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 본연의 맛 살리면 자장면도 건강 음식 됩니다

    입력 : 2016.07.30 09:30

    중식당 ‘더 라운드’ 김정석 대표

    음식을 ‘맛있거나 건강하게’ 조리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그러나 ‘맛있으면서 건강하게’ 조리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맛과 건강, 정성과 철학을 동시에 담아내는 이들이 있다. 이러한 음식은 소울푸드(Soul Food)라고 할 만하다. 서울 청담동에서 중식당 ‘더 라운드’를 운영하는 김정석 대표도 그런 사람이다.

     

    중식당 ‘더 라운드’ 김정석 대표
    중식당 ‘더 라운드’ 김정석 대표

    오후 3시 ‘더 라운드’. 점심시간을 피해서 찾아갔지만 중년여성 한 팀이 야외 테이블에서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중식당에서는 흔치 않은 장면이어서 주변을 살펴보니 그곳에서 중식당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세련된 디자인의 나무 출입문, 바, 정원, 돌 장식…. 고급 이탈리아·프랑스·일본 식당에 고급 카페를 더한 느낌이었다.

    “2014년에 일본의 나오시마섬에 갔다가 가정집들의 정원을 보고 영감을 받아 우리 레스토랑 입구에도 그런 정원을 만들었어요. 자연으로 돌아가는 느낌의 인테리어에 돌, 나무 그리고 벽돌을 많이 사용했습니다.”서울 청담동 중식 레스토랑 ‘더 라운드’ 김정석 대표는 새로운 개념의 중식당 ‘이닝’과 ‘JS 가든’을 연이어 성공시켜 업계에서 주목받았다. 그가 ‘이닝’과 ‘JS가든’을 떠나 새롭게 시작한 ‘더 라운드’는 불과 6개월 전에 오픈했지만 빠른 속도로 알려져, 여유 있게 예약하지 않으면 식사하지 못하는 새로운 명가(名家)로 떠오르고 있다.

     

    요리의 경쟁력은 원재료에 있다

    여유 있게 예약을 해야 식사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찾는 이유는 뭐라고 봅니까?
    “룸은 2주 전에, 홀은 1주일 전에 예약이 끝납니다. 트렌드에 맞게 콘셉트를 잘 잡았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건강한 식재료로 자연 본연의 맛을 살린 것도 높게 평가해주세요.”

    셰프는 아니신데, 요리 콘셉트를 직접 만듭니까?
    “메뉴 개발과 방향은 제가 정하고 주방장은 기능적인 것을 담당합니다. 또 기본 식재료 관리나 거래처 정리도 제가 합니다.”

    자신이 추구하는 요리의 특징을 요약한다면요?
    “최대한 건강식 위주로 요리하려고 해요. 많은 요리사가 테크닉을 중시하지만 저는 요리의 경쟁력은 원재료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도 더 좋은 재료를 구하기 위해 직접 전국 어디든 찾아다녀요.”

    테크닉보다 원재료가 중요하다는 게 핵심이군요?
    “요리사들의 테크닉은 상당히 평준화되었어요. 북경 오리나 면류, 딤섬은 제가 직접 중국에 가서 요리사를 스카우트해오고, 일반요리나 국물요리는 한국 요리사에게 맡깁니다. 그러나 제일 중요한 것은 원재료와 레스토랑의 콘셉트를 어떻게 잡느냐는 것이에요. ‘이닝’이나 ‘JS가든’ 그리고 지금의 ‘더 라운드’에 손님들이 끊임없이 찾아주시는 이유는 트렌드를 잘 잡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 트렌드를 잡기 위해서는 콘셉트를 잘 만들어야 하고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그 콘셉트는 건강하고 좋은 식재료가 있어야만 가능하죠.”

    좋은 식재료를 구해서 준비하는 비법이 따로 있어요?
    “저는 좋은 채소를 구입하기 위해 전국 곳곳을 직접 찾아갑니다. 해산물은 시장 상인들과 관계를 잘 유지해야 신선하고 좋은 재료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레스토랑에 많은 냉장고를 배치하지 않는 거예요. 식재료는 들여오는 그날 바로 소비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그래서 이 레스토랑을 오픈하기 전에도 새로운 식자재를 찾으려고 전국의 지방에 두루 다녔어요.”

