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칼럼]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 막으려면, 책임질 독립 기구 만들어야

입력 2016.06.21 04:00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된 수사가 진행되면서 제조 회사는 물론 정부 관련 기관에 대한 국민적인 공분(公憤)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2014년 자료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인구는 800만명, 잠재적 피해자는 227만명이다. 2013년 이후 환경부·보건복지부에 신고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2339명인데, 이 중 사망자는 464명으로 사망률이 19.9%나 된다. 국민 건강에 심대한 영향을 줬음에도 보건복지부 등 정부 관련 기관이나 의료계에서 본격적인 관심을 가진 것은 2013년 이후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부작용 사례가 보고된 2011년보다 2년이나 지난 시점이다. 그런데 한심한 것은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습기 살균제와 같은 생활용품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조치 등 확실하고 만족스러운 대책이 세워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부작용이 보고된 것은 2011년이 처음이지만, 그 전부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원인도 알지 못한 채 병들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는 화학 제품이 국민의 손에 들어가기까지, 그 위험성을 인지하지도 못했다. 현재 상황도 비슷하다. 한국환경보건학회 자료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유통되는 화학물질 4만3000여 종류 중 15% 정도만 유해성이 확인된 상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런 화학물질이 든 생활용품을 모두 공산품으로 분류해 국가기술표준원에서 관리했다. 방안이라고 내놓은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에도 문제가 많다. 이 법에 따르면, 기업은 법에서 제한하지 않은 화학물질이라면 별다른 제약 없이 사용해 제품을 만들어 팔 수 있다. 제품의 유해성 검토 등을 아직까지도 기업에게만 맡기고 있는 것이다.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실과 대한의사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생활용품의 건강한 사용과 정부의 역할' 토론회에서 한국환경보건학회 김판기 회장은 "제품을 출시하기 전 사전 허가를 받는 제도를 시행해야 하고, 화학물질을 관리하는 전문 인력을 양성하며, 독립 기구를 만들어 관리 상태를 일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이 어제 오늘 제기된 것은 아닐 것이다. 문제 해결과 재발 방지를 위해 제도를 정비하고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유사한 일이 발생했을 때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명확히 정해놓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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