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성인병을 이기는 올바른 식습관

  • 글 신현종(제네신의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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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6.01.05 09:55

    통합기능의학

    “고기는 먹지 마세요. 육식은 몸에 해로우니까요.”
    “고기도 드셔야 해요. 체력을 유지해야 하니까요.”

    암을 진단받기가 무섭게 주변에서 무엇은 먹고 무엇은 먹지 말라는 권고가 쏟아진다. 정작 본인은 음식에 대한 혼란스러움만 가중된 채 병원치료를 시작한다. 대개 사람들은 심장병이나 당뇨병 암과 같은 난치성 질환을 진단받기 전에는 음식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러나 진단과 동시에 유기농, 무농약, 친환경, 자연식, 저염식, 저지방, 채식, 생식, 토종 먹거리 등 각종 인체 친화적인 단어로 수식된 음식재료에 눈을 돌린다. 때론 맛으로 먹는 즐거움까지 포기하기도 한다. 심지어 음식이 건강에 미칠 영향을 지나치게 걱정한 나머지 건강음식강박증 환자가 되기도 한다. 과연 어떤 음식을 먹는 것이 바른 것인가?

    음식으로 암을 치료할 수 있을까?

    일찍이 ‘의성(醫聖)’ 히포크라테스는 음식을 약으로 여기라고 했다. 실제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특정한 음식으로 암을 이겨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를 지지할 과학적인 근거는 미미하다. 물론 식품은 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규명하는 것처럼 과학적인 방법으로 안정성과 유효성을 밝히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미국 암협회에 따르면 암 발병 원인 가운데 5~10%는 유전, 25~30%는 흡연, 15~20%는 감염, 그리고 10~15%는 발암물질에 의한 환경적 요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약 30%가 음식과 관련한 요인으로, 음식을 통해 예방이 가능한 범위로 볼 수 있다.

    각기병, 펠라그라의 예방을 위한 비타민B 함유 식품이나 괴혈병 예방을 위한 비타민C 함유 식품, 그리고 식이성 영양결핍증을 치료하는 식품 등 몇 가지 경우를 제외하면 음식은 결코 약이 아니다. 그러나 어느 집단에서 특정한 음식을 섭취한 정도에 따라 어떤 암의 발병률에 차이가 있음이 발견되면서 음식을 활용하기 위한 화학적 암예방(Chemo-prevention)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음식으로 암을 치료할 수는 없지만 일부 예방이 가능하다는 점은 인정되고 있다.

    음식이 사람을 만든다(I am what I eat)

    음식이 사람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잘 드러난 실험연구가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케린 오데아(Kerin O’Dea)라는 영양학 연구자는 획기적인 실험을 기획했다. 그는 이 실험을 위해 도시의 정착지에서 거주하고 있는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10명을 그들이 살던 오지로 돌려보내 일정 기간 그곳에서 살게 했다. 몇 년 전에 숲을 떠나온 원주민들은 서구식 생활방식으로 살면서 모두 대사증후군, 과다체중, 제2당뇨병을 겪고 있었다. 그들이 돌아간 고향은 북서부의 고립된 지역으로, 가장 가까운 도시에서 차량으로 하루 이상 달려야 하는 오지였다.

    그들은 도시를 떠난 순간부터 저장식품이나 음료를 살 방법이 없어졌기 때문에 오직 직접 사냥하고 채집한 음식으로만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오지에 돌아가 주로 소고기를 먹었다. 조개와 물고기, 캥거루, 거북, 새, 악어, 애벌레, 무화과, 꿀 등이 그들의 식량이었다. 그들이 수렵과 채집을 해서 먹은 음식은 도시에서 먹던 음식과 큰 대조를 이루었다. 도시 생활에서 먹던 음식은 밀가루, 설탕, 술, 분유, 지방질 고기, 감자, 양파 등 대표적인 서구식 음식이었다.

    오지에서 7주를 보낸 원주민들의 혈액을 채취해 검진한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발견됐다. 모두 체중이 줄었고, 혈중 지질과 혈압이 낮아졌다. 원주민 모두 대사 이상이 개선되었고 당뇨병 증상이 사라졌다. 이 연구는 실험표본이 적고 특정 집단만을 대상으로 했지만 다른 곳에서의 후속 연구 또한 이와 유사한 결과를 보여줬다. 이 실험을 통해 케린 오데아는 “원주민의 건강 개선은 체중 감량과 저지방 식단 그리고 신체활동의 증가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채식이 절대적인 표준 항암식단인가?

    암환자를 위한 요양원이나 수련캠프는 주로 채식 위주의 식단을 제공하는 곳이 많다. 인류 역사에는 매우 다양한 식단이 존재해왔다. 해변에서는 조개와 생선을, 들에서는 새나 동물을 사냥하고, 열매가 맺으면 열매를, 잎이 나면 잎을, 없으면 뿌리를 캐 먹고 오랜 세월 생존해왔다. 이런 과정을 거쳐 사람들은 각각 거주 환경과 음식에 적응할 수 있는 생존 유전자를 진화시켜 왔다. 즉, 다양한 종류의 음식으로 필요한 영양소를 채우며 살아온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에게 채식만이 이상적인 식단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그리고 왜 굳이 육식을 제한해야 암 극복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 것일까?

