 수도"
콜레스테롤 강하 약물 '스타틴' 예방 목적으로 복용하면 안 돼
질 나쁜 HDL, 혈관벽에 붙으면 심혈관 질환 유발한다는 연구도

'소리없는 살인자'로 알려진 콜레스테롤은 정말 건강에 해로운 것일까? 지금까지 동맥경화증·심장병·뇌졸중의 원인으로 알려진 콜레스테롤에 대해 유해성이 과장됐다는 주장이 몇몇 전문가들에 의해 제기되면서 이상지질혈증 환자들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미국 심장 전문의인 스티븐 시나트라 박사(전 미국 코네티컷 의대 교수)는 "콜레스테롤 유해론은 정치의 산물"이라며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너무 낮으면 뇌졸중·우울증 같은 병이 생길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2012년에 콜레스테롤에 대한 그동안의 이론을 뒤집는 주장을 담은 책 '콜레스테롤 수치에 속지 마라'라는 책을 펴냈으며, 이 책은 아마존 건강의학분야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다.

또한 지난해 2월 미국 식사지침자문위원회(DGAC)는 '건강한 사람은 계란 같은 콜레스테롤이 많이 함유된 식품 섭취를 제한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DGAC는 5년 전 식품을 통한 콜레스테롤 섭취를 300㎎(계란 한 개 당 215~275㎎ 함유)으로 제한했는데, 이번에 자신들의 주장을 철회한 것이다. 최근 콜레스테롤에 대한 이론이나 지침이 바뀌는 이유는 콜레스테롤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 세포막의 구성성분이며, 성호르몬을 만드는데 원료로 쓰이는 등 건강에 뼈대가 되고 있다. 우리 몸에는 꼭 필요하지만, 너무 많으면 독이 되는 콜레스테롤, 관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콜레스테롤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 세포막의 구성성분으로 꼭 필요한 성분이지만 너무 많거나 산화되면 독이 될 수 있다. 콜레스테롤의 양면성을 알고, 콜레스테롤의 양과 질 관리를 잘 해야 한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콜레스테롤, 100여 년 간 심뇌혈관의 '적'으로 간주

콜레스테롤은 18세기 말 한 프랑스 화학자가 사람의 담석에서 추출해 발견했다. 콜레스테롤은 그리스어로 '담즙'을 의미하는 '콜레(chole)'와 '고체'를 뜻하는 '스테로스(steros)'가 합성돼 만들어진 단어다. 발견 당시만 해도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꼭 필요한 성분 중 하나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다가 1913년에 러시아 생리학자 아니츠코프 박사가 콜레스테롤을 많이 먹인 토끼에게서 심한 죽상경화증이 나타난 것을 보고 했고, 1950년대에 미네소타대학 생리위생학 교수이자 '미스터 콜레스테롤'로 불렸던 앤셀 키스가 포화지방 섭취와 그에 따른 혈중 콜레스테롤 증가가 심장병 발병과 연관이 깊다는 것을 주장하면서 콜레스테롤은 심뇌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건강의 적(敵)으로 간주돼 왔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1㎎/dL 올라갈 때마다 심혈관 질환이 발생할 확률이 2%씩 높아진다는 것은 정설로 굳어졌고, 제약업계는 물론 식품업계까지도 혈액 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였다.

"스타틴, 심혈관 사망률 낮추지만 맹신 금물"

1990년대 중반에 들어서는 총콜레스테롤과 혈관에 나쁜 LDL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스타틴' 시대가 열렸다. 4000여 명의 심장병 환자들에게 콜레스테롤 강하 약물인 스타틴을 투여해 LDL콜레스테롤과 총콜레스테롤을 떨어뜨렸더니 심장병의 재발을 유의미하게 낮췄다는 연구(4S연구)가 나온 뒤 의사들은 스타틴을 적극적으로 처방하고 있다. 총콜레스테롤과 LDL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출수록 심장병 위험도 감소한다는 가설(The lower is better)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약이 그렇듯 스타틴에도 부작용이 있다. 간 수치 상승, 근육염·근육통·횡문근융해증 같은 근육 부작용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스타틴이 인지기능 저하와 당뇨병 발생 위험이 있다"며, 이와 관련된 경고 문구를 약품에 표기토록 했다.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노태호 교수는 "스타틴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심혈관 질환 사망률도 낮추지만 이를 맹신해선 안 된다"며 "심혈관 질환이 극도로 위험한 사람이 아니라면 당뇨병·근육병·인지기능 장애 등이 있는 경우 스타틴 섭취를 재고해야 하고, 심혈관 질환이 없는데도 예방 목적으로 스타틴을 복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또한 총콜레스테롤과 LDL콜레스테롤 수치를 정말 낮추면 낮출수록 심장병 예방을 비롯해 사망률을 낮출 수 있는지, 어디까지 낮춰야 할 것인지에 대한 학계의 의견은 아직도 분분한 상태이다.

"HDL콜레스테롤 질 높여야"

최근 학계에서는 HDL콜레스테롤에 관심을 쏟고 있다. HDL콜레스테롤은 혈관 벽에 쌓인 콜레스테롤을 간으로 운반하는 역할을 해 동맥경화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글로벌 제약사에서는 HDL콜레스테롤을 충분히 높일 수 있는 약물 개발에 도전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무조건 HDL콜레스테롤의 양이 많다고 해서 심장병이 예방되는 것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스탠리 헤이즌 박사는 "HDL콜레스테롤이 혈액을 타고 순환할 때와는 달리 혈관 벽에 붙어있게 되면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을 제거하는 기능을 잃고 오히려 심혈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영남대 생명공학부 조경현 교수는 "HDL콜레스테롤은 양보다 질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유산소 운동을 하면 HDL콜레스테롤의 크기가 커지고 기능이 좋아진다"며 "흡연과 액상과당이 많이 든 가공식품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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