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기 질환의 숨은 '强者', 성바오로병원 호흡기센터

입력 2016.02.14 09:30

메디컬 탑팀

성바오로병원 호흡기센터 의료진들
성바오로병원 호흡기센터 의료진들

서울 청량리역 근처에 70년이라는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은 다소 낡은 외관의 병원이 하나 자리하고 있다. 성바오로병원이다. 하지만 이 병원 호흡기센터'는 국내 최고로 손꼽히는 숨은 강자다. 호흡기내과 영역에서는 국내 처음으로 수면무호흡 분야를 개척, 몸집이 서너 배가 넘는 대형병원에서도 전문적인 치료를 위해 이곳으로 환자를 보내고 있다. 호흡기내과에서 가장 고난도 시술로 꼽히는 기관지 내시경 중재시술도 국내서 두 번째로 활발히 진행 중이다.

 

수면무호흡 환자 증가 추이
수면무호흡 환자 증가 추이

코 골다 '컥' 하고 숨 멈추면 수면무호흡
성바오로병원 호흡기센터가 일가견을 갖고 진단·치료하는 수면무호흡에 대해 아직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수면무호흡은 자는 중에 기도가 막히면서 산소를 충분히 흡입하지 못하는 병이다. 코를 심하게 고는 증상이 동반된다.

단, 코를 곤다고 무조건 수면무호흡은 아니다. 코를 골다가 갑자기 '컥' 하는 소리와 함께 숨을 멈추고, 약 10 초~2분 뒤에 다시 '컥' 하는 소리와 함께 코골이를 시작하 면 수면무호흡이다. 혀가 목구멍 쪽으로 잘 젖혀지고, 편도나 목젖이 크고, 과도하게 살이 찌는 등의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생기는 증상이다.

치료하지 않으면 낮에 졸음이 몰려 일에 집중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노화가 앞 당겨지고 심근경색, 뇌졸중, 부정맥 같은 다양한 심혈관계 합병증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수면무호흡이 있으면 4~5년 내 심장마비 등으로 인해 사망할 위험이 30% 높아진다는 미국의 연구결과도 있다.

국내에서 수면무호흡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한 해 2만 7000명 정도이고,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환자 수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성바오로병원 호흡기센터 이상학 센터장은 "병에 대한 사람들의 인지도가 낮고, 이 병이 있다고 해서 바로 몸에 크게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어서 환자들이 병원을 잘 찾지 않는다"며 "실제 환자 수는 집계된 통계의 50배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면무호흡, 어떻게 진단받고 치료하나요?
수면무호흡, 어떻게 진단받고 치료하나요?
자신에게 수면무호흡이 있는지 정확히 진단하려면 우선 '수면다원검사'를 받아야 한다. 코를 골다가 숨을 자주 멈추는 증상이 있으면 이 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8시간 이상 충분히 잤는데도 낮에 몰려오는 피곤함으로 일상이 어려운 사람은 수면무호흡이 있을 확률이 더 크다.

수면 다원검사는 6~8시간 평소처럼 잠을 자는 중에 이뤄진다. 따라서 밤 10시쯤 잠드는 환자는 한두 시간 전 병원에 와서 평소 자신의 수면 상태에 대한 설문검사에 답하고 몸에 검사기기를 붙이는 등의 준비를 한 후 병원에서 잔다. 보통 안(眼)전도, 호흡, 근(筋)전도, 뇌파검사의 네 항 목을 측정하는 20개 기기를 머리에 붙인다. 가슴에도 숨 쉬는 상태를 검사하는 벨트를 달아놓는다. 누워 있는 시간에 대비한 잠의 효율, 눕자마자 몇 분 만에 잠들었는지, 깊은 잠과 얕은 잠이 각각 얼마나 이어졌는지도 검사한다.

