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비만은 당뇨나 고혈압, 심장질환 등 각종 질환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알려져있다. 그런데 최근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비만이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암 수술을 받은 사람의 경우 비만할수록 생존율이 높다는 것이다.
비만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위암 수술 후 생존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서울성모병원 제공
서울성모병원 위암팀 박재명(소화기내과)·송교영(위장관외과)·이한희(소화기내과) 교수팀이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위절제술을 받은 환자 1905명의 체중과 예후의 관계를 수술전과 수술 1년후로 나눠 분석했다. 체질량지수는 키와 몸무게를 이용해 지방의 양을 추정하는 측정법으로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연구진은 세계보건기구 기준에 따라 체질량지수가 18.5kg/m2 미만이면 저체중, 18.5~24.9kg/m2이면 정상체중, 25.0kg/m2 이상을 과체중으로 분류했다.
연구 결과 수술 전·후 모두 체질량지수가 '과체중'에 속하는 사람이 '저체중'이나 '정상체중'인 사람보다 5년생존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술 전 체질량지수에 따른 5년 생존율은 저체중군이 69.1%, 정상체중군 74.2%, 과체중군이 84.7%였다. 수술 1년 후 전체환자 중 체중이 확인된 1418명의 5년 생존율을 조사한 결과 저체중군이 67.5%, 정상체중군이 83.6%, 과체중군이 93.6%로, 수술 후 체질량지수가 생존률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진행한 송교영 교수는 "위암 환자는 수술 후 에너지가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체질량 지수가 높은 환자에서 생존율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위암은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과거에는 진행성 위암이 대다수여서 "수술 후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는가"에 관심을 가졌지만, 최근에는 조기위암으로 수술을 받고 장기 생존하는 환자가 증가함에 따라 '수술 이후의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위암은 수술 기법이 발달해 내시경절제술, 복강경 수술 등 최소침습치료로 수술 후 삶의 질이 이전보다 좋아졌다.
하지만 위암 환자 대부분이 위를 절반 이상 잘라내기 때문에 위 자체의 부피가 줄어들게 돼 수술 전처럼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기 힘들다. 흡수율도 떨어져 위암 수술을 받은 환자 대부분이 급격한 체중감소와 영양결핍을 겪는 경우가 많다. 송교영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암환자가 수술 후에도 적극적으로 영양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며 "그러나 위암 환자는 수술 이후나 항암치료 과정에서 음식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기 때문에 환자의 상태에 맞게 음식을 부드럽게 만들거나 과거 환자가 즐겨 먹던 음식을 잘 먹을 수 있도록 가족들이 함께 도와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