    성과는 있었어요?
    “그럼요. 그게 소문이 나서 새로운 식자재를 써보라고 가져오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라후(Barafu), 즉 아이스플랜트인데요. 원래 남아프리카 사막에서 자라는 식물인데 광주광역시에서 재배하는 분이 가져와서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해산물 샐러드와 각종 요리에 쓰고 프라이팬에 살짝 볶아서 조리하기도 합니다. 인기가 좋습니다. 혈당 조절, 항산화 효과 등 건강에도 좋은 식재료입니다.”

     

    1.팔각 2.죽생 3.빈스 4.발채 5.백로즈 6.새싹인삼 7.프리세 8.아이스플랜트 9.로즈마리 10.아스파라거스 11.은이
    1.팔각 2.죽생 3.빈스 4.발채 5.백로즈 6.새싹인삼 7.프리세 8.아이스플랜트 9.로즈마리 10.아스파라거스 11.은이

    유채꽃대, 공심채, 구황부추…계절에 따라 사용하는 달라지는 주 식재료

    계절에 따라 사용하는 주 식재료가 다릅니까?
    “2~3월에는 전남 해남에서 방풍나물을 가져와 씁니다. 노지에서 해풍을 맞아가며 자란 자연산 채소예요. 3~4월에는 유채꽃대를, 4~5월과 9~10월에는 그린 콜리플라워를, 6~8월에는 중국 남부와 동남아 지역에서 나는 공심채를 씁니다. 11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는 노란색의 구황부추를 사용하려고 해요. 다른 중식당에서는 이러한 채소를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물론 소개한 주 식재료는 날씨에 따라 사용 시기가 달라질 수는 있어요. 앞으로도 좋은 재료를 발견하면 철에 맞게 더 추가할 생각이에요.”

    건강이나 식재료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왠지 맛이 뒤떨어질 것 같아요.
    “건강한 좋은 식재료를 사용하면 양념을 특별히 하지 않아도 재료가 가지고 있는 자연의 즙이 맛을 만들어냅니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면 맛있는 요리가 나오기 때문에 굳이 소스를 쓰지 않아도 돼요. 우리 레스토랑 음식은 더 담백하고 덜 자극적이에요. 그러나 중식 먹는 느낌이 덜할까봐 중간중간에 조금 매콤한 사천식 요리를 섞어놓아요. 예를 들어 사천식 닭날개 요리는 닭날개의 두 뼈를 잘라서 각각 튀겨 더 바삭바삭하게 조리해요. 돼지갈비튀김은 소스와 마늘에 재워놓고 손님상에 내놓기 직전에 마와 함께 바삭하게 튀깁니다.”

    요즘은 건강한 음식의 주요 조건으로 저염과 저당을 꼽는데, 소금과 설탕은 어떻게 사용합니까?
    “우리는 소스를 많이 사용하지 않아요. 원재료가 좋으면 절대 소스를 많이 사용할 필요가 없어요. 원재료의 맛을 살려줄 좋은 소금이랑 간장을 적절히 사용하면 돼요. 중식당에는 원래 조선간장(재래식 간장)을 사용하지 않아요. 하지만 저는 앞으로 조선간장을 사용할 계획이에요. 조선간장이 6년간 숙성이 되면 짠맛이 줄어들고 단맛이 나요. 최소한 6년 이상 숙성시킨 간장을 앞으로 국물요리에 사용하고 맛 간장의 사용을 줄이려고 해요. 현재 중식에서 조선간장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누구도 시도를 안 해봤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요즘 저는 간장 만드는 곳을 직접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트랜스 지방은 어떤가요? 중식당에는 튀겨서 만드는 요리가 많지 않습니까?
    “모든 튀긴 음식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식용유를 오래 사용하면 문제가 되지만 매일 새로운 식용유를 사용하면 문제 될 게 없어요. 우리는 하루의 영업이 끝나면 그날 사용한 기름은 버리고 다음날 새로운 기름을 사용해요. 튀김 색깔만 봐도 기름 상태를 알 수 있는데, 튀김이 황금 빛깔을 띠어야 깨끗한 기름을 사용하는 거죠.”