검사가 끝나고 3~7일이 지난 뒤에 진단 결과를 받을 수 있다. 보통 수면무호흡이 한 시간에 다섯 번 이상이면 병이 있다고 보고, 서른 번 이상이면 중증으로 진단한다. 중증 이상이면 양압기 치료가 필수다. 양압기는 잘 때 적절한 압력의 공기를 주입해 환자의 원활한 호흡을 돕는 기기다.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우선 체중을 줄이고, 옆으로 누워 자고, 머리를 약간 높여 자는 등 생활습관 변화로 증상을 완화시켜볼 수 있다. 하지만 이때도 고혈압, 뇌졸중, 당뇨병 등이 있으면 양압기를 써야 한다. 성바오로병원 호흡기센터 강현희 교수는 "양압기를 쓰면 즉각적으로 몸에 느껴지는 피로감이 50% 이상 줄어든다"고 말했다.

 

성바오로병원 호흡기센터
성바오로병원 호흡기센터

수면무호흡 진료 처음 시작한 '국내 1호' 호흡기센터
수면무호흡은 여러 진료과(科)에서 다루지만 호흡기내과에서 치료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성바오로병원 호흡 기센터 문화식 교수는 "수면 중에 변화하는 호흡기 생리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있어야 제대로 된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성바오로병원은 1990년대부터 국내 호흡기내과 중에서는 처음으로 수면무호흡을 진단·치료하기 시작했다. 현재 성바오로병원 호흡기센터의 가장 선임인 문화식 교수의 노력이 컸다. 문 교수는 1991년 세계 최고 수준의 수면장애 전문 의사, 수면기사, 검사실을 갖춘 미국 샌디에이고 스크립스 클리닉에서 연수를 하면서 자연스레 수면의학을 접했고, 이후 관심을 갖고 연구에 몰두했다. 이후 1994년 성바오로병원에 수면다원검사를 할 수 있는 수면검사실이 갖춰지면서 전문적으로 수면무호흡 환자를 진료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이상학 센터장과 같은 센터 강현희 교수가 문 교수의 뒤를 이어 수면무호흡에 대해 연구하며 진단·치료법을 발전시켜가고 있다. 이상학 센터장은 지난 15년간 SCI(과학기술인용논문색인) 논문 40편과 72편의 국내 논문을 발표해, 수면무호흡이 내과적 질환에 미치는 기전을 꾸준히 연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9월 대한수면의학회에서 '학술상'을 받았다. 강현희 교수 역시 같은 대회에서 '젊은 연구자상'을 수상했다.

 

수면다원검사 기계 있다고 다 아냐…판독 실력 '국내 최상'
수면무호흡증을 진단하려면 수면다원검사를 해야한다. 이 검사는 기계만 제대로 작동시키면 우리 몸이 수면 중에 어떤 상태인지 다양한 수치를 통해 알려준다. 하지만 수치가 측정됐다고 해서 누구나 환자의 몸 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상학 교수는 "밤새 진행되는 검사를 통해 20개 이상의 신호를 6시간 넘게 측정한다"며 "이때 모인 어마어마한 양의 데이터를 잘 판독하는 것이 중요한데, 우리 호흡기센터는 20년 넘은 경험을 통해 검사 결과를 명확히 분석한다"고 말했다.

수면다원검사를 직접 진행하는 수면기사의 실력도 센터 내에서 철저히 관리되고 있다. 수면기사는 환자가 잠을 자는 6~8시간 동안 환자를 계속 지켜보면서 증상을 정확히 기록하고 위급한 상황에 대처하는 등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성바오로병원 호흡기센터 수면기사는 두 명인데, 이들은 의료진과 함께 수면 관련 학회에 모두 참석한다. 병원 내에서 자체 교육을 받을 뿐 아니라 외부 교육도 꾸준히 받고 있으며, 미국 수면검사기사 공인 자격증도 모두 취득했다.

 

막힌 기도 내시경으로 뚫는 고난도 시술 활발히 시행
성바오로병원 호흡기센터는 호흡기 의사가 할 수 있는 가장 고난도 시술인 '기관지 내시경 중재시술'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국내에서 두 번째로 많이 하는 수준이다. 기관지 내시경 중재시술은 막힌 기도(氣道)에 내시경을 넣어 뚫는 시술을 말한다. 이상학 센터장은 "기도는 출혈이 심하거나 완전히 막히면 환자가 3~5분 내에 바로 사망할 수 있다"며 "그만큼 고난도 술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 시술을 하는 의사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기도가 막힌 환자들은 보통 중환자실에서 오래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던 사람들이다. 강현희 교수는 "인공호흡기를 오래 달고 있으면 기기가 기도 내 고정돼 있던 곳에 상처가 생기고 그 부위가 두꺼워져 통로가 좁아지면서 서서히 막힐 수 있다"고 말했다. 폐암 등을 이유로 기관지에 종양이 생겨 기도가 막혔을 때도 이 시술을 한다. 이상학 센터장은 "숨을 못 쉬는 고통은 겪어보지 않으면 누구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고 익히 알려졌다"며 "이런 환자들의 고통을 덜기 위해 어려운 시술이지만 최선을 다해 시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성바오로병원 호흡기 센터 전문 의료진