    영양소보다 전체적인 식습관 패턴이 더 중요하다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무기질, 비타민을 5대 필수영양소라 한다. 이것이 밝혀진 것은 불과 200년이 안 된다.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은 시대에 따라 주연을 달리했다.

    영양소가 인간의 건강을 전적으로 좌우하지는 않는다. 이제는 음식을 영양소의 합으로만 보지 말고 전체적인 시스템으로 볼 필요가 있다. 최근 연구는 저지방식이 암을 예방한다는 근거를 찾지 못했으며, 또한 식이섬유가 직장암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암의 치료나 예방에 한두 가지의 영양소가 결코 마법의 탄환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음식을 먹이사슬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 중요하다. 토양이 건강해야 식물이 건강하고, 식물이 건강해야 동물도 건강할 수 있다. 토양과 동식물의 건강에 우리 인간이 영향받을 수밖에 없다.

    올바른 식습관을 위한 체크 포인트

    1 균형 유지 모든 음식을 고루 섭취한다. 서양에서는 음식을 영양소 위주로 분석하지만 동양에서는 오랜 시간 음식의 성질을 몸으로 느끼고 관찰해왔다. 각 음식의 특성과 작용에 따라 음식의 종류와 먹는 양을 조절하여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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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응성 찾기 친구 따라가지 말고 가족을 보라. 사람마다 몸에 편한 음식과 부담스러운 음식이 있다. 조부모와 부모, 형제가 건강하면 집안의 식사패턴을 따르는 것이 안전하다. 특정한 음식을 먹고 속이 더부룩하거나 가스가 찬다면 내 몸에 맞지 않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우유를 먹고 수시로 배탈이 났다면 몸안에 유당분해효소가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다. 사람이 특정 음식과 동화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내게 맞는 음식이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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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칙성 유지 하루 세 끼 일정한 시간에 식사하라. 우리 몸은 규칙성을 유지하면 소화효소, 호르몬 등 각종 생체활성물질이 일정한 시간에 분비되고 몸 전체가 최상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배설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4 배고픈 듯 먹기 우리 몸은 기아상태에 더 잘 적응하게 되어있다. 필요 이상의 음식섭취는 과다한 활성산소를 발생시켜 많은 질병의 원인이 된다. 또한 소화기관에 부담을 주어 체내 면역기능을 저하시키게 된다. 건강체중을 유지하도록 항상 식사량에 유의한다.

    5 특이성 고려 암 종류에 따라 유의할 점이 있다. 유방암, 전립선암, 췌장암인 경우 동물성 지방이나 지나친 카페인 섭취를 자제한다. 간암이나 조혈모세모 이식환자인 경우 생선회는 자제하고 채소는 익혀 먹는다. 구체적인 식사 지침은 국가암정보센터의 암환자 식생활 편을 참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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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연재료 재래시장에 가서 장보기를 함으로써 가공식품을 멀리 할 수 있다. 이미 알려진 정크푸드의 섭취를 삼간다. 인공감미료, 정제 설탕, 정제 밀가루 등이 첨가되었는지 확인한다. 보양식이 몸에 좋다는 근거는 없다. 오색의 과채류는 많이 먹을수록 좋다.

    7 천천히 먹기 식사 한 끼에 최소한 30분 이상 먹는다. 과일, 채소, 단백질, 탄수화물 순서로 먹는다. 식사는 반드시 식탁에서 하도록 한다. 물은 매일 꾸준히 마시되 여러 종류의 천연재료를 차로 끓여서 마시면 자연스럽게 충분한 양이 된다.

    8 긍정적 식사 즐겁게 먹기, 어떤 음식에 부정적인 생각이 들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9 함께 먹기 식사는 되도록 여러 명이 함께 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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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고 움직이기 아무리 좋은 식사도 몸이 움직이지 않으면 소화기관의 기능이 떨어진다. 적당한 산책이나 정기적인 운동이 병행되어야 한다.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 어떤 특정한 음식이나 영양소를 찾지 말고 전체적으로 올바른 식습관을 먼저 갖추는 데 노력해야 한다. 최고의 식사는 어머니가 손수 해주신 음식이 아닐까?

    신현종 제네신의학연구소 소장(사진=헬스조선 DB)
    신현종 제네신의학연구소 소장(사진=헬스조선 DB)
    신현종

    제네신의학연구소 소장. 서울대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제약회사 한국 대표를 역임했다. 의과대학원에서 예방의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현재 분자종양학 연구 개발 자문 역과 함께 약물유전체학을 응용한 통합기능의학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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