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내 '치매 백신' 상용화 기대… 15년 후면 약으로 증상 조절될 것"

입력 2016.04.06 07:30

[임호준 기자의 名醫 인터뷰] '치매 전문가' 박기형 가천의대 길병원 신경과 교수

"발병 초기부터 적극 치료하고
습관 고치면 어느 정도 통제 가능
환자 대부분 초기에 이상 느껴
망설이지 말고 전문의 진단을…

확실한 예방법은 '꾸준한 운동'
스트레스 피하고 뇌 자극 활동을
긍정적 성격, 증상 감소에 도움"

전체 퇴행성 치매의 60~7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 치매는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뇌에 과도하게 쌓여 생긴다. 알츠하이머 치매가 오면 기억력을 담당하는 해마의 신경세포 수가 감소하면서 기억력이 떨어지고, 병이 진행되면 뇌의 전반적 기능을 통제하는 전두엽이 제구실을 못하게 돼 일상생활까지 어려워진다. 뇌경색이나 뇌출혈 후유증으로 생기는 혈관성 치매(전체 치매의 20~30%)나, '루이소체'라는 단백질 덩어리가 대뇌 피질에 쌓여 생기는 '루이소체 치매(10~20%)'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12분마다 한 명씩 치매 환자가 발생한다. 가천의대 길병원 신경과 박기형 교수를 만나 치매의 예방 및 치료법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박기형 교수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인구의 고령화로 치매가 급증할 것 같아 걱정이다.

"인구의 고령화로 당분간은 조금 더 늘어나겠지만 일부 유럽 국가에서 치매 유병률이 준다는 보고가 있는 만큼, 희망을 가져도 될 것이다. 치매는 노화뿐 아니라 생리적 요인(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등), 생활습관(음주 흡연 운동 식사 등), 스트레스, 수면 패턴, 가족력, 유전자 변이 등에 의해 발병하는데 이런 위험 요인들을 조절하면 치매도 감소할 것이다."

―치매 초기의 증상은 일반적 기억력 감퇴나 건망증과 어떻게 다른가?

"건망증이나 기억력 감퇴는 입력된 정보를 끄집어내지 못해 생기는데 치매는 정보가 입력조차 안된다. 따라서 약속 장소에 안 나타난 사람에게 전화했을 때 '깜빡했다'며 미안해하면 단순 건망증이지만 약속 자체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치매를 의심해야 한다. 한편 초기에 기억력에 전혀 문제가 없는 치매도 있다. 전두-측두치매는 알츠하이머 치매와 달리 뇌의 앞쪽 부터 이상이 생기므로 기억력은 그대로인데 성격이 변하고 판단력이 떨어진다. 얌전하던 사람이 과격해지기도 한다. 그러다 전체 뇌 기능이 떨어지면서 서서히 기억력 저하가 동반된다."

―일시적으로 치매 증상이 나타났다 말끔하게 좋아지기도 하나?

"그렇다. 수면부족이나 과로, 스트레스, 우울증 등으로 치매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아파트 경비원을 하는 노인이 보건소 간이 검사를 받고 치매라며 낙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경우 충분한 수면을 취하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온다."

―어떤 경우에 치매 검사를 받아야 하나?

"'평소와 다른' 증상이 '점점 더 심해지는지'를 잘 살펴야 한다. 나이에 관계 없이 기억력 및 판단력 저하, 시공간 인지능력 저하, 성격 변화, 이상 행동 등이 점점 더 심해진다면 치매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대개의 경우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는 치매 이전 단계에서 환자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느낀다. 이것을 경도인지장애(MCI)라고 하는데 이때는 망설이지 말고 검사를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치매 검사율은 선진국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낮다."

―병원의 치매 검사는 너무 복잡하고 비싸고, 보건소 검사는 부정확해서가 아닌가?

"그런 면도 없잖아 있다. 치매 확인을 위해서는 인지기능검사, 뇌 영상검사, 혈액검사 등을 통해 뇌 기능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뇌혈관 등 다른 문제는 없는지, 대사성 질환이 증상의 원인은 아닌지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이렇게 해도 검사의 정확성은 80~85%에 불과하다. 그러나 최근 신의료 기술 승인을 받은 뇌척수액 검사와 아밀로이드 PET 검사는 거의 정확하게 알츠하이머 치매를 진단한다. 보건소 검사는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걸러내는 '선별검사'이지 정식 진단법이 아니다. 보건소 검사를 받고 치매라고 낙심하면 안 된다. 치매는 환자 본인에게는 물론 가족에게도 큰 공포감과 부담을 안겨주므로 돈이 들더라도 치매가 의심되면 MRI, PET CT 같은 장비가 제대로 갖춰져 있으면서 치매 전문 의사가 있는 병원에서 진단을 받는 게 좋다."