성바오로병원 호흡기센터 이상학 센터장 인터뷰
끊임없는 연구로 세계가 우리 기술 따라갈 수 있게 하는 게 목표"

한국인 맞춤형 수면무호흡 진단 기준에 대해 쓴 센터장님의 논문이 최근 세계적으로 저명한 학술지인 <플로스원>에 실렸습니다. 어떤 내용이고, 어떤 의미가 있는 건가요?
수면무호흡을 진단하기 위한 수면다원검사의 비용은 60만원 이상으로 적지 않습니다. 따라서 자신이 수면무호흡 위험이 얼마나 높은지 먼저 추정해보는 게 큰 도움이 됩니다. 이때 자신의 신체 수치로 어느 정도 가늠이 가능한데, 그간에는 이 수치가 해외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된 것밖에 없었습니다. 이번 논문은 비만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우리나라에 국한시켜 수면무호흡 고위험군 환자를 구별하는 신체 기준을 제시 했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이상학 센터장의 논문에 따르면 한국인은 ▲ 목둘레, 남성 38.75cm, 여성 34.5cm 이상 ▲ 허리둘레, 남성 88.5cm, 여성 76.5cm 이상 ▲ 체질량지수 남성 24.95kg/m2, 여성 23.05kg/m2 이상이면 수면무호흡을 의심할 수 있다.

 

수면무호흡이 내과 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기전을 꾸준히 연구한 공로로 지난해 9월 대한수면의학회에서 '학술상'을 받았습니다. 수면무호흡이 내과 질환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수면무호흡은 수면 중에 무호흡 혹은 저호흡이 발생하면서 산화(酸化)성 스트레스, 교감신경 항진 같은 여러 신체변화를 유발합니다. 이로 인해 수면무호흡이 유발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질환이 고혈압입니다. 이밖에 뇌졸중, 허혈성 심장질환 같은 뇌혈관 질환이나 당뇨병, 역류성식도염 위험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집중하고 있는 연구 분야는 무엇인가요?
산화(酸化)성 스트레스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과 그 기전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수면무호흡의 경우 반복적인 무호흡에 의해 산화성 스트레스가 생기고 이로 인해 여러 심혈관 질환이 생깁니다. 그 기전을 밝혀서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한편 이러한 산화성 스트레스는 정상세포보다 암세포에 더 많은 독성을 보이기 때문에, 이를 암 치료에 이용하는 방법도 연구 중입니다. 이 연구는 국가 과제로 선정돼 연구비를 지원받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진료할 때 제일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환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입니다. 국내 병원은 유독 진료시간이 촉박해 의사가 질병 치료 자체에만 집중하기가 쉽습니다. 암환자를 진료할 때 병기(病期)나 항암제 치료 등에만 신경 쓰는 경우가 많다는 뜻입니다. 물론 치료 자체도 중요하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더 중요한 것이 많이 있습니다. 건강을 잃은 상실감, 죽음에 대한 불안감, 항암치료로 인한 고통 등입니다. 따라서 질환 자체만 치료하는 것을 넘어 대화나 상담 등을 통해 가슴으로 환자를 이해하고 도움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성바오로병원 호흡기센터가 특별히 계획하고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연구를 통해 미래 의료를 선도해나가는 호흡기센터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현재까지는 외국의 앞선 의료기술을 국내에 도입해 실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우리가 앞서서 새로운 의료 기술을 창출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러한 일환으로 임상의학연구와 기초의학연구, 그리고 이 두 축을 연결하는 이행성 연구를 수행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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