    앞서 소개한 아이스플랜트 등 특이한 식재료 외에 흔히 쓰는 식재료도 특별한 원칙을 갖고 사용합니까?
    “역시 신선하고 좋은 재료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식재료를 공급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중요합니다. 저는 일단 거래를 시작한 분과는 오랫동안 거래합니다. 20~30년 된 분도 있어요. 서로 믿는 것이죠. 그분들은 좋은 품질의 식재료를 제공하고, 저는 대금 결제를 확실히 합니다.”

     

    김정석 대표는 좋은 식재료를 구하기 위해 국내외 여행을 자주 간다.
    김정석 대표는 좋은 식재료를 구하기 위해 국내외 여행을 자주 간다.

    양파 오래 볶아 자장면의 단맛 내

    중식당의 기본은 자장면인데 ‘더 라운드’에서는 어떻게 조리합니까?
    “요리법은 다르지 않아요. 단 우리는 콩기름 대신 포도씨유를 사용하고 있어요. 그래서 포도씨유 자장면이라고 이름 지었어요.”

    자장면 맛을 내려면 설탕이나 MSG를 많이 써야지요?
    “그렇지 않아요. 프렌치 어니언 수프(프랑스식 양파 수프)의 제조법을 보면 많은 양의 양파를 오랜 시간 동안 볶아줘요. 그러면 아주 진하고 양파의 단맛이 배어 있는 진액이 나옵니다. 천연 당분이죠. 자장면에 원래 설탕을 많이 넣지만 저는 프렌치 어니언 수프의 제조법이랑 비슷하게 영업 한 시간 전에 양파를 더 많이 볶아서 양파의 진액을 사용해서 단맛을 냅니다. MSG는 문제될 것이 없지만 조금 사용합니다.”

    건강한 음식에 특별한 관심을 가진 계기가 있었어요?
    “19살 때부터 호텔에서 식당 생활을 해왔어요. 그래서 제 레스토랑을 찾는 손님들 중에 4대가 같이 오는 분도 있어요. 부모님 따라 온 초등학생이 어느덧 결혼해 임신해서 오기도 해요. 건강한 식재료를 사용하지 않으면 제가 이런 손님들을 어떻게 보겠어요. 당연히 그렇게 해야죠.”

    건강한 음식에 대해 특별히 공부를 합니까?
    “공부를 따로 한 적은 없습니다. 제가 그냥 레스토랑하면서 조금씩 알아가고 매스컴으로 많이 정보를 접하고 있어요. 근데 정보가 워낙 다양해서 이게 다 잘 맞는지 모르겠어요. 학자 같은 분들이 이런 걸 모두 정리해줬으면 좋겠어요.”

     

    김정석 대표는 좋은 식재료를 구하기 위해 국내외 여행을 자주 간다.
    김정석 대표는 좋은 식재료를 구하기 위해 국내외 여행을 자주 간다.

    고교 졸업 후 19세 때 호텔 ‘버스 보이’로 사회 진출

    김정석 대표는 고등학교 졸업 학력이 전부다. 19살 때 호텔에 취직해 어깨 너머로 요리를 접했다. 더욱이 그는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셰프도 아니다. 그럼에도 어떻게 해서 그 어렵다는 외식업을 연거푸 성공시키고 있을까. 그의 삶을 들춰보기로 했다.

    외식업계에는 언제 어떻게 발을 들여놓았습니까?
    “1981년부터 1988년까지 신라호텔에서 버스보이(Bus Boy, 식당의 웨이터 보조원)로 시작해서 웨이터, 캡틴까지 되었죠. 그리고 1988년부터 10년간 르네상스호텔에 스카우트돼서 부지배인, 지배인까지 올라갔어요. 그 후 1999년에 중식당 ‘이닝’을 만들었죠.”

    고교 졸업 후 대학 진학 대신 호텔에 취직한 이유가 있었어요?
    “대학에 관심이 없었어요. 요리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관심이 많았어요. 수업 끝나고 놀다가도 5시 반만 되면 요리 프로그램을 보려고 집에 들어갔다가 다 보고 다시 나와서 놀고 그랬죠. 제가 처음으로 만들어본 게 6학년 2학기 때 고구마 도넛이었어요.”