―혈관성 치매를 제외하면 뚜렷한 예방법도, 치료법도 없다. 굳이 악착같이 병을 찾고 치료해야 할 이유가 있나?

"예전엔 운명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초기에 치매를 진단해서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생활습관을 교정하면 훨씬 더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지난 20~30년간 치매 관련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병의 실체를 거의 파악했고, 당뇨병이나 고혈압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병을 통제할 수 있게 됐다.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치매에 대처해야 한다."

―'긍정적'이란 단어를 들으니 사망한 수녀들의 뇌를 부검한 뒤 사람의 성격도 치매 증상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 연구 결과가 생각이 난다.

"그렇다. 국내에서 책으로도 발간돼 화제가 됐던 그 유명한 '수녀원 연구'다. 뇌신경학자인 데이비드 스노든 박사는 수녀들의 사후 뇌 부검을 실시한 결과 뇌가 많이 파괴돼도 치매 증상이 덜하고, 반대로 뇌가 적게 파괴돼도 치매 증상이 심한 경우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스노든 박사는 그 이유를 평소 긍정적이고 낙천적 성격의 수녀는 뇌가 많이 파괴됐는데도 치매 증상이 덜했고, 부정적 성격의 수녀는 그 반대였다고 설명했다."

―희망을 가지라고 하지만 약물 치료로 효과를 보는 사람이 20~30%에 불과하다고 한다.

"치매 약의 1차 목적은 치매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그런데도 약 복용 환자의 20~30%는 스스로 증상까지 좋아졌다고 느낀다면 이 정도라도 얼마나 다행인가? 특히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MCI) 환자에게 1년간 약을 쓰면 쓰지 않은 환자에 비해 해마의 크기가 감소하는 게 47% 억제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앞으로 좋은 약들이 많이 나올 것이므로 희망을 버리지 말았으면 한다."

―현재 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는 약은 무엇인가?

"치매 백신이다. 치매 백신은 뇌에 축적된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원리의 약으로사실 십수 년쯤 전 개발됐다. 그러나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없앴는데도 증상이 좋아지지 않는데다 자가면역반응과 뇌변성이라는 부작용까지 있어 사용되지 못했다. 치매 백신의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 과학자들이 달라붙어 연구를 했다. 그 결과 4~5년 후면 치매 백신의 효과가 입증되고, 상용화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뇌 세포 안쪽에 들러붙어 치매를 유발하는 타우 단백질을 제거하는 약도 나오나?

"세포 밖에 존재하는 아밀로이드 단백질뿐 아니라 세포 안의 타우 단백질의 변성도 치매의 원인이 된다. 타우 단백질은 세포의 골격을 유지하는데 이것이 어떤 이유에서 변성되면 세포가 파괴된다. 최근 타우 단백질 연구에도 큰 진전이 있어 10년쯤 후면 비정상 타우 단백질을 없애는 약도 시판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 여러가지 메카니즘의 치매약이 개발되고 있어 길게 잡아 10~15년 후면 당뇨병이나 고혈압처럼 치매도 약으로 조절할 수 있는 세상이 될 것이다."

―치매를 진단받으면 평균 몇 년 정도 생존하나?

"일반적으로 진단을 받고 10년쯤 후 사망한다. 치매는 뇌가 위축되면서 파괴되는 병이다. 처음엔 파괴된 뇌 부위가 담당하는 기억력이나 판단력, 성격 등에만 영향을 미치지만 점점 뇌 파괴가 광범위해지면서 운동능력도 상실하게 되고 면역력 저하로 인한 감염이나 기타 내분비 장애 등 다양한 병이 생겨 사망하게 된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 이후 바둑을 배우는 사람이 늘었다. 정말 두뇌 활동을 즐기면 치매가 예방되나?

"바둑은 물론이고 독서, 대화, 카드게임, 보드게임, 꽃꽂이 등 손을 움직이거나 뇌에 자극을 주는 어떤 행동이라도 뇌 기능 저하를 막는데 도움이 된다. 독서를 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치매 발생률이 30% 이상 적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건 운동이다. 1주일에 세 번, 30분씩 꾸준히 운동하는게 치매 위험을 낮추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운동은 치매 위험을 최대 80%까지 낮출 수 있다. 그 다음은 스트레스를 안 받는 것이다. 음주와 흡연도 치매의 중요한 위험 요인이다."

☞박기형 교수는

치매 환자의 조기 진단에 관심이 많다. 최첨단 영상 진단 기법을 개발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단순히 문진(問診) 등을 통해 진단하는 것이 아닌 영상 기법을 통해 환자를 검사하면 보다 조기에, 정확히 진단내리는 게 가능해진다. 치매 신약 개발 임상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인천시 치매예방관리사업단장을 역임했다. 2014년에는 치매 환자의 치료 및 관리에 공헌한 바를 인정받아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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