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발, 혈관 질환 '신호탄'… 협진으로 숨은 병 찾는다

  •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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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6.05.18 08:28

    [헬스 특진실] 강남세브란스병원 당뇨발클리닉
    당뇨병 환자 15% 정도가 경험… 끈적한 혈액, 혈관 망가뜨려 발병
    뇌·심장 등 온 혈관 꼼꼼히 살펴 예방·위험 인자 관리까지 도와

    지난 20년간 당뇨병을 앓아온 이모(70· 서울 강남구)씨는 한 달 전 발톱을 깎다가 오른쪽 엄지발가락에 작은 상처가 났다. 소독약을 바르면 괜찮아질 줄 알았지만, 며칠이 지나도 상처가 낫지 않고 점점 심해지더니 발등에까지 홍반(피부가 붉게 변하는 것)이 생기고 진물이 흘렀다. 당뇨발이 생긴 것이다. 이씨는 강남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를 찾아 당뇨발을 치료하다가, 오래 앓아 온 당뇨병 탓에 다른 혈관 질환도 생긴 것으로 의심돼 심장내과로 옮겨져 혈관조영술을 받았다. 검사 결과 오른쪽 다리의 말초혈관이 협착·폐색된 게 발견돼 곧바로 말초혈관 풍선확장술과 스텐트 삽입술을 시행했다. 심장의 관상동맥도 협착돼 있어서 관상동맥 스텐트 삽입술을 함께 받았다.

    시술 후에는 혈당 조절이 잘 안 돼서 내분비내과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당뇨병 약을 다시 처방받았다.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이 동반됐다는 것을 알게 돼 이에 대한 약물치료도 시작할 수 있었다. 이씨를 치료했던 강남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민필기 교수는 "당뇨발이 생겼다고 해서 발만 치료하는데 그치면 안 되고, 다른 혈관 문제는 없는지 확인하는 게 좋다"며 "이씨 역시, 관상동맥이 협착된 것이 발견돼 다행히 큰 일이 생기기 전에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당뇨발클리닉에서는 여러 과 의료진이 협진해 당뇨발
    강남세브란스병원 당뇨발클리닉에서는 여러 과 의료진이 협진해 당뇨발 환자를 치료한다. (왼쪽부터) 정형외과 한승환, 내분비내과 박종숙, 심장내과 민필기 교수가 당뇨발 환자의 말초혈관 조영 사진을 보며 치료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끈적한 혈액이 온몸 돌며 혈관 공격

    당뇨병 환자의 15% 정도가 평생에 한 번 당뇨발을 겪는다. 당뇨발이란 당뇨병 탓에 말초혈관이나 신경의 기능이 떨어져 생기는 발의 모든 문제를 말한다. 당뇨병을 오래 앓아서 혈관·신경 기능이 떨어지면, 발에 상처가 나도 이를 알아차리지 못 해 상처가 악화되고 감염이 일어나 궤양·괴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발에 궤양이 생긴 당뇨발 환자의 경우 5년 생존율이 50%에도 못 미칠 정도로 예후가 안 좋고, 다리 절단 원인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당뇨발은 무서운 병이다.

    중요한 것은 당뇨발이 당뇨병 때문에 생기는 여러 혈관 문제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당뇨병이 있으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말초혈관질환·관상동맥질환·심부전증 같은 심혈관계 질환이 생길 위험이 최대 5배로 높고, 40세 이상 당뇨병 환자의 20%가 다양한 말초혈관질환 증상을 겪는다는 보고가 있다. 민필기 교수는 "당뇨발 같은 말초혈관질환이 생겼다면 그 질환을 치료하는 게 끝이 아니라, 관상동맥이나 뇌혈관 등에는 문제가 없는지 미리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학제 협진으로 혈관 질환·신경병증 등 적극 검진

    강남세브란스병원은 당뇨병 환자의 말초혈관질환을 예방·치료하고, 혹시 있을지 모르는 관상동맥질환·뇌혈관질환을 찾아내며, 동반된 고혈압·고지혈증 등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당뇨발클리닉을 개설했다. 환자가 당뇨발클리닉을 찾으면 당뇨발뿐 아니라 관련 혈관 질환이나 신경병증 등을 적극적으로 찾아내 치료한다. 심장내과(민필기·이병권 교수), 내분비내과(강신애·박종숙 교수), 정형외과(한승환 교수) 의료진이 협진을 하고 있으며, 이 덕분에 당뇨발 환자의 진단, 약물치료, 중재시술, 수술 등이 빠른 시일 안에 정확히 이뤄진다. 치료 후에는 당뇨발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한 환자 교육에도 신경쓴다.

    말초혈관질환의 경우 초기에는 약물치료나 운동치료로 완화될 수 있지만, 증상이 심하면 풍선확장술·스텐트 삽입술 등의 혈관 중재시술을 받아야 한다. 혈관 우회로술 같은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민 교수는 "우리 병원은 매년 100건 이상의 말초혈관 중재시술을 시행해 왔을 정도로 임상 경험이 풍부하다"고 말했다.

    ◇금연하고, 혈압·콜레스테롤 조절해야

    당뇨병 환자가 당뇨발을 비롯한 여러 혈관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혈당뿐 아니라 위험 인자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흡연은 말초혈관질환을 유발하는 가장 위험한 요소로 알려져 있다. 말초혈관질환자 중 비흡연자의 10년 생존율은 82%인데, 흡연자는 46%로 크게 떨어진다. 혈압도 중요하다. 영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혈압을 잘 조절하면 뇌졸중·심근경색 위험이 낮아진다. 130/80㎜Hg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LDL콜레스테롤 수치도 100㎎/㎗ 이하로 유지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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