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근경색·폐암·담석증 이겨낸 정찬성 환자 & 주치의 김상욱 교수

입력 2016.08.16 10:14

"선생님은 저보다 어리지만 제 아버지 같은 분… 믿고 따른 덕택에 건강히 살아 있습니다"

큰 병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고 충격받지 않는 환자는 없다. 이때 환자를 잘 이끌어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주치의다. 주치의와 잘 소통하며 깊은 신뢰를 쌓은 환자는 병을 이기는 힘이 강해진다. <헬스조선>은 환자와 의사를 한자리에서 만나 이들의 역경 극복 스토리를 소개하고 있다. 다섯 번째 주인공은 급성 심근경색, 폐암, 담석증을 이겨낸 정찬성 씨와 주치의 중앙대병원 순환기내과 김상욱 교수다.

 

심근경색·폐암·담석증 이겨낸 정찬성 환자 & 주치의 김상욱 교수
심근경색·폐암·담석증 이겨낸 정찬성 환자 & 주치의 김상욱 교수

비가 오던 7월의 어느 날, 중앙대병원 내부에서 정찬성 씨(74)와 김상욱 교수를 만났다. ‘비가 와서 촬영이 어렵겠다’며 걱정했지만, 두 사람이 병원 내부의 정원으로 나설 무렵에는 떨어지는 빗방울 대신 햇살이 자리하고 있었다. 기자가 두 사람을 쳐다보자, 둘은 서로를 쳐다보며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말없이 웃었다.

 

헬스조선: 두 분은 어떻게 처음 환자와 의사로 만났나요? 그때 환자의 상태는 어땠나요?

정찬성 씨 교수님을 처음 만난 게 2009년이었습니다. 집에 혼자 있는데, 가슴 쪽을 부여잡고 쓰러졌어요. 급성 심근경색이 온 거죠. 간신히 119에 연락해서 중앙대병원에 도착했어요. 그때 저는 이미 의식이 없었습니다.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이었던거죠.

김상욱 교수 급성 심근경색은 심장에 산소와 영양분을 보내는 심장혈관이 갑자기 막혀 생기는 질환입니다. 심장에 산소와 영양분이 제대로 가지 않으면 심장 조직이나 세포가 괴사합니다. 상태가 나쁘면 사망하기도 하죠. 환자분은 다행히 병원에 빨리 도착했어요. 일각을 다투는 상황이라 보호자의 동의를 전화로 급히 구하고 곧바로 스텐트 삽입 시술에 들어갔습니다. 스텐트 삽입 시술은 그물처럼 생긴 스텐트를 막힌 혈관에 넣어주는 것입니다. 혈관 안에 뼈대를 만들어주는 거지요. 그런데 정찬성 씨는 혈관시술 도중 호흡이 멈춰 심폐소생술까지 했어요. 큰일날 뻔했습니다.

정찬성 씨 저는 의식이 없어 몰랐는데, 시술 도중 심폐소생술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나봐요. 다들 심각했다고 하니…. 다행히 시술이 잘 되어서 목숨을 건지게 되었습니다.

 

심근경색·폐암·담석증 이겨낸 정찬성 환자 & 주치의 김상욱 교수
심근경색·폐암·담석증 이겨낸 정찬성 환자 & 주치의 김상욱 교수

헬스조선: 교수님을 다시 만나게 된 계기가 있다고 했는데요.

김상욱 교수 심근경색 시술을 했다고 해서 끝이 아닙니다. 병원을 외래로 다니시면서,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정기적인 검사를 해야 합니다. 스텐트 시술을 받으신 지 1년 후인 2010년, 흉부 엑스레이 검사를 했어요. 심장 쪽 엑스레이를 보다가, 다른 부분도 한번 볼 겸 쭉 훑어봤죠. 그런데 폐 부분에 조그만 점 같은 게 보이더라고요. 암이 의심되어서 정밀검사를 하자고 했어요.