    대학에 가지 않은 것은 가정 형편 때문었어요?
    “아니에요. 가정은 굉장히 편안했어요. 아버지가 주한 미군부대 PX(군부대 내 매점)에서 근무하셔서 8살 때부터 오렌지와 바나나 같이 다양한 음식을 먹어봤어요. 어머니와 할머니도 요리를 굉장히 잘 하셔서 남의 집에 가면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서 물에 밥 말아먹기도 했습니다.”

     

    손님에게 서비스 잘 하기 위해 조리법 익혀

    호텔의 식당 보조원은 주방에 들어가지 않는데 요리는 어떻게 배웠어요?
    “손님에게 주문을 잘 받기 위해서는 요리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쉬는 시간에 일부러 주방에 가서 주방 사람들과 같이 요리 준비를 했어요. 한식당에서는 나물을 다듬거나 소 꼬리곰탕을 끓이고, 일식집에서는 생선 잡고 재료 다듬고, 프랑스 식당에서는 같이 육수도 뽑았죠. 이유는 제가 요리의 재료나 조리과정을 알고 주문을 받을 때 재료와 조리과정에 대해 알려주면 손님이 제 말을 신뢰하고 따르게 돼요. 레스토랑에서 어느 위치에 있건 주인은 저고 우리 집을 찾아온 손님에게 맞는 식단을 제공해주는 게 제 역할인데 그렇게 하지 못하면 자존심 상하죠. 저는 그게 싫었어요. 이런 방식으로 일했더니 이후에도 어딜 가든 항상 최고의 매출을 올렸어요.”

    실패하거나 힘든 시기는 없었어요?
    “실패는 많이 했죠. 중식 테이크아웃 전문점 했다가 실패했고, 명동에서 중식당하다가 5억5000만원을 날린 경험도 있어요. 양꼬치집 하다가 망한 적도 있어요. 와인바를 차려 돈을 많이 벌었는데 미국 9·11 테러때문에….”

    실패하면서 어떤 교훈을 얻었어요?
    “너무 빨라도 안 되겠구나였어요(웃음).”

    앞으로의 계획은요?
    “‘더 라운드’를 잘 정착시킨 후 계속 확장해나갈 거예요. 제가 레스토랑을 여러 개 차려도 지배인과 주방장은 그 가게의 주인이 되게끔 만들어줘야죠. 그리고 둘째 아들이 요리에 관심이 있어서, 대를 이어서 운영하는 레스토랑도 만들고 싶어요. 더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더 중요한 일이고요.”

     

    해산물 샐러드
    해산물 샐러드

    재료 본연의 맛 살려 ‘해산물 샐러드’ 만들기

    재료(2인분)
    생연어 100g, 탈각 생새우 3마리, 생관자 1마리, 전복 1마리, 각종 채소(아이스플란트, 백로즈, 프리세, 블루베리 등 개인 취향에 따라 준비), 홍초, 꿀, 와인식초.

     

     

    조리법
    1. 생새우와 생관자는 한 입 크기로 자른다. 전복은 끓는 물에 데쳐 내장을 제거하여 한 입 크기로 잘라 생새우, 생관자와 함께 얼음물에 담가놓는다.
    2. 생연어는 한 입 크기로 자른 뒤 토치로 겉만 살짝 익힌다.
    3. 각종 채소는 물에 깨끗이 씻은 후 물기를 제거하여 한 입 크기로 잘라둔다.
    4. 홍초소스를 만든다(홍초 5큰술스푼, 꿀 1큰술, 와인식초 1큰술 스푼을 넣고 잘 저어 섞는다. 입맛에 따라 소금을 조금 넣어줘도 괜찮음).
    5. 접시에 각종 채소를 담은 후 ①과 ②의 해산물을 마른 행주로 물기를 제거한 후 채소 위에 토핑한다. 마지막으로 홍초소스를 골고루 뿌려준다.

     

    해산물 샐러드 조리법

    TIP
    각종 해물에 어울리는 소스를 뿌려먹어도 괜찮다.(새우–살사소스, 연어–홀스레디시 소스, 관자–참깨드레싱, 전복–겨자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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