정찬성 씨 선생님이 검사지를 보다가, 제 폐가 뭔가 이상하다고 하는 거예요. 놀라서 물어보니 자세히 알려면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해봐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뭘 망설이겠어요. 바로 검사 일정을 잡았죠. 결과를 들어보니 폐암이었습니다. 다행히 초기라고 하더라고요. 교수님이 봐주시지 않았더라면 전 폐암으로 운명을 달리했을지도 모르죠. 수술을 했어도 늦게 발견했다면 경과가 나빠서 폐암 치료가 어려웠을 수 있고요. 선생님이 제 목숨을 두 번 살려주신 셈입니다. 선생님은 정말 제 생명의 은인이에요(웃음). 물론 폐암을 잘 수술해준 다른 선생님에게도 감사하고 있습니다.

김상욱 교수 고령이라서, 항암을 비롯한 치료과정을 견디기 쉽지 않았을 거예요. 당시 환자분 몸무게가 76kg 정도였는데, 60kg대로 줄 정도였으니까요. 다행히 4년이 넘은 지금까지 재발·전이 없이 건강하게 지내고 계세요. 그렇게 폐암이 무사히 지나갔는데, 다른 데서 문제가 또 생겼죠.

 

심근경색·폐암·담석증 이겨낸 정찬성 환자 & 주치의 김상욱 교수
심근경색·폐암·담석증 이겨낸 정찬성 환자 & 주치의 김상욱 교수

헬스조선: 다른 병이 또 생겼다는 말인가요?

김상욱 교수 환자분은 2013년 수술대에 다시 올라야 했어요. 담석증 때문이었습니다. 담석증은 담낭 안에 돌이 생기는 질환이죠. 사람마다 다르지만, 심한 복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찬성 씨 재미있게도 제가 전에 썼던 병실에 다시 입원했어요. 간호사들도 놀라더라고요. 정말 힘들었어요. 심근경색을 넘기고 나니 암이 찾아오고, 그러다 담석으로 다시 병원 신세라니….

김상욱 교수 환자분 의료정보가 병원에 있어서, 그쪽 과에서 연락이 왔어요. ‘스텐트를 했는데 수술해도 되겠느냐’는 내용이었죠. 심장이 약해서 수술을 못 한다는 결론이 나왔어요. 그래서 초음파로 담석을 깨기로 했습니다. 그러고 나니 마취과에서 물어보더라고요. ‘시술 도중 사망할 수도 있는데 어떻게 하는 게 좋겠느냐’고요. ‘시술해야 한다고, 왜 그걸 못 하겠냐’고 반문했어요. ‘심근경색에 폐암까지 이겨낸 분이라고, 큰 병원에서 담석 깨는 거 하나 어렵겠냐’고 말했죠. 환자분도 굉장히 긍정적이세요. 병원에 계시는 분들 보면, 병에 걸렸다는 이유로 우울해하거나 세상 끝날 것처럼 생각하는 경우도 있어요. 물론 정찬성씨 처럼 긍정적인 분도 있습니다. 이 경우 치료하는 입장에서도 수월해요. 긍정적인 환자는 나으려고 하는 의지가 있기 때문에 의료진의 이야기도 신뢰하고 잘 따릅니다. 같은 병실을 쓰는 환자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쳐요.

정찬성 씨 담석 때문에 입원해 있는데 김상욱 교수님이 저를 찾아왔더라고요. 깜짝 놀랐어요. 거의 매일 오시다시피 했죠. 그냥 지나가다가 한번 들어와서 얼굴 보고 가고, 가끔 손도 잡아주고, 몸은 어떤지 물어보고 하셨어요. 환자가 저뿐만이 아닐 텐데 하는 걸 생각하니 꼭 나아야겠단 의지가 불타오르던걸요. 제가 교수님보다 나이는 많지만, 교수님을 보면 아버지같이 느껴져요. 이렇게 진심으로 환자를 챙겨주시니 얼마나 고마워요. 교수님이 격려해주고 신경써주니, ‘그래 살 수 있다면 꼭 살자, 살아보자’ 하는 용기가 생기더라고요.

김상욱 교수 제가 수술한 환자라면 다 둘러보려고 노력해요. 궁금하기도 하고, 환자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싶어서죠. 말 한 마디, 손 한 번 잡는 거 어려운 일 아니거든요.

정찬성 씨 주변에 교수님 칭찬 정말 많이 했어요. 저 때문에 중앙대병원으로 온 환자 많을걸요(웃음).

 

중앙대병원 순환기내과 김상욱 교수
중앙대병원 순환기내과 김상욱 교수

헬스조선: 서로에게 느끼는 신뢰가 큰 것 같습니다. 환자와 의사 입장에서 어떤 점이 좋았는지, 두 분 사이에 더 바라는 건 없는지 이야기해주세요.

김상욱 교수 병이 깊었고 여러 질환을 겪으셨는데, 의연하게 대처하셨어요. 희망을 잃지 않고 말이죠. 같은 병실에 증상이 더 심한 환자도 몇 분 계셨는데, 격려해주는 모습도 우연히 봤어요. 아, 그리고 이해심도 많으십니다. 외래진료를 오면 대기시간이 길어요. 대학병원은 환자들이 많이 기다리기 마련인데, 환자분은 많이 기다려도 언제나 웃으며 들어오세요. 이해해주시니 감사하죠.

정찬성 씨 교수님은 환자를 대충 보지 않아요. 항상 이것저것 물어보고, 어떤 상태인지 주의 깊게 확인합니다. 그러니 제 폐암도 발견하신 것 아니겠어요? 한 환자가 교수님과 말할 수 있게 주어진 시간은 짧은데, 환자와 길게 이야기하다 보면 다른 환자들이 조금 더 기다릴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교수님 외래진료 때 아무리 기다려도 화가 안 나요.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려다 조금 늦어진 거니까요. 저도 꼼꼼히 봐주는데, 다른 환자에게도 그렇게 하겠죠. 환자가 교수님 같은 분 만나면 오래 살 테니, 환자도 많을 거고요(웃음).

김상욱 교수 그런데 환자분이 조심하실 게 하나 있어요. 식습관인데….

정찬성 씨 교수님, 라면 말씀하시는 거죠(웃음). 제가 라면을 참 좋아해요. 심장이 안 좋다보니 짠 음식을 먹지 말라고 해요. 근데 오랜 기간 입원해 있으면 라면이 가끔 먹고 싶을 때가 있어요. 밤에 로비 같은 곳에서 컵라면을 몰래몰래 먹는데, 희한하게 그때마다 교수님을 마주쳐요. 이거 참.

김상욱 교수 네, 짠 음식은 드시면 안 됩니다(웃음).

 

헬스조선: 마지막으로 심근경색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있다면 한마디해주세요.

정찬성 씨 주변에 보면 심근경색을 겪었는데도, 처방받은 약을 잘 안 먹는 이들이 많아요. 약은 무조건 안 좋다고 하면서. 근데 그러면 안 된다고 해요. 전 집에 있는 큰 화분에 여분의 약봉지를 몇 개 걸어놔요. 약 먹는 일을 까먹지 않게요. 그리고 교수님들이 하라는 건 잘 지키는 게 좋다고 봐요. 의사가 병 고치는 사람이지, 병 주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김상욱 교수 긍정의 힘을 믿으셨으면 좋겠어요. 긍정적인 환자가 치료 결과도 좋습니다. 그리고… 의료제도가 좀 더 의사-환자 간 신뢰가 가능하도록 점차 바뀌어나갔으면 좋겠어요. 아까 환자 분도 잠깐 말했는데, 의사가 환자를 볼 수 있는 시간은 2~3분 남짓이에요. 이 사이에 제대로 의사소통하고, 환자를 파악하긴 쉽지 않습니다. 제도가 한 번에 바뀔 수는 없지만 조금씩 합리적으로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김상욱 교수가 말하는 심근경색 예방습관
1. 식이습관은 중요하다. 짠 음식은 피하고 싱겁게 먹어라. 기름기 있는 음식도 삼가고, 야채 위주의 식사를 해라. 과식도 하지 않는 게 좋다.
2. 담배는 절대 금물이다. 술을 끊기 어렵다면 가볍게 한 잔 정도만 마셔야 한다.
3. 하루에 30분씩 전신 유산소운동을 한다. 심근경색 예방도 되고, 긴장완화에도 좋다.
4. 적절한 휴식도 필요하다. 계속 업무나 학업에 쫓기면 심장건강에 나쁘다. 한 시간 일하면 10분은 쉬자.
5. 스트레스는 피하자. 자꾸만 화나는 일을 되새기면 혈압이 올라가고, 심장건강에 좋지 않다. 잊어버려도 되는 일은 잊어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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